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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오른손 아직 떨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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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교구 직장노동사목 전담 이창신 신부

   지난해 10월 통 신부님께서 베트남으로 가셨다. 통 신부님은 2006년부터 우리 사무실에서 함께 활동하신 베트남 신부님이다.

 통 신부님이 마지막 미사를 집전하던 날, 어느 수녀님이 오시더니 "이제 베트남 공동체는 어떻게 되냐"며 "베트남 노동자들이 `목자 잃은 양`이 될 것 같다"고 많이 걱정하셨다.

 그러지 않아도 고민하던 차였다. 사람들은 베트남에서 5년간 교포사목을 한 나를 가리키며 "신부님이 이제 베트남 미사 하시면 되겠네요"라고 했지만 자신이 없었다. 그간 꾸준히 공부하지 않아 베트남어 실력이 현저히 줄어든 탓이다.
 하지만 다른 대안이 없었다. 몇 날 며칠 고민 끝에 책장에 꽂혀있던 먼지 쌓인 베트남어 미사경본과 어느 베트남 신부님이 녹음해주신 미사경본 테이프를 꺼내 연습을 시작했다.

 연습을 시작하는데 `뜨 신부님`이 생각났다. 내가 처음 베트남에 갔을 때 한인 공동체를 위해 한국어 미사를 집전해주시던 베트남 신부님이다. 당시 뜨 신부님은 한국어 뜻도 모르고 읽는 연습만 하셔서 한국어 미사를 집전하셨는데 신자들은 매우 고마워했다. 또 예순이 훨씬 넘으신 연세에도 한국 신자들을 위해 언제나 "고해성사도 오케이(OK)"를 외치시던 모습에 나도 용기를 냈다.

 통 신부님이 떠난 첫 주일, 베트남어 미사를 집전했다. 복음은 함께 읽자고 하고 강론은 신자 대표한테 인터넷에서 찾아 대신 낭독하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미사경본을 읽는 데만 집중했다. 성조(聲調)가 6개나 되는 베트남어는 발음이 어려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얼마나 긴장했던지, 두 팔을 벌리고 기도하는데 급기야 오른손이 눈에 띄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뿐 아니다. 나도 모르게 마이크에 대고 혼잣말로 "아휴, 힘들어"라고 했는데 베트남 친구들이 알아듣고 웃는 것이었다.

 내 발음이 알아듣기 어려워 미사 참례자 수가 줄어들어도 어쩔 수 없다고 마음먹고 시작한 미사였다. 하지만 처음 60명 정도 오던 신자 수가 매주 늘어 대축일에 200여 명, 평소에는 120여 명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만하면 통 신부님이 계실 때와 비슷해졌다.

 지금도 여전히 팔을 벌리고 경본을 읽으면 오른손이 떨리지만 베트남 노동자들과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단어 하나라도 정성껏 읽어 그들에게 미사 은혜가 풍성히 전해져 그 은혜로 타국생활의 어려움을 잘 극복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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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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