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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중동 신자들 ‘블루 크리스마스’

네팔·중국·이스라엘 등 박해 대축일 미사 등 제대로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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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시티에 있는 유일한 가톨릭 공동체인 성가정본당의 성체 거동 행렬. 이스라엘 방위군은 12월 16일 성당 구내에 있는 수녀원으로 걸어가는 신자 모녀를 조준 사살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에 대해 “테러이자 전쟁”이라며 분노했다. OSV

분쟁으로 성탄 분위기마저 피와 고통으로 물든 가자지구에서 한 이스라엘 군인이 경계를 서고 있다. OSV


마리아와 요셉이 베들레헴 여관에 들어갈 자리가 없어 아기 예수를 구유에 뉘었듯이(루카 2,7 참조) 그들에게도 성탄절에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그들은 성탄 축제는커녕 두려움에 떨면서 아기 예수를 경배했다. 세상은 성탄과 연말연시 분위기로 떠들썩했지만, 박해 지역에 사는 아시아와 중동의 그리스도인들은 구세주 탄생의 기쁨을 밖으로 드러내기조차 어려웠다.

네팔의 그리스도인들은 힌두 극우 단체의 반 그리스도교 폭력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는 바람에 공포 속에서 주님 성탄을 맞이했다. 네팔대목구에 속한 12개 본당 신자들은 대축일 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성당에 들어갈 때 공항 보안구역 검색 못지 않게 까다로운 보안 점검을 받았다고 아시아 선교 통신이 전했다. 보안 당국은 폭발물 반입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신자들의 가방 휴대조차 금지했다.

반 그리스도교 폭력은 지난해 8월 소셜미디어에 ‘소고기 먹는 그리스도인들’ 동영상이 퍼진 이후 더 심해졌다. 힌두 전통주의자들은 소를 어머니 여신의 상징으로 여긴다. 네팔은 인구의 80가 힌두교도다. 힌두교 급진 단체들은 터무니없는 비난 일색인 동영상에 격분해 전국 7개 교회를 공격했다. 2017년 그들의 방화로 성당이 전소됐다. 2009년에는 폭탄 테러로 신자 3명이 사망하고 14명이 심하게 다쳤다.

수도 카트만두에서 사목하는 랄릿 투두 신부는 “우리는 단지 그리스도인이라는 이유로 적대감에 노출돼 있다”며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중국 허베이성 북부 도시 바오딩에 사는 신자들은 대축일 밤 미사에 아이들을 데리고 갈 수 없었다. 공안 당국이 어린이들의 야간 종교 활동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한 신자는 “성당 곳곳에 경찰이 배치돼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고 말했다.

공안은 이번 성탄절에 시내 중심가에서 이례적일 정도로 보안 조치를 강화했다. 성 베드로와 바오로 주교좌성당 주변 교통을 차단하고, 상점도 문을 닫게 했다. 대학 기숙사에 크리스마스 장식물 반입도 금지했다. 허베이성 바오딩은 역사적으로 가톨릭 신자자 많은 도시다. 공산당은 성탄절 당일 그리스도인들에게 “시진핑의 길과 (종교의) 중국화에 계속 매진하라”고 공식적으로 당부했다.

특히 이스라엘 가자지구 그리스도인들은 더없이 우울한 ‘블루(Blue)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주민들이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데다, 최근 가자시티의 성가정성당에서 신자 모녀(칼릴 안톤과 카말 안톤)가 이스라엘군의 조준 사격에 희생됐기 때문이다. 두 희생자의 남편이자 아버지인 카말 아야드씨는 AP 통신 인터뷰에서 “아내와 딸이 이 성스러운 장소에서 순교했다”며 “이번 성탄절은 팔레스타인 주민과 그리스도인에게 고통스러운 축제”라고 말했다. 성가정성당은 가자시티의 유일한 가톨릭 공동체다. 전쟁 발발 이후 신자들이 남부로 떠나거나 흩어져 성탄 미사 분위기는 쓸쓸했다.

예루살렘 라틴 총대주교 피에르 바티스타 피자발라 추기경은 베들레헴에서 거행된 밤 미사에서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사람들 마음속에 팔레스타인 주민이 설 자리가 없는 것 같다”고 통탄했다. 그러면서 가자지구에 고립된 신자들에게 “여러분은 우리 마음속에 있고, 성지와 전 세계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여러분을 중심으로 모였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김원철 선임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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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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