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사목일기] 나는 특수사목 신부다

부산교구 직장노동사목부전담 이창신 신부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베트남에서 교포사목을 마치고 돌아온 내게 주어진 새로운 임무는 노동사목이라는 특수사목이었다.

 국내외 노동자와 여러 노동현장에서 벌어지는 노동문제가 1차 사목대상이다. 오랜만에 돌아온 고국과 특수사목이라는 새로운 자리에 적응하느라 한동안 멍했다.

 종종 동료 신부들 모임에 가면 본당사목을 하는 선후배에게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게 된다. 본당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 사목회나 수녀님들과 갈등, 힘겹게 준비하고 보람있게 끝난 행사 등 다양하다. 사제품을 받고 보좌 생활 2년 만에 외국으로 떠난 터라 본당사목을 하는 신부들 이야기는 언제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보좌신부로 사목하던 때를 생각해보면 본당 생활은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정신없이 움직이는 시간이었다. 주일이 다가오면 강론을 준비하고, 미사를 주례하며 정신없이 주일을 보내고, 정해진 모임에 참석하고 나면 한 주, 한 달이 훌쩍 지나갔다. 본당에서는 시간을 지배하지 못해 늘 급하게 쫓겨다니곤 했다.

 하지만 특수사목은 여러 가지로 다른 점이 많다. 우선 사무실에 출근해야 한다. 처음에는 출퇴근이라는 용어가 몹시 어색했다. 사무실에 내가 지켜야 할 책상이 있는 것도 어색했다. 정해진 미사나 모임이 적어 몸은 편했지만 뭔가를 하고자 하면 제약이 많아 한참 고민을 해야 했다. 본당에 있으면 어린이 미사로 바쁠 토요일에 등산하는 행운(?)을 맛볼 수 있게 됐지만 창의적으로 일을 찾고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또 신자가 아닌 사회활동가를 자주 만나게 되는 것도 어색했다. 비슷한 일을 하지만 주님의 정의와 사랑을 바탕으로 하는 활동에서는 그들과 종종 차이점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접 현장을 방문할 때면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는 교회 모습을 체험한다는 생각에 이 자리가 얼마나 귀한 곳이고, 소중한 지를 알게 된다.

 첨예한 갈등이 있는 노동현장과 마주할 때면 사회와 함께 하는 교회의 참된 모습이 진정 무엇인지 고민하게 돼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정의롭지 못한 상황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만나면서 교회 역할뿐 아니라 사제 역할에 대해서도 참 많이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시간을 지배하지 못하고 늘 쫓겨다니던 본당과는 달리 새로운 시간의 틀을 만들어 가며 살아가는 특수사목은 나름 매력이 있어 보인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2-01-15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30

2요한 1장 3절
하느님 아버지와 그분의 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려 주시는 은총과 자비와 평화가 진리와 사랑 안에서 우리와 함께 있을 것입니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