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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신부’와 ‘꽃의 스님’이 함께 쓴 시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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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섬에 꽃비 내리거든 / 김인중 신부·원경 스님 / 파람북


“나를 드러내지 않으려 새벽에 일어나 기도했다.”

“절집의 노스님을 섬기는 마음으로 모시게 되었다.”



전자는 김인중(프랑스 도미니코수도회) 신부의 바람이고, 후자는 원경(심곡암 주지) 스님의 마음이다. 웬만해서는 마주칠 일이 없는 천주교의 사제와 불교의 승려가 기도와 섬김으로 서로를 마주한 이유는 함께 책을 펴냈기 때문이다. 바로 「빛섬에 꽃비 내리거든」. 스테인드글라스의 거장 김인중 신부가 그리고, 북한산 깊은 산사의 시인 원경 스님이 썼다.



속진을 떨친 그물에 걸림 없는 바람처럼

그 숨결은

빛을 나르는 바람이 되시기를

가닿지 못할 곳 없는 새의 날개처럼

그 빛깃이

가없는 자유의 나래 펼치시기를



스님이 김 신부를 생각하며 쓴 ‘님을 위한 기도’의 일부다.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 4월 원경 스님이 충양 청양군의 빛섬아트갤러리를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갤러리에는 김 신부가 지금껏 작업한 600여 점이 상설 전시되고 있다. 「빛섬에 꽃비 내리거든」에는 김 신부의 주요 작품과 그 이미지를 보고 써 내린 원경 스님의 시와 산문이 나란히 실려 있다.

“시화집을 하자는 제안에 익숙하지 않은 정서라서 주저했습니다. 그럼에도 자기 생각에 갇히지 않는 성찰을 통해서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는 것이 진정한 수행이 아닌가, 그렇게 다짐하고 작품을 감상하고 뵙고 하니까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추상의 묘함일까. ‘빛의 화가’라는 수식어처럼 신부님의 작품을 보다 보니 순수한 상상의 사유가 더 깊어지고, 마치 고결한 승무에서 긴 옷깃을 펼치는 모습을 보는 듯도 했습니다.”(원경 스님)

“우리가 수도복을 입어서 거룩해 보이지만, 다른 사람보다 낫지 않아요. ‘우리나라에는 삭발했다고 수도승이 되는 게 아니고, 서양에는 수도복 입었다고 수도자는 아니다’라는 말이 있는데, 수행은 다 같이 하는 거죠. 부처님 손이나 예수님 손이나 모두 펴져 있잖아요. 움켜쥐고 있으면 안 돼요. 묵주알처럼 다 같이 협력해서 살기 좋은 세상이 됐으면 좋겠어요.”(김인중 신부)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50년간 프랑스에서 수도생활과 작품 활동을 했던 김 신부는 유럽 50여 개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제작했고, 지난해부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산업디자인학과 초빙 석학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원경 스님은 1990년 중앙승가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북한산 심곡암 주지를 맡고 있다. 조계종 15대 중앙종회의원과 사회복지재단 상임이사 등을 역임했고, 2015년부터 원각사 무료급식소를 운영 중이다. 각자 다른 종교와 다른 예술을 추구해 온, 그래서 한 책에 엮이기 힘든 수도 사제의 그림과 승려의 시는 종교와 장르를 뛰어넘는 그 어떤 숭고함으로 어우러진다.

“배가 떠서 나가려면 물이 깊어야 하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겸손’입니다. 스님의 시와 저의 그림은 ‘아름다움’ 하나에 뜻을 함께하였으니 종교 간에 초탈의 세계를 통해 저세상의 아름다움을 미리 맛보시기를 소망합니다.”(김인중 신부)

“‘참된 진리는 이름을 떠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종교의 이름마저도 실상에서는 없는 것이고, 신부님과 저는 그런 불의적인 가르침과 사상을 함께 공감할 수 있었던 듯합니다. 저희의 만남이 모든 것을 조화롭게 하고, 사회를 화합하고 사랑을 구현하는 자그마한 꽃씨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원경 스님)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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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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