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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터뷰] 함께 있어 행복한 성음악 가족 이호중·박현미 부부

“서로에게 좋은 비평가이자, 최고의 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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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음악 배우고픈 마음에 직장생활 중 선택한 유학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가족 존재에 큰 힘 얻어”



“행복해요.”

최근 로마교황청립 성음악대학을 졸업한 이호중(라파엘·40)·박현미(체칠리아·42) 부부가 행복 가득한 얼굴로 웃는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하는 성음악은 이들 부부에게 행복 그 자체이자 사랑의 방식이었다.

“저희 부부는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밤에 잘 때까지 음악 이야기만해요. 음악 이야기를 할 때만큼 행복한 순간이 우리에게 없을 거예요.”

성음악은 이들을 하나로 묶어준 끈이다. 부부의 사랑도 역시 ‘성음악’ 덕분에 이어질 수 있었다. 이들은 2002년 로마 교황청립 성음악대에서 처음 만났다. 각각 그레고리오 성가와 작곡을 전공하는 유학생 신분이었다. 둘 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던 중 선택한 유학길이었다.

신기하게도 이들의 유학결정은 닮은꼴이었다. 연세대 성악과와 대구가톨릭대 종교음악과를 졸업한 이 씨는 본당 성가대 지휘를 하면서 성음악에 대한 열망을 키웠다. 어렸을 때부터 전례반주를 해온 박 씨도 마찬가지였다.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있었지만 둘은 모든 것을 버리고 유학을 선택했다. 오롯이 성음악을 위한 결정이었다.

“본당 성가대를 지휘하고 평화방송에서 ‘다함께 성가를’을 진행하다보니 많이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하는 거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생겼다. 제대로 공부하신 분들이 볼까 겁났고 또 이렇게 안주하다보면 성음악에 대한 제 목표와 꿈을 이룰 수 없게 될 것 같았어요.”(이호중)

늦게 시작한 유학생활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나 박 씨는 교황청립 성음악대에서는 여성 최초로 9년간의 작곡과정을 이수했을 정도다. 한국인으로는 이문근 신부(1918~1980) 이후 두 번째라는 기록만으로도 그간의 어려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비운만큼 채워주시는 분이었다. 이 씨와 박 씨를 인생과 음악의 동반자로 만나게 해주셨고, 예쁜 딸 수진(스텔라·4)도 주셨다. 아이를 낳은 후에도 부부는 쉼 없이 달렸다. 성당에서는 지휘자로, 학교에서는 학생으로서 본분을 다했다. 때로는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 세 식구가 함께 수업에 들어간 적도 있었다. 힘들었지만 가족이 함께했기에 모든 것을 견딜 수 있었다.

“6학년 때 시험을 보는데 작곡과 석사 시험은 며칠 동안 학교에서 생활하면서 치는 시험이 있거든요. 당시 임신 중이었는데 건강하다는 의사 소견서를 제출하면서까지 공부했어요. 물론 힘들었고 아쉬움도 있지만 가족이 있어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박현미)

부부는 서로에게 좋은 비평가이자 최고의 팬이다. 남편 이 씨는 아내에 대해 “국문과를 졸업해서 한국말에 잘 맞는 곡을 작곡할 줄 아는 성음악가”라며 “새로운 성가가 필요한 시점에 좋은 성가를 입힐 수 있는 작곡가”라고 평가했다. 또 아내 박 씨는 남편을 “노래하는 사람이 곡에 감정을 잘 담아낼 수 있도록 하는 손을 가졌다”며 “곡 해석이 다양하고 풍부한 지휘자”라고 했다.

인터뷰 내내 닮은꼴 미소를 보여준 부부는 최근 새로운 기로에 서있다. 다양한 전례음악을 경험하고 폭넓은 음악을 공부하고자 미국행을 결정했다. 10년 동안의 로마생활을 접고 새로이 시작하는 미국생활에 두려움도 있다. 하지만 지난 11월 미국 필라델피아 주교좌성당 지휘자로 발탁된 이 씨 부부가 걸어갈 길의 목적지는 흔들림이 없다. 하느님과 성음악,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가 성음악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했어요. 우리말과 어울리는 소박한 성가를 만들고 부르고 싶다는 거예요. 또 우리 수진이 같은 어린이들을 위한 성가도 만들고 싶어요.”


이지연 기자 (mary@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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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0-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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