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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동행] 고시생들과 동고동락하는 고시촌 선교사 박보아씨

"그들 얼굴에 미소 돌아올 때 가장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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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보아 선교사(왼쪽에서 두 번째)가 고시촌 선교공동체 `젊은이의 말씀터`에서 고시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우리 시대 가장 가난한 청년`.

 박보아(루치아, 55) 선교사가 생각하는 고시생의 정의다. 박씨는 7년 전, 서울 관악구 서림동 고시촌 한가운데에 선교공동체 `젊은이의 말씀터`를 개설한 이래 줄곧 고시생들과 동고동락하고 있다.

 "수재들이 모인 고시촌에서도 100명 중 겨우 3~4명이 붙는 것이 고시입니다. 청운의 뜻을 품었던 젊은이들도 낙방을 거듭하면서 좌절, 분노를 겪으며 피폐해지고 깊은 우울증에 시달리게 되죠. 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일반인들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것이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에 인생을 바치기로 한 박씨가 고시생에게 눈길을 돌린 이유다. 그가 청년 선교를 위해 일찌감치 독신을 결심한 뒤에 우연히 접한 고시생들 삶은 경제난과 인간관계 문제에 심리적 불안감까지 겹친 삼중고였다.

 선교를 위해 가톨릭교리신학원을 졸업한 박씨는 쉽게 회복하기 힘든 깊은 상처를 가진 이들을 위해 2005년 자비를 들여 이 공간을 마련했다. 답답함을 맘 편히 털어놓을 수 있는 공동체와 신앙을 회복할 수 있는 기도 공간이 있다면 이들이 마음의 짐을 덜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박씨는 일분일초를 아껴 쓰는 고시생들에게 시간 부담이 되는 별도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보다는 아침ㆍ저녁 기도모임과 주말 공동체 미사 등을 통해 일상에서 신앙을 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를 위해 매일 오전 7시 아침기도 모임에서 5~6명 고시생들과 함께 기도를 바친 뒤 출근하는 일과를 반복한다.

 그는 말씀터 운영비 마련을 위해 직장을 다니면서도, 고시생들이 말씀터에서 내 집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주일 한 끼는 직접 `집 밥`을 만들어 먹인다. 저녁마다 고시생들이 공부하는 독서실로 찾아가 기도모임을 갖고 신앙을 일상 안에 심어주고자 애쓴다.

 "고시생들은 기도로써 하느님을 만나면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비관에서 벗어납니다. 어두웠던 얼굴에 미소가 돌아오는 순간이 제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때입니다."

 고시생들 역시 "기도를 하며 마음 속 불안을 잠재울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말씀터에서 교리를 배워 세례를 받은 임윤석(라파엘)씨는 "장남으로서 집에 기여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컸는데 기도 모임에 꾸준히 참석하며 마음이 안정됐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고시생과 함께하다 보니 박씨 역시 시험기간이 되면 같이 긴장하고, 발표날이 가까워지면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떨린다. 여전히 적응하기 힘든 것은 불합격 소식을 듣는 것이다.

 "고통에 시달렸던 마음을 기도로 애써 다잡았던 학생도 불합격 소식 하나에 원점으로 되돌아가 버리고 맙니다. 다시 극심한 좌절과 불안감 속으로 들어가는 거죠. 그런 모습을 지켜볼 때가 가장 가슴이 아픕니다."

 박씨는 말씀터 활동이 이들에게 신앙 안에서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해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는 "신앙적 가치관을 갖추지 못한 채 시험에 합격하면 개인 이익과 명예만을 위해 살게 된다"며 "합격한 이들은 어려운 이들을 돕고 하느님 나라를 구현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말씀터에 오는 고시생들에게 한 달에 한 번 광화문 지하차도 노숙인을 대상으로 무료 급식 봉사를 하게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박씨는 고시촌에서도 더 낮은 곳으가 향하려는 바람을 갖고 있다.

 "고시촌 안에서도 쪽방촌에서 생활하는 청년, 공부에만 몰두하다 사회에서 고립돼 버린 40~50대 고시생 등 일반 고시생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들이 많습니다. 하느님께서 그들을 사랑하신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제 소명입니다."

김은아 기자 euna@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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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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