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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어른이 된다는 것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대학생사목부 이승민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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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나이 스무 살 때를 떠올려 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막 신학교에 들어가 라틴어를 배우고, 신학이다 철학이다 어려운 학문도 배우며,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하고 신부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하는 고민을 진지하게 친구들과 나눴던 기억이 납니다. 스스로는 많이 부족한 존재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지적ㆍ영적으로 마구 채워지던 그때…. 성숙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신학교 교복이라고 농담처럼 말하던 검은 양복을 쫙 빼입고 밖에 나가면 얼굴은 아직 어려도 아저씨라는 호칭을 듣기도 하던 그때…. 어른이 돼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대학생사목부를 담당하는 사제로서 많은 대학생들을 만납니다. 요즘은 제가 군대에 있을 때 태어난 아이들이 대학생이 돼 제게 인사를 하고, 때론 라틴어보다 더 알아듣기 힘든 전문적 지식들과 용어를 풀어내며, 술자리에서는 제게 "원샷!"을 외칩니다. 제가 스무 살 때처럼 얼굴은 어려 보이고 화장이 어색해도 이 친구들 역시 이젠 어른입니다.

 그러나 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거나 행사를 준비하다 보면 사실 한숨이 나올 때가 많습니다. 내 눈 앞의 스무 살 학생들이 이 순간만큼은 스무 살도 안 된 것처럼 어려 보이기만 합니다. `아직은 잘 모를 테니까…` `처음에 일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하고 생각하며, 인내와 사랑을 가지고 잘 가르치고 이끌어야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거듭해 보지만, 결국 야단을 치게 됩니다.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가르친 것이라고, 이 과정을 거쳐야 배우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해 봐도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학생들에겐 야단을 맞은 시간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이 바로! 제가 `어른이 어른이 아니게 되는` 순간입니다. 어른답게 더 큰 사랑과 더 넓은 마음으로 보듬어줬어야 하는데…. 저는 아직 어른이 되지 못했습니다. 겉으로는 학생들도 어른임을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그 나이 때 마음과 경험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위선을 보인 것은 아닐까, 왜 자꾸 마음과는 다르게 학생들에게 표현이 될까 생각하게 됩니다.

 아…. 오늘도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술잔에 담아 학생들에게 건네며 하루를 마칩니다. 얘들아,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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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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