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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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묵상] 빵과 포도주로 하나 된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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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입니다. 예수님께서 성목요일에 성체성사를 제정하신 것을 기념하며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희생하신 예수님의 크신 사랑을 기억합니다. 생명의 양식 없이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빵과 포도주의 모습으로 오신 주님의 현존에 감사를 드리고 주님과 하나 되는 기쁨을 누립니다.

가톨릭교회가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미사가 봉헌됩니다. 미사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찬미하는 말씀의 전례와 주님의 죽음과 부활을 기리며 ‘그리스도의 몸’인 성체를 모시는 성찬의 전례로 구성됩니다. 제대의 예물인 빵과 포도주는 성찬례의 핵심입니다.

오늘 제1독서(창세 14,18-20)의 말씀은 아브라함의 전승을 기리고자, 고대 살렘(예루살렘, 시편 76,3) 임금이고 대사제인 멜키체덱이 빵과 포도주를 가져와 창조주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고 아브라함을 축복하는 이야기입니다. 구약성경에 멜키체덱이 바친 거룩하고 흠 없는 예물은 양떼의 맏배를 바친 아벨의 제물(창세 4,4)과 아브라함의 외아들 이사악의 봉헌(창세 22,2)과 함께 하느님께서 기꺼이 받으신 세 가지 제물(감사기도 제1양식)입니다. 멜키체덱은 하느님을 섬기는 그리스도의 영원한 대사제의 예표(시편 110,4; 마태 22,44; 마르 12,36; 루카 20,42)입니다.

제2독서(1코린 11,23-26)의 말씀은 예수님께서 성목요일 ‘주님의 만찬’에서 제정하신 성체성사에 관해 가장 먼저 기록된 내용입니다. 성체성사는 유카리스트(Eucharist)라 불리는데 그리스어의 ‘감사하다’(eucharistein)가 그 어원입니다. 이 만찬에서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주시며 “이는 너희를 위한 내 몸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하십니다. 같은 모양으로 포도주 잔을 들어 감사를 드리시고 “이 잔은 내 피로 맺는 새 계약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1코린 11,26) 성체성사를 거행하라고 명하셨습니다. 초기부터 교회는 성찬례를 위한 예물인 빵과 포도주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선물을 가지고 모였습니다. 열두 사도의 가르침인 디다케(Didache)에는 성찬례를 위한 기도문이 있습니다. 교회는 주님의 명령에 따라 파스카 신비를 기념하고 성부께 감사기도를 드립니다.

예수님의 감사기도가 끝났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빵의 형상은 그대로이지만 그 실체는 그리스도의 몸(성체)으로 완전히 변화되었습니다. 포도주 역시 그리스도 피(성혈)로 변화되었습니다. 그리스도의 대리자인 사제는 미사에서 성령과 그리스도의 말씀의 힘으로 빵과 포도주를 축성하여 성체와 성혈로 성(聖)변화를 시킵니다. 예수님께서는 불가능한 것을 명하시지 않으십니다.

예수님께서 마지막 만찬 때 누룩 안든 빵을 쓰셨습니다. 축성된 빵과 포도주는 외적 형태는 그대로이면서 그 실체는 성체와 성혈입니다. 종교혁명의 지도자인 마르틴 루터도 이 실체의 변화를 인정했습니다. 이 ‘성(聖)변화’는 하느님의 무한한 힘으로 이루어진 기적입니다. 나뉜 성체 조각마다 주님께서 온전하게 현존하십니다.

오늘 복음말씀이 전하는 장정만도 오천 명이나 되는 많은 사람을 배불리 먹이신 빵의 기적사건은 성체성사의 예표로, 네 복음(마태 14,13이하; 마르 6,30이하; 루카 9,10이하; 요한 6,1이하) 모두 자세히 전하고 있습니다. 선교활동에서 돌아온 예수님과 제자들이 외딴곳인 ‘벳사이다’로 피정을 갔을 때의 일입니다. 많은 군중들이 이를 알고 몰려듭니다.

날이 저물어 저녁때가 되자 제자들은 황량한 곳이기에 그들을 돌려보내 잠자리와 음식을 스스로 해결하게 하자고 예수님께 건의를 드립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로 가엾게 보여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하십니다. 제자들이 가서 양식을 사오지 않는 한, 가진 것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뿐인데 말입니다.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이르신 대로 군중들을 대충 쉰 명씩 그룹을 지어 자리를 잡게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빵과 물고기를 손에 들고 감사를 드린 다음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군중에게 나누어 주도록 하십니다.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고 남은 조각을 모으니 열두 광주리나 됩니다. 어떻게 이런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키신 예수님이십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는 사실을 봅니다. 주님의 감사기도가 마음의 문을 열어 파스카 음식을 나누는 축복으로 돌아왔나 봅니다.

“이는 내 몸이다.” 예수님께서 세상에 생명을 주는 빵(요한 6,35)으로 오십니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예수님께서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물고 나도 그 안에서 머문다”(요한 6,56)고 하십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와 하나 된 기쁨 속에 살아갑니다. 우리만 이 행복을 누릴 수 없기에, 예수님처럼 자신을 내어주는 삶으로 복음화에 나섭니다. 주님 말씀을 깊이 묵상하면서 마음에 새기고, 성사생활로 사랑의 힘을 기릅니다.

‘생명의 빵’인 성체는 우리를 변화시킵니다. 성사생활은 우리 안에 사랑의 샘물이 강물 되어 흘러내리게 합니다. 기도하는 가운데 나 중심으로 살아가는 내면의 나를 비우고 성체를 모십니다. 가장 가난한 사람과 소외된 이웃 안에서 예수님을 찾고, 모든 일에 감사하는 마음을 기릅니다. 생명과 성덕의 샘이신 예수 성심, 자비를 베푸소서!




김창선(요한 세례자) 가톨릭영성독서지도사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9-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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