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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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동갑내기 사위

김희경 수녀(그리스도의 성혈흠숭수녀회, 빛누리 다문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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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화기를 들자마자 "안녕하세요? 장모님!"하며 정겨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 네. 잘 지내시죠? 우리 멜라니아도 안녕하고요?"
 "예, 장모님, 멜라니아씨도 잘 지내고 있어요. 그리고 저 예비신자 교리 시작했습니다."
 동갑내기 사위와 기분 좋은 통화를 했다. 이들 부부를 생각하면 마음이 참 짠하고 감사기도가 절로 나온다. 좋은 인연으로 결혼을 하고 서로 아픔을 잘 감싸며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
 30대 베트남 여성 멜라니아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7년 전 한국에 시집을 왔다. 그러나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살려했던 그의 희망은 곧 산산조각이 났다.
 남편에게 구타를 당해 응급실에 실려가는 상황이 되풀이됐고, 보다 못한 이웃의 도움으로 우리 다문화센터에 피신했다. 몸과 마음에 깊은 상처를 얻은 멜라니아는 센터에 머물면서 이내 안정을 찾고 성당에도 열심히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언젠가 어린 딸을 만나리라는 각오로 열심히 공장에 다니며 누구보다 부지런히 한글 공부에 매달렸다. 멜라니아는 종종 이렇게 말했다.
 "저희 부모님께서 수녀님을 어머니로 여기고 말씀 잘 들으라고 하셨어요."
 어느 날 멜라니아가 머뭇거리며 얘기를 꺼냈다. 자신에게 청혼을 한 남자에게 "우리 수녀님이 결혼할만한 사람이라고 말씀하시면 그때 생각해 보겠다"고 했단다.
 과거 상처와 또 한 번의 결혼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가정을 꾸리게 됐다. 덕분에 나는 딸도 얻고 사위도 얻었다. 나와 동갑내기인 사위는 혼인성사를 하면서 하객들에게 이렇게 인사를 했다.
 "저는 장모님이 세 분입니다. 제 아내를 낳아 주신 어머니, 신앙 안에서 돌봐주시는 대모님, 그리고 이렇게 시집보내주시는 수녀님이십니다. 세 분 은혜 잊지 않고 잘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순간 `딸을 시집보내는 엄마 마음이 이럴까`하고 코끝이 찡해졌다.
 멜라니아는 "너무 힘든 한국생활이었는데, 수녀님들 덕분에 이제 행복합니다"하고 종종 얘기한다. 자신이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란 것을 깨닫고 새롭게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는 멜라니아 부부를 보면 참 대견하고 고맙다.
 아기 예수님 탄생을 경축하는 오늘, 모든 다문화 가정이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성가정을 이루며 살 수 있도록 아기 예수님께 은총을 청하며 기도한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1-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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