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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산후 몸조리보다 생계 걱정 앞서는 따완씨

태국 부모님께 첫째 맡기고 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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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순남 수녀가 곰팡이 핀 집에서 생후 1개월 된 딸에게 모유를 먹이는 따완씨를 위로하고 있다.

“아기를 낳은 지 겨우 한 달밖에 안 됐는데. 조금만 더 있다가 가지….”

“죄송해요, 수녀님. 저 얼른 일해서 태국 부모님 댁으로 큰아이 우윳값 보내야 해요.”

뜨거운 한여름날 오후, 착한 목자 수녀회가 운영하는 미혼모자 가족 복지시설 ‘마리아의집’. 생후 1개월 딸을 안은 이주노동자 따완(26)씨는 수도자들의 간곡한 만류에도 퇴소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온 가족의 생계를 홀로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완씨의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였다. 일도 않고 매일 술에 취해 가정폭력만 일삼다 병에 걸렸다. 외동딸인 따완씨가 가장이 됐다. 21살에 한국에 온 이후 그는 안 해본 일이 없다. 여행 한 번 못 가본 채 쉬지 않고 돈만 벌다 2020년 같은 태국인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고작 3달 만에 남자는 다른 여자와 눈이 맞아 떠나버렸다. 임신한 따완씨만 홀로 남겨둔 채.

생명을 지키고 싶던 따완씨는 9달 뒤 건강한 사내아이를 낳았다. 곁에 아무도 없었지만, 외롭지 않았다. 새 생명의 탄생이 기쁠 따름이었다. 2년 뒤 떠났던 남자가 돌아와 용서를 구했다. 따완씨는 아들을 생각해 그를 용서하고 재결합했다. 그리고 곧 둘째를 잉태했다. 시간이 지나며 둘 사이에 다툼이 잦아졌다. 급기야 남자가 따완씨를 무자비하게 구타하기에 이르렀다. 이웃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잡힌 남자는 태국으로 강제 출국당했다. 미등록 외국인인 탓이었다.

따완씨는 다시 홀로 서야 했다. 하지만 임신한 채 2살 아이를 돌보기는 힘겨웠다. 태국의 부모에게 아들을 맡겼다. 기존에 보내던 돈에 양육비로 매달 80만 원을 더 부치는 조건이었다. 한국에서 월세ㆍ생활비도 충당하려면 일을 대폭 늘려야 했다. 매일 밤 녹초가 돼 돌아온 따완씨는 아들이 보고 싶어 베갯잇을 적셨다. 아들을 만나러 당장 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에게 가족의 생명줄이 달려 그러지 못했다.

출산이 임박하자 따완씨는 일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수소문 끝에 알아낸 마리아의집에 찾아가 의탁했다. 그리고 예쁜 딸을 낳았다. 하지만 그를 반긴 것은 밀린 3달 치 월세를 내라는 집주인의 독촉, 그리고 양육비를 안 보낸 탓에 아들에게 먹일 게 없다는 부모의 넋두리였다. 따완씨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수중에 돈이라곤 20만 원이 다였다. 급한 마음에 일단 신생아 딸을 데리고 곰팡이투성이 집으로 돌아왔다. 당장 어찌 돈을 마련할지, 앞날이 캄캄하기만 하다.

“애들 아빠에 대한 원망을 내려놓고 정말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어요. 아들딸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키우고 싶어서요. 근데 다 꿈같은 일인가 봐요. 너무 힘들고, 아들이 죽도록 보고 싶어요….”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후견인 : 전순남 수녀(마리아의집 시설장)


“곰팡이 더미에서 자라야 하는 아기가 걱정됩니다. 따완씨가 위기를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면, 누구보다 열심히 일해서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갈 것입니다.”

성금계좌(예금주 : 가톨릭평화방송)

국민 004-25-0021-108

농협 001-01-306122

우리 454-000383-13-102

※따완씨에게 도움 주실 독자는 6일부터 12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25)에게 문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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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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