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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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추위에 떨고 있는 이웃은 없는지

황인수 신부(성바오로수도회, 성바오로출판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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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온다. 새벽부터 내린 눈이 사위가 어둑어둑해진 저녁까지 쉬지 않고 내리고 있다.
 수도원 형제들도 다들 어린아이같이 돼서 아침을 먹고 나서는 눈싸움을 한다, 눈사람을 만든다 하고 법석을 피운다. 강아지도 덩달아 겅중거린다. 태어나서 처음 겨울을 맞는 녀석에게는 눈이 신기한가 보다. 이 강아지는 검정이 많이 섞인 황토색 털을 가졌는데 이가 계속 자라서 그러는지 자꾸 무얼 깨무는 버릇이 있다.
 수도원 마당에서 혼자 놀다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놀아달라고 달려가는 강아지가 어제 오후에 ㅂ신부님을 만났다. 쌀쌀한 날씨에 그렇게 돌아다니는 녀석이 안쓰러웠던 걸까. 식당으로 향하는 내 귓가에 신부님이 강아지에게 하는 말이 들렸다.
 "너는 발이 안 시리니?"
 순간 커다란 곰이 강아지에게 몸을 구부리고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연상돼 웃음이 나왔다. ㅂ신부님은 우리 형제들 사이에서 `백곰`이라는 별명으로 통한다. 상대의 처지를 헤아리고 그에 대해 연민을 갖는 것, 모든 사랑은 여기에서 출발하는 게 아닐까. 사람들을 사랑하셔서 우리 가운데 그 한 사람으로 오신 하느님, 성탄의 뜻도 사실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구속주회 설립자인 리구오리의 성 알퐁소 주교는 아름다운 성탄노래를 남겼는데 그것은 `별들 사이에서 내려와`(tu scendi dalle stelle)라는 노래다. 작곡가 롯시니가 "이 노래를 듣지 않으면 왠지 성탄이 온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는 이 성가 노랫말은 이렇다.
 "하늘의 임금님/ 별들 사이에서 내려와/ 추위로 얼어붙은 동굴 속에 오셨네/ 오, 내 거룩한 아기여, 나 여기 떨며 당신 뵈옵나니/ 오 복되신 하느님/ 날 사랑하심으로 얼마나 고통을 받으시는지/ 두를 옷도 쬘 불도 없는 나의 주님/ 세상의 창조주이신 당신/ 이 가난만큼 당신 나를 더 사랑하심은/ 사랑이 당신을 더 가난하게 한 때문에/ 사랑이 당신을 더 가난하게 한 때문에."
 이렇게 가난하게 세상에 오신 예수님을 맞아준 사람들 역시 들판에서 밤새워 양 떼를 돌보던 목자들이었고, 크게 내세울 것 없는 목수 요셉이었으며 처녀 마리아였다. 요컨대 가난한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예수님께서 산에 올라 입을 열어 처음 가르치신 산상설교의 첫 마디가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복되어라,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였던 것은, 그러므로 가난한 이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가난한 마음속에는 타인에 대한 연민이 깃들고 거기에서 사랑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겨울, 추위와 굶주림에 떨고 있는 이웃은 없는지, 내가 외면하고 있는 형제는 없는지 주위를 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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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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