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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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채찍 든 로마 병사인가?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대학생사목부 이승민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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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 말씀을 읽다 보면 `세상이 창조된 날부터 지금까지 뭐가 변한 거지?`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죄를 짓고, 우상을 섬기고, 세상 권력에 집착하고, 하느님을 몰라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을 보내셔서 세상을 바꾸는 방법을 보여주셨습니다. 요나처럼 도망가거나 유다처럼 세상과 타협하는 것이 아니라 묵묵히 하느님 사랑의 계명을 실천하는 방법을 말입니다. 그 방법은 굉장히 단순하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워서 때로는 속이 터지기도 합니다.

 한 번은 연락을 끊은 채 삐딱하게 행동하려는 학생들을 무작정 학교 앞에서 기다리다 만나 겨우 설득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 잃어버린 어린 양을 찾아 어깨에 메고 돌아오는 그림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속으론 생각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어린 양을 어깨에 메고 오신 이유가 혹시 양의 다리몽둥이를 부러뜨리셔서 그런 거 아닌가?` 물론 아니겠지요.

 교회 안에도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역경 속에서도 교회가 2000년 이상을 꿋꿋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예수님 삶의 방식을 지켜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때론 우리 모두에게 수도자와 같은 모습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도인과 같은 마음을 갖고 한걸음 뒤에서 지켜보는 것이 맞는 방식이라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대학생사목부를 담당하고 난 뒤의 제 모습을 보면 그렇게 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인생은 길게 봐야 하는데, 눈앞 대학생들 삶을 보면 조바심을 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해야 할 이때 예수님 사랑이 아니라 세상의 자본과 권력의 굴레를 좇아 세상 가치를 따라가고 합리화하는 모습을 보면, 두고만 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참 많이 싸워온 것 같습니다.

 저로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한 일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 과정에서 저 역시 세상을 닮은 폭력적 모습을 보인 건 아닌가 고민하기도 합니다. 학생들에게는 예수님을 따라가라고 말하면서, 정작 나는 예수님과 같이 십자가를 지고 가며 말한 것이 아니라 로마 병사들처럼 채찍을 들고 다그쳤던 게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오늘도 세상엔 참으로 아픈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구 어느 한 편에서, 우리나라에서, 그리고 대학 안에서도…. 이 아픈 곳을 외면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납니다. 아픈 곳을 향해 손 내밀 수 있는 학생 사도들을 만들어야 한다는 마음에 조바심이 납니다. 그리고 아픈 곳을 향해 나아가는 방식이 예수님을 닮은 모습이어야 함을 어떻게 가르치고 보여줘야 할지 어려움을 느낍니다.

 오늘도 개강미사 집전을 위해 대학교로 향하는 길, 기도를 올립니다. "예수님! 제가 예수님을 끌고 가는 병사가 아니라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를 지고 가는 제자가 되게 해 주세요."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2-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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