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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엽 신부의 성경 속 인물] (11) 뛰는 야곱 위에 나는 삼촌 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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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속담에 ‘Talent above talent’라는 말이 있다. 우리에게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로 표현된다. 성경에서 이 속담을 잘 나타내는 인물로 바로 레베카의 오빠, 야곱의 삼촌인 라반을 들 수 있다. 타인의 약점을 정확히 알고 마치 도움을 주는 척하며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사람, 우리 주위에서 지금이나 과거의 사건에서 한두 명은 떠오를 것이다.

우리가 살면서 가장 피해야 하는 부류의 사람이지만 어쩔 수 없이 혈연이나 지연, 직장 등으로 묶인 관계도 많다. 그런데 상대를 바르게 아는 것과 속고 있으면서도 잘 모르는 것은 전혀 다르다. 상대를 이용하는 사람은 자기의 발톱을 드러낼 때까지 자신의 진짜 모습을 위장한다. 상대의 약점이나 취약한 점을 잘 이용하는 이는 상대가 거절하지 못할 제안을 하고 피해를 보는 당사자는 마치 은인을 만난 것처럼 고마움을 느끼게 한다.

야곱은 에사우에게 죽을 끓여주고 장자권을 샀다. 그리고 이사악으로부터 축복을 받았다. 에사우는 분노에 가득 차 하루 종일 야곱을 찾았지만, 그의 머리카락조차 볼 수 없었다. 야곱이 어머니 레베카의 도움을 받아 삼촌 라반에게 피신했기 때문이다. 야곱은 사기꾼, 모사꾼이라는 이름의 이미지처럼 꾀가 많고 머리가 영리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세상에는 항상 한 수 위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삼촌 라반은 처음에는 야곱을 환대하고 반겼다. 시간이 지나면서 라반은 젊고 힘이 좋은 야곱에게 욕심을 냈다. 먼저 라반은 야곱이 자신의 딸인 라헬에게 마음이 있음을 간파하고 야곱을 붙잡아 둘 계략을 짠다. 라반은 야곱에게 라헬과 짝이 되면 좋겠다면서 조건을 걸었다. 라반은 야곱이 7년간 자신을 도와주면 라헬과 결혼시켜 주겠다고 제안했다. 어차피 형에게 쫓기는 신세인 야곱도 안전한 피신처가 되는 라반의 곁에 머물고 자신이 사랑하는 라헬과 결혼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일거양득이라 생각했다.

야곱은 라반에게 최선을 다해 일하며 7년의 세월을 견디었다. 당시의 근동지방의 풍속은 친척 사이에 결혼하는 것이 자연스러웠고 남자는 결혼할 때 장인에게 결혼 지참금을 지급해야 했다. 신랑 측은 돈이나 보석, 가축을 선물하거나 노동으로도 지참금을 대신할 수 있었다. 야곱은 라반과 무상 노동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셈이었다.

드디어 약속한 7년의 시간이 흘러 야곱은 라헬과 결혼식을 치렀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야곱은 자신이 결혼한 여인이 라헬의 언니인 레아라는 사실에 혼비백산했다. 그러자 라반은 당시 관습을 들먹이며 동생이 언니보다 먼저 시집갈 수 없지 않냐며 7년만 더 일해주면 라헬과도 결혼을 승낙하겠다고 또다시 제안했다. 사실 라반은 언제부터인가 큰 그림을 그렸다는 생각이 든다. 야곱에게는 사실 선택지가 없었다. 14년 동안이나 야곱을 자신의 곁에 두고 좋은 노동력을 사용할 수 있는 라반의 계략이었다.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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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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