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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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참 평화이신 그분 찾는 지혜를

황인수 신부(성바오로 수도회, 성바오로출판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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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자가를 많이 모으신 대구의 한 신부님을 찾아뵀다. 십자가 위에 계신 예수님 표정이 다양했다. 어떤 예수님은 고통스러운 표정이시고, 어떤 예수님은 엷은 미소를 띠고 계셨다.
 전승에 따르면 낙원에서 쫓겨난 아담이 죽게 됐을 때 그 아들이 에덴동산을 찾아가 천사에게 생명나무 가지를 얻어왔다. 생명나무 열매로 아버지를 살리고자 함이었다. 하지만 아들이 돌아왔을 때 아담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생명나무 가지는 땅에 심어져 큰 나무로 자랐는데, 뒤에 예수님이 못 박힌 십자가는 그 나무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이야기다.
 십자가는 우리를 생명으로 이끄는 통로이기에 `생명의 나무`라고 부르지만 그 이름에는 이런 연유도 숨어 있다. 신부님을 보며 `십자가를 찾아다닌 것은 무슨 까닭이었을까`하는 생각에 잠겼다.
 울산에 계신 원로 신부님도 찾아뵀다. 신부님의 작은 공동체에 들어섰더니 작은 개 세 마리가 짖었다. 몸집은 작지만 컹컹대는 모습이 여간 사납지 않았다. 같이 간 수사님이 웃더니 "메리 크리스마스!"하고 외쳤다. 그랬더니 이게 웬 조화? 갑자기 조용해진 녀석들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알고보니 성탄절에 이곳에 왔다고 해서 강아지 이름을 각기 `메리` `크리스` `마스`라고 지은 것이다.
 이름을 지어준 사람의 마음도 특별하게 다가왔고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이름을 불러주면 순해지는 강아지 모습도 재밌었다. 예수님은 당신 이름만으로도 우리 가운데 평화를 가져다준다.
 저녁 때는 가족수도회 수녀원 손님방에 여장을 풀었다.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방을 준비해주시는 수녀님들 모습에 수도원이 본래 `환대의 집`이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쉬면서 영원한 안식을 생각했다.
 누구나 찾는 것을 만나게 된다. 단, 그것을 진정으로 찾는 한에서만 그렇다. 전례력 안에도 주님 오시기를 기다리는 대림시기가 있지만 주님을 기다리던 이들 중 어떤 이들은 주님을 찾아 먼 길을 걸었다고 성경은 전한다. 동방 박사들 이야기다.
 내가 찾는 것은 무엇일까. 사랑을 찾는 사람은 사랑을 만나고 미움을 찾는 사람은 미움을 만나며 자기만족을 찾는 사람은 자기만족을 만나게 된다. 우리가 공심판을 이야기할 때 그것은 누구나 궁극에는 예수님, 참사랑을 만날 것이라는 말씀이다. 그러나 궁극적 만남 이전에는 누구나 헤매며 나름대로 여정을 걷는다.
 성탄을 보내며 헛된 욕심과 내것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내 모습, 이 세상의 모습을 생각한다. 세상 것을 찾고 내 욕심을 추구하는 우리 어두운 마음 속에 참된 평화이신 그분을 찾는 지혜를 내려주시기를 비는 늦은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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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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