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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이해 바라기보다 이해하려는 노력

이승민 신부(서울대교구 청소년국 대학생사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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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소통`이라는 말이 화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소통 부재를 문제 삼으며, 타인의 마음에 대해서는 눈과 귀와 마음을 닫아 놓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세태에 대해 지적을 하곤 합니다.

 보좌신부들은 주임신부님이나 어른 신부님들 모습을 보며 이러쿵저러쿵 말을 하기도 합니다. 제가 신학생일 때도 주임신부님에 대한 말이 본당에서 오고 갔습니다. 그분은 지금 하느님께 가셨지만, 자린고비로 유명하셨습니다. 밤 9시가 되면 지하 교리실에 내려오셔서 사람이 있건 없건 불을 다 끄고 올라가시고, 성당 여기저기를 돌아다니시며 야단을 치시곤 했습니다. 따뜻함이란 찾아보기 어려운 분이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신학생인 저를 사제관으로 부르셨습니다. 그리곤 손수 커피를 타 주시며 세 시간 동안이나 본당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아하, 본당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여러 가지 사정들이 있었구나…. 신부님께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뜻이 있으셨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불만만 이야기할 줄 알았지, 진심으로 주임신부님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없었구나 하는 반성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 후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맞닥뜨려도 분명히 내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성모님처럼 곰곰이 마음에 그 일을 새기며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게 됐습니다.

 저는 대학생사목부를 7년째 맡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서는 지난 시간들을 자꾸 돌아보게 됩니다. 위에서 어른 신부님들과의 이해와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윗사람들에 대한 이해는 어쩌면 아랫사람으로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고, 받아들여야만 하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오랫동안 대학생들을 만나면서 그들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했음을 느낍니다. `다 살아본 시간들이니 나도 알고 있다`는 마음이 어쩌면 그들을 온전히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된 것은 아닐까. 이곳에서의 경험이 학생들보다는 더 많으니 오히려 학생들이 나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학생들을 이해하기보다는 나를 이해해주기를 강요하진 않았나….

 청소년은 분명 우리에게 소중하고, 이 시대의 현상이며 미래의 희망입니다. 그래서 청소년에 대한 사목과 교육에 많은 관심을 기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에는 진정으로 그들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전제돼야 한다는 생각을 해보는 요즘입니다.

 병들고 고통 받고 소외된 사람들 마음을 헤아려주신 예수님 마음, 어린이 눈높이로 자세를 낮추신 예수님 마음을 새삼 떠올리며, 오늘도 만나게 될 대학생들 마음을 진심으로 들여다보고 이해하도록 노력하는 하루를 만들어보기로 결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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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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