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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전통 ‘고해성사 비밀 유지’는 불가침 영역

호주 왕립위원회, 아동 성범죄 예방 위한 개혁안 제시 고해성사 내용의 증언 의무화 포함… 거센 비판 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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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고해성사를 보는 프란치스코 교황. 교회법적으로나 전통적으로나 고해성사의 비밀은 불가침의 영역이다. 【CNS 자료사진】



호주 왕립위원회가 아동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내놓은 사법 개혁 권고안 가운데 사제에게 고해성사 내용 증언을 의무화하는 조항이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고해성사 중에 피해자에게든 가해자에게든 관련 내용을 들은 사제는 의무적으로 그 내용을 경찰에 신고하거나 법정에서 증언해야 하며, 그 의무를 소홀히 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호주 교회는 “고해성사 비밀은 불가침의 영역”이라며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조항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교회법상 고해성사의 비밀 봉인은 불가침의 영역이기 때문에 고해 사제는 어떤 이유로든 그 내용을 발설할 수 없다. 따라서 그 비밀 봉인을 직접적으로 누설하면 사도좌에 유보된 자동 처벌의 파문 제재를 받는다.(제983조, 제1388조 참조)

호주 왕립위원회가 이런 법률 조항이 있는 것을 모르고 권고안을 내놓은 것은 아니다.

지난 4년간 성직자의 아동 성추행 파문을 조사해온 왕립위원회는 고해성사가 가톨릭 아동이 성추행 피해 사실을 털어놓고, 가해자가 죄의 용서를 청하는 ‘포럼(forum)’이었다고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고해를 들은 사제가 비밀 유지를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왕립위원회는 고해 사제의 침묵 때문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한’ 실제 사례를 들어 아동 보호 문제에 한해서는 성직자라고 신고 의무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호주 교회는 아동을 보호하는 일이라면 고해성사 비밀 누설을 제외하고 모든 범죄 관련 혐의에 대해 신고, 증언할 자세가 돼 있다는 입장이다. 주교회의 의장 데니스 하트 대주교는 “사제를 통해 하느님과의 영적 만남이 이뤄지는 것이 고해성사”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또 브리즈번 대교구장 마크 콜레리지 대주교는 “가톨릭 신자가 아닌 사람은 (우리의 반대를)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권고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교회법을 차치하고라도 고해 비밀 봉인은 교회가 오랜 세월 지켜온 전통이다. 교회 역사를 보면, 이 전통을 지키기 위해 많은 사제가 고난을 겪었다. 대표적인 인물이 체코 프라하의 관광 명소 카를교에 동상이 서 있는 14세기 순교자 성 요한 네포묵 신부다. 성인은 왕비의 고해 내용을 말하라는 왕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고 죽음으로 그 비밀을 지켰다.

이 같은 교회법과 전통을 무시한 국가 공권력의 강요는 미국에서도 있었다. 루이지애나주 고등 법원은 2014년 한 사제에게 성폭행 가해자에게서 들은 고해 내용을 증언하라고 명령했지만, 미국 교회의 항의를 받고 철회했다. 검찰이 교도소 수감자의 고해 내용을 녹음한 테이프를 재판 증거물로 제출해 바티칸이 ‘대로’(大怒)한 적도 있다.

국가 기관의 고해 내용 증언 강요는 종교의 자유와 도덕률을 침해한다는 점에서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종교의 자유는 인간의 기본권이고, 이러한 기본권을 존중하는 것이 공동선의 기본 요건이다. 이런 기본권을 무시하는 공권력은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왕립위원회가 이 권고안을 고수하거나, 의회가 법 개정을 추진하면 강력한 반발에 부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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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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