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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예수님의 측은지심 따라하기

이승민 신부(서울대교구 청소년국 대학생사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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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이야기, 남자들끼리 모였을 때도 이 얘기가 나오면 `할 말이 없구나` 싶은 그 이야기, 군대 이야기를 짧게 해 볼까 합니다.
 부대에서 서열 서너 번째에 있던 어느 여름날, 제가 근무하던 연대 병력 전체가 단체기합을 받는 일이 생겼습니다. 근무가 끝난 시간에 부대를 관리하는 일직사관의 심기를 누군가가 건드렸나 봅니다. 우리는 반바지에 러닝차림으로 연병장에 집합했다가 다시 내무반으로 뛰어들어가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집합하기를 반복했습니다. 연병장과 내무반을 정신없이 몇 번 왕복하자 부대원들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마침내 숨을 헐떡이며 계급순으로 줄을 섰습니다.
 그때 들려오는 일직사관의 외침. "대신 총대 멜 사람 앞으로 나와!"
 저는 고참이라 맨 뒷줄에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쫄다구들 안 나가고 뭐해!` 그러나 앞으로 나가는 사람은 없었고 침묵만 흘렀습니다. 일직사관은 다시 외쳤습니다. "대신 총대 멜 사람 없어?"
 `아니, 이 녀석들 안 나가고 뭐 해?`하며 고개를 드는 순간 후임병들의 긴장된 뒤통수가 보였습니다. 후임병들 뒤통수는 한없이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그리곤 저도 모르게 손을 들며 "병장 이승민!"하고 외치고 말았습니다. 앞으로 나가는 제 귀에 안도의 한숨이 들려왔습니다. 그때 일직사관이 의외의 말을 건넸습니다. "내무반으로 들어가!" 결국, 그날 저만 기합을 안 받았습니다. 하하하.
 이 이야기를 다시 꺼낸 이유는 사순시기에 예수님 모습을 묵상하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측은지심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제가 후임병들 뒤통수를 보며 들었던 그날의 느낌은, 어이없이 들릴지 모르겠지만, 예수님과 같은 측은지심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한 동정이 아닌 마음 깊은 곳에서 휘몰아치던 느낌, 나도 모르게 손을 들게 했던 그 느낌. 지금 생각해도 감동을 하곤 합니다.
 예수님 수난을 묵상하는 이 시기에 대학은 개강합니다. 제 특기는 `출장 미사`입니다. 대학 교정을 찾아다니며 개강미사를 드리는 요즘은 몸이 열 개쯤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이 피곤한 시기는 다시 한 번 측은지심을 떠올리게 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요즘 대학생들이 얼마나 안쓰러운지 아세요? 등록금 걱정해야지, 학점 걱정해야지, 취직 걱정해야지…. 우리 가톨릭 신자 대학생들은 그 와중에 신앙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걱정을 한답니다. 신앙이 없다면 남들처럼 세상이 원하는 대로, 세상 방식대로 `꼼수`를 부릴 수도 있을 텐데, 자기도 잘 못살면서 다그쳐대는 신부를 만난 덕에 고민만 늘어난 우리 학생들을 생각하면 많이, 아주 많이 미안합니다.
 "하지만 얘들아~ 신부님이 군대 있을 때 경험을 보면 말이야, 결국 그게 살아남는 거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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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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