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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품성구와 나] 이기헌 주교(의정부교구장)

“한평생 주님을 찬미하라, 이 생명 다하도록 내 하느님 기리리라” (시편 1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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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신문에서 수품성구에 관한 글을 써 달라는 부탁을 받고 나니 사제품을 받기 전 이런저런 준비로 바쁘게 지냈던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어느 틈에 이렇게 세월이 빨리 흘러 내년이면 40주년을 맞이하게 되었구나’하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그 날렵했던(?) 얼굴과 몸은 어디로 가고, 이젠 영락없는 노인이 되어가는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말입니다.

수품을 준비하면서 성구를 정할 때, 일부러 시편을 택한 것은 아니지만, 저의 수품성구는 사제수품 성구나 주교수품 성구 모두 시편입니다.

저는 사제가 된다는 것은 무엇보다 먼저 하느님을 선택하는 것이니, 그분께서 맡겨주신 일들을 하기에 앞서 하느님을 찬미하는 일이 우선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훗날 저의 영성생활에도 큰 도움을 주었던 베트남의 반 투안 추기경님께서 젊은 주교시절, 감옥에 갇혀 지내며 주교로서의 일을 하지 못해 괴로워하며 바친 기도와 묵상에서 “내가 택한 것은 하느님이지 교회의 일이 아니다”라는 응답을 얻고 평화로워졌다는 말이 생각날 때마다, 저의 사제 수품성구가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주교품을 받을 때도 제가 선택한 성구는 비슷한 내용의 시편이었습니다. 사제서품 때에 비하면 시간도 촉박하고 준비해야 할 일도 많아서, 주교로서 중요한 모토인 성구를 정하는 데 신경이 많이 쓰였습니다. 주변의 신부님, 수녀님들도 여러 좋은 성구들을 제안해 주셨는데, 저는 여러 후보 성구 가운데 “새로운 노래를 주님께”라는 성구를 보는 순간, ‘새로운’이라는 단어와 ‘노래’라는 단어가 너무나도 신선했습니다.

사제로서 살아온 지난날, 저의 기도 생활이며, 사제직을 수행하며 지냈던 모든 일과 신자들에게 쏟았던 사제로서의 사랑과 희생이 너무나도 미흡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이제 더 새롭게, 이제 더 열심히 살아야지’라는 결심을 하면서 성구를 읽어보니 마음에 크게 와 닿았습니다.

주님께 새롭게 불러야 할 노래는 하느님께 바쳐야 할 새로운 찬미와 주교직을 수행하며 바칠 봉사 그리고 하느님과 신자들에게 쏟는 사랑입니다.

간혹 사람들은 저에게 ‘주교님 언제 신곡 발표하시나요?’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김수환 추기경님께서도 살아 계실 때 간혹 저에게 “이 주교, 신곡 발표는 언제하는가, 새로운 노래 한번 들려줘야지” 하셨습니다. 그 말씀이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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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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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3장 8절
일어나소서, 주님. 저를 구하소서, 저의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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