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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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222. 복음과 사회교리(「간추린 사회교리」 143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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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 당신은 십자가에서 예수가 무엇을 이루었냐고 물었죠? 내 말 잘 들어요. 그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나는 이 세계와 완전히 화해했어요. 내가 말하는 화해는 상호적인 것이고 나는 모조리 완전히, 최종적으로는 내 역할을 다했어요. 사랑의 본성은 관계를 강요하는 대신 길을 열어주죠.”(윌리엄 폴 영 「오두막」 중)


■ 악을 응징

호탕한 주인공이 악당들을 물리치는 시원한 이야기 좋아하십니까? 의로운 주인공이 곤경에 처한 이들을 구하고 악을 심판하며 정의와 공정을 구현한다는 주제는 모든 사람의 희망입니다. 가톨릭 교리도 인과응보에 입각한 심판을 명시합니다. 모든 인간은 죽음·심판·천국·지옥이라는 종말을 맞이하며 자비로우신 심판관께서 사람들을 그들의 행업대로 심판하실 거라 가르칩니다.

특히 사회교리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행위에 대한 도덕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그 책임에 기초해 하느님의 심판을 받게 될 거라 강조합니다.(「간추린 사회교리」 399항) 그런데 멋진 히어로에 의해 응징돼야 할 명확한 악도 존재하겠지만 세상에는 복잡하면서 아픈 현실들이 공존합니다.


■ 피해자가 가해자로

소설 「레 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은 배고픔을 못이겨 고작 빵을 훔친 죄로 5년 형을 언도받습니다. 학교폭력이나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피해자들, 군대의 내무 부조리 피해자들이 우발적인 상황에서 안타깝게도 가해자가 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른바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폭력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재생산되는 상황입니다. 소외된 이들을 방치하는 사회적 무관심은 이런 구조를 악화시킵니다.

그래서 영화 ‘스파이더맨’ 주인공 피터는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 방관했던 강도 사건으로 인해 할아버지의 죽음을 겪습니다. 범죄를 합리화할 수 없겠지만 범죄가 양산되는 상황이 존재하고, 선한 사람도 그런 상황 속에서 악한 일을 저지를 수 있음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요컨대 인간에게 선과 악이 정해져 있다기보다 악한 상황이 발생하는 상황을 주의깊게 봐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 사랑과 심판

하느님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비를 내리시며(마태 5,45), 또한 이스라엘만이 아니라 그들의 적국 니네베조차 가련하게 보신다고 합니다.(요나 4,11) 지혜로운 식별과 구분도 필요하겠으나 이분법적 사고에서 비롯된 섣부른 단죄와 심판은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복잡하고 안타까운 문제일수록 깊은 숙고와 시간이 필요하며 더욱이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상대방의 상황을 헤아려주고, 문제의 뿌리가 무엇인지를 깊이 통찰하고 언제 어디서든 하느님 가르침을 간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모든 시대에 하느님의 공의로운 심판도 요청되고 있으나, 그 심판은 누군가를 친구와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사랑과도 깊이 연관돼 있음을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셨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파스카 신비의 힘으로, 이웃을 멸시하고 다른 이들을 지배하려는 관계의 근원이 되는 무질서한 자기애의 굴레에서 인간을 해방시켜 주신다. 그리스도께서는 자유란 자신을 내어 줌으로써 완전해진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신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십자가 희생제사를 통하여 다시 한번 인간이 하느님과 이웃과 친교를 맺게 하신다.”(「간추린 사회교리」 143항)


이주형 요한 세례자 신부
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3-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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