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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100명 중 단 1명이라도!

김기원 신부(수원교구 교정사목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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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교구 교정사목위원회는 출소자들을 위한 장기쉼터 `밝음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 달 전 밝음터에서 생활하는 출소자에게 온갖 욕설이 다 담긴 문자를 받았습니다. 그는 전화를 걸어 또 욕을 했고, 만나서 상담하는 중에도 제게 좋지 않은 말을 했습니다.

 결국 밝음터에서 내 보내기로 결정하고 방 열쇠를 돌려받았습니다. 가석방으로 나올 수 있도록 제가 거주지를 보장해줬던 그는 짐을 정리하는 며칠 동안 밝음터 문을 박살내고, 거실에 있던 텔레비전을 발로 차 고장을 내고 나갔습니다.
 그는 10개월 가까이 밝음터에서 생활했습니다. 한겨울에 온도를 높여놓고 반바지에 러닝셔츠 차림으로 지내기에 몇 번이고 주의를 줬지만 말을 듣지 않아 보일러 온도 조절 장치를 옮기자 이런 일을 벌인 것입니다. 그로 인해 난방비가 너무 많이 나와(월 100만 원) 보일러 온도를 낮췄더니 그는 "사람을 거지 취급한다"며 불같이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밝음터를 운영한 지 햇수로 5년이 됐습니다. 그동안 참 많은 출소자들을 만났고, 그들에게 사기ㆍ배신도 많이 당했습니다. 인사도 하지 않고 떠난 출소자도 있었고 밝음터 기물을 가지고 떠난 이도 있었습니다.

 밝음터를 떠난 형제가 사고를 쳐 제가 피해자에게 보상을 해주고 가까스로 입건을 막은 적도 있었습니다. 밝음터에 있는 동안 절도죄를 저지른 형제 때문에 형사가 저를 장물아비로 오해한 적도 있었습니다.

 아직까지 수배 중인 형제, 도망 다니는 중에도 제게 전화를 해 안부를 묻던 형제(현재 수원구치소 수감)도 있었습니다. 또 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수감돼 교도소에서 재회한 형제도 있습니다. 그동안 밝음터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돌아보면 참으로 파란만장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 가지 아픔을 겪으면서 어느 정도 면역이 됐지만 이번에 또 이런 일을 당하고 나니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면 늘 상처를 받습니다.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는 말을 체험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그들을 위한 쉼터를 운영하는 이유는 그들 중에 단 한 명이라도 재활에 성공해 건강한 사회인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실제로 밝음터를 거쳐 간 몇몇 형제들이 사회에서 잘 살고 있고 밝음터 미사에도 가끔 참례합니다.

 출소자 100명 중 1명만 잘 살아도 교정사목을 하는 이들은 말로 다할 수 없는 기쁨을 느낍니다. 교정사목을 하면서 숱한 실패와 좌절을 겪지만 그래도 힘을 내서 다시 출소자들에게 다가가 아픔을 보듬어 줄 것입니다. 그들의 재활을 위해 오늘도 "파이팅!"을 외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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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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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7장 35절
병자 방문을 주저하지 마라. 그런 행위로 말미암아 사랑을 받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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