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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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떠 잠들 때가지 음악 이야기만…"

교황청 교회음악대학 출신 음악가 이호중 박현미씨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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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음악가 부부 이호중 박현미씨.
이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음악 이야기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아내는 좋은 가사에 좋은 음악을 잘 입히는 특별한 재능이 있어요."(남편 이호중씨)
 "제 남편의 곡 해석은 다양하고 풍부해요. 그레고리오 성가를 지휘하는 모습을 보면 `멋진 손을 가진 지휘자`에요. 우리 밖에서까지 이러면 안되는데. 하하."(아내 박현미씨)
 3월 중순, 서울 광화문 한 이탈리아 레스토랑. 미국 필라델피아주교좌성당에서 성가대 지휘자로 있는 이호중(라파엘, 40)씨와 아내 박현미(체칠리아, 42)씨가 딸과 함께 잠시 귀국했다.
 레스토랑에 진열된 고장난(?) 오르간에 기대어 다정한 포즈를 취해달라고 하자 금세 미소가 번진다. 이들은 교회음악을 전공한 부부다. 국내에 음악을 공부한 부부는 많지만 교회음악을 함께 전공한 부부는 드물다.
 "우린 아침에 눈 떠 잠들 때까지 음악 이야기만 해요. 이게 제일 행복하죠. 아내가 작곡하면 제가 수백 번 불러보고 교정하고 시연하고."(웃음)
 이들은 교황청 교회음악대학을 함께 다녔다. 남편 이씨가 그레고리오 성가를 공부하는 동안 아내는 작곡과 수업을 마쳤다. 작곡과는 총 9년 과정으로, 박씨는 첫 여성 졸업생이자, 한국인으로서 두 번째 졸업생이다. 첫 졸업생은 한국 교회음악의 초석을 다진 이문근(1917~1980) 신부다.
 이들은 교회음악대학에서 만나 2005년에 결혼했다. 각자 다른 곳에서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교회음악의 끈으로 이어져 부부가 됐다.

# 그 남자의 이야기

 
 "아무런 지식이 없어 전례적인 실수를 많이 했어요. 화답송 솔로를 오페라 하듯 불렀죠. 저는 잘하는 건 줄 알았는데,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연세대 성악과를 졸업한 그는 대학 때부터 성가대 지휘를 하며 교회음악과 전례 지식에 갈증을 느껴 대구가톨릭대 종교음악과에 입학했다. 졸업 후 인천 소명여중 음악교사로 재직하면서 3년간 평화방송 TV 프로그램 `다함께 성가를` 진행자로 활약했다.
 하지만 시련이 닥쳤다. 그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교회음악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스스로 고개를 내젓는 순간이 찾아왔다. `교회음악의 대가`와 같은 거창한 수식어에 두려움을 느끼면서 교직생활로 잠시 잊혀졌던 옛 꿈들이 떠올랐다.
 그는 사표를 내고 로마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탈리아 로마 A.M.I 시립 아카데미아에서 합창 및 오케스트라 지휘 과정을 밟고 로마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에서 성악을 공부했다.
 졸업 후에는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교황이 집전하는 미사의 화답송 솔리스트, 로마 성모 마리아 대성전 지휘자를 역임했다. 국내외 10여 개가 넘는 성당에서 성가단원 및 지휘자로 활약했다.

# 그 여자의 이야기

 
 부산 경성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아내 박씨는 국어교사였다. 주일학교 교리교사이자 반주자로서 성당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오랫동안 반주 봉사를 하다보니 전례음악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저도 모르게 그 길로 들어서 있더라고요."
 박씨도 로마로 떠났다. 정통 교회음악을 공부해야겠다는 열정으로 교황청 교회음악대학에 입학했다. 이미 프랑스 솔렘수도원에서 그레고리오 성가 코스를 수료했다. 그는 피아노, 오르간, 지휘, 그레고리오 성가 등 모든 분야를 섭렵했다. 그는 가사에 음악을 입히는 작업에 특별한 재능을 보였다.
 딸 수진(스텔라, 5)양이 태어난 후에는 남편과 수업시간을 엇갈리게 짜 아이를 돌보며 바쁘게 지냈다. 아카데미 작곡과 출강도 나가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한인학교에서 국어교사로도 뛰었다.
 박씨는 졸업 후 교황청 교회음악대학 여성 그레고리오 성가단원으로 활동한 후 로마 한인본당 `안칠라 도미니` 성가대 지휘를 맡았다. 지금까지 오라토리오 `카나의 혼인잔치`, 전례 화답송, 성모송 등 다수의 전례용 모테트(목소리만으로 연주하는 짧은 교회 음악)를 작곡했으며 새 전례시편에 따른 화답송집을 펴낼 예정이다.
 
# 다시 부부 이야기


 "저희가 원래 각자 하던 일도 그만 두고 부르심에 응답할 수 있었던 건 하느님이 음악이라는 탈렌트를 주셨기 때문입니다. 연주자로서 뽐내거나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아닌 하느님이 주신 재능으로 하느님 말씀을 음악으로 연주한다는 게 기쁨입니다. 응답하는 삶을 살면 하느님이 또 살아갈 힘을 주신다는 것을 깨달았고요."
 이들 부부는 지난 가을 미국으로 이사했다. 남편이 미국 한 주교좌성당 성가대 지휘를 맡게 된 것. 아내 이씨는 미국에서 성가를 작곡하며 책 발간 준비를 할 예정이다.
 최근 한국에 들어와 미사를 봉헌한 이들은 꿈에 더 한발 가까이 다가갔다.
 "우리말로 된 좋은 성가곡을 만들고 싶어요. 한국교회에 필요한, 또 우리말과 잘 어울리면서도 소박하고 신앙을 불러일을 킬 수 있는 곡이요. 또 전례음악을 쉽게 이해하고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저희가 공부한 전례음악을 정리해 책으로 펴낼 계획입니다. 처음 전례음악을 시작해 어려움을 겪는 지휘자와 반주자, 성가대원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0-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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