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실제 경험을 기반으로 한 소설은 ‘사실’(fact)과 ‘허구’(fiction)의 경계가 모호하다. 소설 속 주인공은 김 추기경과 한씨 자신이며 실명도 그대로 등장한다. 그는 “소설의 형식을 빌렸지만 내용은 하나의 거짓도 없는 진실”이라고 했다.
소설은 두 개의 큰 축으로 이뤄진다. 하나는 필화사건 이후 세상을 향한 분노로 번민하던 작가 자신이 뒤늦게 세례를 받고 신앙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이다. 또 하나는 그가 김 추기경 선종 이후 추기경의 자취가 서려있는 경북 군위와 일본의 조치대학, 안동 목성동성당, 김천 성의여고와 황금동성당, 그리고 용인천주교묘원을 직접 걷고 또 걸으며 고인의 생애를 좇는 이야기다.
그는 그 길에서 비로소 깨닫는다. ‘용서를 통한 화해가 이뤄지지 않고는, 사랑도 있을 수 없음’을. 그리고 김 추기경의 삶을 돌아보며 점차 진정한 용서의 의미를 깨닫고 상처를 치유해 간다.
한씨는 “처음에는 ‘서로 사랑하세요’란 추기경님의 말씀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당시 자신의 참담한 심경을 소설에 다음과 같이 썼다.
‘추기경님. 서로 사랑하라는 말은 쉽답니다.(…) 그러나 사랑할 수 없는 것, 미워할 수밖에 없는 것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나요. 추기경님도 고문 한 번 받아보시지요. 그러고나서 어디 그 잘난 사랑법을 한 번 알려주시지요’ (‘7장 나는 없었다’ 중)
그는 ‘작가의 말’에서 “주기도문의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의 대목처럼 내가 용서하지 않으면 나도 용서받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이 한마디를 내 것으로 이뤄내는데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고백했다.
한씨는 일일이 친필 서명을 달아 이 책을 전국의 본당 신부 1500여 명에게 보낼 예정이다. 그는 “이 소설을 통해 한 분이라도 가톨릭 신자가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소박하나 거룩한 꿈을 가져본다”고 전했다.
한씨는 이 책에 이어 현재 ‘가톨릭신문’에 연재 중인 소설 ‘아, 최양업’의 1부 「신부의 어머니」를 올해 안에 출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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