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사목일기] 경의를 표하는 사람이 되자

황인수 신부(성바오로수도회, 성바오로출판사편집장)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토니노 벨로 주교님이라는 분이 계셨다. 1982년부터 1993년까지 이탈리아의 몰페타(Molfetta)교구 주교로 봉직하셨는데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이 참된 사목자의 모델로 기억한다.
 언젠가 벨로 주교님이 계시던 몰페타의 주교좌성당이 바실리카로 지정되는 영예를 입어 축하식을 거행했다. 행사 말미에 벨로 주교님이 감사인사를 하면서 `바실리카` 뜻을 설명했다. 이 말은 본디 `왕`이라는 옛말에서 유래했으며 바실리카는 그래서 `왕의 집`이며 교회가 바실리카라 불리는 것은 우리 주님, 그리스도 왕께서 머무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갑자기 청중 가운데 한 젊은이가 손을 번쩍 들더니 물었다.
 "모든 교회에는 주님이 머무시는데 어떤 곳은 바실리카라 부르고 다른 곳은 그냥 `성당`이라 부릅니까?"
 갑작스러운 질문에 주교님이 당황해 하자, 한 원로 신부님이 거들었다.
 "벽돌로 된 성당이 있다면 살로 된 성당도 있습니다. 실은 우리 몸이야말로 주님께서 머무시는 집이기에 우리 자신이 참된 바실리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날 저녁 벨로 주교님이 본당 젊은이들과 함께 드라이브를 하러 갔다가(주교님은 젊은이들을 사랑하셨고 젊은이들도 주교님을 사랑했다) 주교좌성당으로 돌아오는데 성당 출입문 앞에 노숙자 한 명이 술에 취해 누워 있었다. 난감해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주교님 귀에 어떤 목소리가 들렸다. `대체 살로 된 바실리카는 어떻게 된 것일까?` 주교님은 차에서 내려 그 사람을 안아 사무실로 데려가 뉘었다.
 이탈리아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벨로 주교님 일화다.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사람이라는 것, 사람은 그 자체로서 목적이지 수단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요즘 뉴스 보기가 겁난다. 따돌림으로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들 이야기는 끔찍하다. 성적 때문에 세상을 버리는 학생도 한둘이 아니다.
 어쩌다 세상이 이렇게 되었는지, 우리가 사람을 사람으로 바라보지 않고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는 아닌지. 사실 언론이 무슨 일을 평가할 때 몇 억원, 몇 조원 효과라는 식으로 기사 제목을 뽑는 일은 흔하다. 이렇게 돈으로만 평가하는 세상에서 사람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생명`이라는 말은 `살다`라는 말과 `명하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살라는 (하느님의) 명령`이다. 죽지 말아라, 살라는 명령이다. 또 죽이지 말아라, 살리라는 명령이기도 하다.
 누구나 성당에 들어가면 모자를 벗고 경의를 표한다. 지금 이 순간 내 앞에 있는 한 사람에게 경의를 표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2-01-22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30

시편 34장 10절
주님을 경외하여라, 그분의 거룩한 이들아. 주님을 경외하는 이들에게는 아쉬움이 없도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