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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황인수 신부(성바오로 수도회, 성바오로출판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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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를 보면 세상이 참 어지럽구나 싶다. 정치인 비리, 디도스 사건, 바른 말을 하다가 박해받는 사람들…. 집단 따돌림에 지친 어린 학생이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세상이 왜 이렇게 어지럽습니까? 주님께 여쭙게 되는 시절이다.

 1월 2일에 축일을 지내는 대 바실리오 성인도 같은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4세기, 그리스도가 어떤 분인가를 둘러싸고 로마제국 전체가 분열에 휘말렸을 때다. 아리우스 논쟁 중에 황제 뜻을 거스르는 주교들은 주교좌에서 쫓겨나 유배되고 교회는 여러 파벌로 나뉘어 싸우고 있었다. 슬픔과 고통 속에서 성인은 묻는다. `이러한 상황을 고통스럽게 견뎌야 하는 까닭이 무엇인가.`

 갑자기 판관기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그 시대에는 이스라엘에 임금이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마다 제 눈에 옳게 보이는 대로 하였다"(판관 21,25).

 우리 시대의 어려움은 탐욕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제 욕심대로 무도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탐욕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하느님을 잃어버린 데 그 원인이 있지 않을까. 신이 없는 세상, 한 번뿐인 인생이라면 이 세상에서 누릴 것 다 누리고, 즐길 것 다 즐기면서 사는 것이 맞다. 참으로 왕으로 모셔야 할 분이 없을 때 사람은 갈 길을 잃고 세상을 어지럽게 만든다.

 우리가 잘못된 세상의 원인으로 탐욕을 꼽는 것은 예수님이 아니라 맘몬(mammon, 세속적 재물)을 왕으로 모시는 풍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맘몬을 거부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바실리오 성인도 참된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거셨다.

 당시 로마 황제는 발렌스라는 자였는데 자기 뜻을 거스르는 사제 여든 명을 콘스탄티노플 앞바다에 수장시키기도 한 무도한 자였다. 그의 명을 받들고 온 장군이 바실리오 성인에게 말한다. "너는 내가 두렵지 않으냐?" 바실리오 성인의 대답은 "내가 왜 그대를 두려워해야 하는가?"였다.

 장군이 "나는 네 재산을 몰수하고 너를 귀양 보내고 고문하며 죽일 수도 있다"고 하자, 성인은 "소유한 것이 없는 사람은 두려워할 것이 없다. 내가 가진 책 몇 권과 옷 몇 가지를 가져가려면 가져가라. 귀양도 두렵지 않다. 온 땅은 하느님의 것이니 나는 어디서나 편안하다. 죽는다면 내가 바라던 주님께 빨리 가는 것이니 나는 더 반갑다"고 말했다.

 이 대답에 질려버린 장군이 "이제껏 내 앞에서 너처럼 말한 자는 없었다"고 하자 성인은 "그대가 아직 주교를 만나본 적이 없어서 그렇다"고 답했다.

 49살 한창 나이에 세상을 떠난 바실리오 성인에게는 `위대하다`는 경칭이 붙었다. 내가 모시는 왕, 그리스도를 세상에 증거하기 위해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새삼 생각해보는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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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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