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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져가는 등불 되살리는 생명 지킴이

[아름다운 동행] 서울성모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김동연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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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연 수간호사가 1.3㎏의 이른둥이를 바라보며 응원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인공 자궁`이라 불리는 인큐베이터 20여 대 안에서 작은 생명들이 꿈틀댄다. 엄마 뱃속에서 한창 발차기를 하며 놀아야 할 아기들의 작은 몸에 의료용 반창고가 듬성듬성 붙어있다. 바늘처럼 얇은 관으로 모유가 흘러들어 간다.

 "튼튼아! 네가 세상에서 제일 예뻐. 힘내서 얼른 집에 가자."
 김동연(엘리사벳, 42) 수간호사가 주사를 놓으며 말한다. 그리고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경북 구미에 있는 부모에게 전송한다. "어머니~ 튼튼이가 많이 컸어요^^*"

 #"아기는 치료받고 싶대요"

 올해 20년 차인 김씨는 지금까지 수천 명의 이른둥이(미숙아)를 만났다. 이른둥이는 임신 37주 이전에 태어난 체중 2.5kg 미만의 신생아를 말한다. 완전한 성장기를 거치지 못해 장기 기능이 떨어지고, 손가락이 짧거나 항문이 막혀있는 등 장애를 가진 신생아가 적지 않다. 한 손바닥에 올라오는 1㎏ 미만의 초극소 저체중아도 있다.

 이렇다 보니 신생아중환자실은 출산의 기쁨보다 걱정과 눈물이 가득하다. 이른둥이들이 인큐베이터에서 사투를 벌이는 동안 어른들은 한숨섞인 한탄을 내뱉는다. "넌 어쩌다가 이런 애를 낳았니?" "아기가 평생 장애를 갖고 살아야 한다면 치료를 포기할 거예요."

 그럴 때마다 김씨는 보호자를 다독인다. "아기는 치료받고 싶대요. 어머니께서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셔야 모유도 잘 나오죠. 그래야 아기도 힘을 내요."

 김씨는 이른둥이들에게 자주 말을 건넨다. 산전검사 때 주먹을 쥐고 있는 줄 알았는데 태어나서 보니 손가락 길이가 절반인 아기에겐 이렇게 소근댄다.

 "산전검사 때 발견이 안 된 게 얼마나 다행이야. 네가 클 때면 손가락 이식수술도 쉽게 받을 수 있어. 걱정 마."

 그는 이른둥이들이 기지개를 켜거나 빙그레 웃으면 그 모습을 휴대전화로 찍어 부모에게 보낸다. 그러면 부모의 불안한 마음은 눈 녹듯 사라진다.

 그는 지난 해 28주 만에 1.2㎏으로 태어난 건민이를 잊지 못한다. 당시 폐와 심장 사이에 공기가 스며들어 폐가 만신창이가 되어 온 건민이를 보며 의사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김씨는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밖에 없다는 생각에 인큐베이터에 "건민이에게 건강을 주세요"라고 써 붙여놨다. 30여 명 간호사와 인턴들은 일심동체가 되어 건민이를 돌보면서 귓가에 응원의 메시지를 들려줬다. 건민이는 기적적으로 완쾌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약해서 더 귀한 이른둥이들

 김씨는 10주된 태아 발 배지(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제작)와 인쇄물을 이른둥이 보호자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인쇄물에는 △아기는 부모 소유가 아닌 하나의 인격체이며 △아기는 어떤 조건에도 차별받지 않고 건강하게 보호받을 의무와 권리가 있고 △늘 아기를 위해 기도하고 사랑한다고 말해줘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장애가 있다고 태어나면 안 되나요? 하느님이 생명을 창조하신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에요."

 김씨는 "하느님은 들판에 핀 꽃과 새들도 보살피는 분이신데, 하물며 이 작은 생명들은 얼마나 귀하게 여기시겠냐"고 되물었다.

 그는 새벽 3시에 응급호출을 받고 중환자실로 달려가는 순간에도 감사기도를 바친다. "하느님, 제게 이런 탈렌트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관련기사 4면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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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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