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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동행] 신앙으로 학생 돌보는 박태순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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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산아, 열심히 신앙생활하는 네가 기특하구나."
박태순 교사(왼쪽)와 그의 대녀 정효선양이 교정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울 석촌중학교에서 국사를 가르치는 박태순(마리아, 53)씨는 얼마 전 `첫 딸`을 봤다.

 2001년부터 학교에서 가톨릭 예비신자 교리반을 운영하면서 학생 81명을 입교시키는 동안 처음으로 정효선(요안나)양을 대녀로 삼은 것이다.

 세례식 날 박씨가 준비해야할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담당교사로서 꽃과 묵주, 십자가, 성모상 등 선물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손님맞이와 미사진행도 신경써야 한다. 때문에 예식에 참가해 학생 대모를 설 틈이 없었다. 2010년 12월, 세례식을 한 달 앞둔 정양이 박씨에게 "대모가 돼주세요"라고 간절히 요청하기 전에는.

 정양은 "교리를 받을 때 당연히 선생님께 대모를 부탁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왠지 엄마같은 편안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박씨는 "선생님과 학생이라는 관계와 40살에 가까운 나이차이로 망설이기도 했지만 왠지 효선이 부탁을 거절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학교에 딸이 생긴 기분은 남다르다. 박씨는 "교무실에 누가 아이스크림이라도 사오면 효선이부터 부르고, 성지순례를 가도 효선에게 선물할 묵주부터 고르게 된다"며 "뭐라도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그런가보다"고 웃었다.

 정양도 집에서 맛있는 반찬을 싸오거나 학교 일을 시시콜콜 털어놓으며 살갑게 군다. 박씨가 연이은 수업으로 목소리가 쉬거나 머리 스타일에 변화가 생길 때 가장 먼저 알아보는 이도 정양이다.

 "한 번은 효선이가 종이 한 장을 들고 급히 달려오더라고요. 알고 봤더니 그날까지 제출해야하는 가정통신문인데, 부모님 서명 받아오는 걸 잊었었나 봐요. `선생님도 제 엄마니까 사인해 주세요`하는데 어찌나 기분이 좋았는지 몰라요."

 정양은 박씨를 만나기 전에는 종교에 관심이 없던 학생이었다. 교리반에 가입하게 된 계기도 다른 특별활동과 다르게 활동비가 들지 않는 데다 간식도 준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정양은 "선생님을 따라 성당에 가보니 가톨릭에 대해 깊이 알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며 "성호경을 긋는 게 엄숙하게 보이는데다 성경이 개신교 것보다 이해하기 쉬워 더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가톨릭교리신학원 종교교육학과를 졸업한 덕분에 쉽고 재미있는 교리교육으로 아이들의 흥미를 유도했다. 평소에도 서랍에 사탕과 초콜릿을 준비해 학생들에게 건네며 자연스레 신앙에 관련된 대화를 이끌어냈다.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특별활동 시간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까운 성당에 찾아가 미사에 참례했다.

 한때는 동료 교사들이 각 반의 말썽꾸러기들을 "사람 돼서 오라"며 죄다 교리반으로 보내는 바람에 애를 먹기도 했다.

 "물론 말을 잘 듣지 않는 학생들도 있죠. 그럴 때면 그들 안에도 하느님이 계시다는 것을 떠올립니다. 그 아이들도 하느님께서 사랑하는 자녀이고, 학교는 이들에게 하느님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장이라고 생각하면 힘든 걸 이겨낼 수 있어요."

 박씨가 마음속에 새겨놓은 말씀 중 하나도 "건강한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자에게는 필요하다"(루카 5,31)는 구절이다. 그는 "진심은 통한다는 말은 진리"라며 "부적응 학생들은 따뜻하게 대해주는 이가 없어 사탕 하나 건네며 말을 걸어도 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삼남매 중 맏이인 효선양은 가족 중 유일한 가톨릭 신자다. 박씨가 정양 신앙생활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 박씨 바람대로 얼마 전부터 정양의 초등학생 막내 동생이 누나 손을 잡고 성당에 나가기 시작했다.

 "효선이를 위해 기도해야죠. 졸업이 무슨 상관인가요, 제 딸인데요!"

김은아 기자 euna@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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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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