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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만에 콜라주전을 여는 이춘만 화백은 전시를 통해 “생과 사의 경계에 놓인 추상적 사고의 언어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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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이춘만(크리스티나·71) 화백이 3년 만에 콜라주 전시를 연다. 성미술 작품을 중심으로 한 조각 작업은 주제의 특성상 무게감이 느껴지지만, 콜라주 작품에서는 자유롭고 천진난만한 이 화백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그의 콜라주 전시가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는 5일 선화랑에서 세 번째 콜라주 전시를 여는 이 화백을 북한산이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는 서울 수유동 자택에서 만났다. 일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멋스러운 복장을 갖추고 있는 그는 콜라주 작품에 등장하는 모델 그 자체였다.
“노숙자라는 작품이 있어요. 하찮고 비천한 모습의 노숙자가 제 눈에는 수행자, 은수자로 보여요. 그 모습은 또한 제 자신이기도 한 것 같아요.”
50여 년간 집중했던 조각에서 잠시 벗어나 콜라주 작업에 매진한 그는 평면 속의 공간을 통해 인체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하고, “그것이 제 내면의 세계를 거스르지 않는 표현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내면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이 화백에게 조각과 콜라주 작업은 크게 다르지 않다. “콜라주와 입체는 분리할 수 없는 창작의 연장선상에 긴밀한 띠로 연계됩니다. 콜라주가 있기에 입체는 더욱 풍부한 형성으로 진행되고, 입체가 있기에 콜라주는 창작의 여유로움으로 상호 보완됩니다.”
이때문에 그의 작업이 진행될수록 두 작업의 깊이는 더욱 깊어진다. 이번 전시에서 이 화백이 주목하는 것은 ‘인체’다. 전시 주제도 ‘언어와 인체’로 정했다. “인체는 언어를 담는 그릇”이라고 말한 그는 암호와 기호, 주파수 등 나름의 징표를 사용해 생과 사의 경계에 놓인 추상적 사고의 언어를 표현하고자 했다. 전시 작품에서는 연기와 큰손, 빈손, 주파수 등 여러 암호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외눈박이 이미지가 눈길을 끈다.
“외눈은 초자연의 시지각을 상징해요. 근데 제가 천주교 신자이니깐 그것이 하느님의 눈을 뜻한다고 설명할 수 있어요.”
이번 전시에서는 이 화백의 콜라주 일기, 한국순교자의 데드마스크, 그리스도와 열 두 제자 등 색다른 작품들이 다수 공개된다. 전시를 마친 후에는 조각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4년에는 독일 하이델베르크, 베를린, 함부르크 등에서 전시를 열 예정이에요. 콜라주와 조각을 병행하면서 제 안의 것들을 드러내고 싶어요.”
※문의 02-734-5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