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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동행] 북한이탈주민 보듬는 서울 빈민사목위 활동가 김미경씨

"속상할 때마다 만나 서로 웃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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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 북한이탈주민들과 함께 길을 걷는 김미경(가운데)씨.
그의 앞 뒤에 선 북한이탈주민 기순복씨와 김정실씨도 그 길을 함께 걷고 있다.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어머니, 재밌는 얘기 해줄까요?"

 6일 서울 명동 한정식집. 북한이탈주민 김미경(프란체스카 로마나, 35)씨가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북한이탈주민 어르신들은 밥숟가락을 뜨다말고 김씨의 맛깔나는 세상 이야기에 까르르 넘어간다. 도란도란 둘러앉아 있다보면 고향 명절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우리 미경이가 불러주니까 나오는 거지…. 나를 친엄마처럼 대하는 게 얼마나 고맙고 예쁜지 몰라요."(어르신)

 김씨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자꾸 봐야 좋죠. 어머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랑해요."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활동가인 김씨는 `북한이탈주민을 돕는 북한이탈주민(이하 탈북자)`이다. 그들과 동행한 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그는 탈북자들에게 큰 딸이자 친언니로 통한다.

 김씨는 10년 전 조선족 남편과 탈북해 남한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고생을 했다. 밖에 나가면 어느 누구도 자신이 탈북자라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에게 남한 사회는 `외로운 섬`이었다.

 외로움과 고립감이 깊어질 때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었다. 그래도 외로움이 가시지 않으면 하나원(북한이탈주민 정착교육기관)에서 신앙의 세계를 알려준 당시 수원교구 민화위 담당 김유신 신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때마다 김 신부는 어둠 속에서 방황하는 김씨에게 길을 찾아줬다.

 김씨는 탈북자들의 고통과 외로움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챈다. 그래서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탈북자들을 만나면 자신의 어깨를 빌려준다. 하나원에서 교육을 수료하고 나오는 탈북자들에게는 휴지와 밥그릇 같은 소소한 생활용품부터 챙겨준다.

 "우리가 언니를 좋아하는 이유는 하루 세끼 밥 먹듯이 우리를 챙겨주기 때문이에요. 집에 휴지는 떨어지지 않았는지, 아기를 낳으면 배냇저고리는 있는지…. 밥그릇이랑 접시는 있는지 알고 싶어해요."(탈북자 김정실 아녜스)

 "남한은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만 허전한 마음은 달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속상한 일이 있을 때마다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서로 웃어주는 거죠."(김미경)

 김씨는 최근 탈북자 전문상담사 과정도 밟았다. 강사와 수강생들과 관계를 맺고 안면을 텄다. 그는 사람 욕심이 많다. 아는 사람이 많을수록 도움을 줄 밑천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법적문제가 있는 사람에겐 법률가를, 보험 관련 상담은 보험사 직원을 연결해줬다.

 두 아이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 또 시어머니를 모시는 며느리인 그는 아줌마가 다 됐다.

 "더 잘 살고 싶어요. 탈북자들과 한국사회를 이어주는 튼튼한 고리가 되고 싶어요."

 그는 "하느님을 알고 난 후 모든 게 하느님 뜻이었다는 걸 깨달았다"며 "통일이 되면 북한에 달려가 선교사로 활동하고 싶다"고 했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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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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