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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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베트남 소수부족 선교ㆍ나눔 현장을 가다<1> 소짜이족 꼰버반마을과 세당족 꼰히링 마을 소수부족들 삶

맨땅에 초가지붕만 얹은 성당서 미사 봉헌... 소짜이족 대부분 중부 산악지대서 힘겹게 살아... 소짜이족 120년 역사 지닌 7250명 신앙공동체... 세당족 광주 운암동본당 도움으로 기숙사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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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수교한 지 올해 20주년을 맞는 통일 베트남을 찾았다. 5월 18~25일 7박 8일 일정으로 찾은 베트남은 해마다 7~8씩 경제성장을 이루는 나라답게 활력이 넘친다. 가녀린 민속의상 아오자이와 형형색색 오토바이와 수입차 물결이 거리를 뒤덮고 생동한다. 하지만 소수부족이 주로 사는 중부 산악지대는 예전 그대로다. 추레하고 가난한, 그러면서도 행복하고 욕심 없는 삶의 일상은 열대 대지에 침묵처럼 고여 있다. 예수회 후원 단체인 재단법인 기쁨나눔(이사장 신원식 신부)과 함께 베트남 중서부 꼰뚬교구와 부온마투옷 교구를 중심으로 5개 성(띤) 소수부족 선교현장을 돌아봤다. 기쁨나눔 상임이사 염영섭(라우렌시오) 신부와 인보성체수도회 베트남분원 수도자들, 후원자들과 함께한 그 기쁘고도 쌉싸래한 선교 여정 속으로 들어간다.


 
▲ 소짜이족이 주로 사는 꼰버반마을에서 쟌꼼민(오른쪽) 신부와 윤인숙(수산나, 왼쪽) 수녀가 룽(오른쪽에서 두 번째)씨와 막 돌이 지난 넷째 아이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꼰히링 예수성심 성당 기숙사 소녀들이 세당족 특유의 부채춤을 선보이고 있다.
 

   #소리기도로 이어온 120년 신앙공동체

 포도(鋪道)엔 먼지가 풀풀 날렸다. 우기로 접어드는데도 비는 내릴 생각조차 없다. 뜨거운 열기 속에서 도로 곳곳에 깊게 팬 작은 구덩이를 피해 달리느라 시간은 늦어질 대로 늦어진다. 베트남 국토를 등뼈처럼 길게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쯔엉선 산맥 서쪽 완만한 고원지대를 따라 달리고 또 달린다. 라오스 국경 산악부족을 찾아가는 참이다.

 귀틀집처럼 목재로 지었지만 수직으로 뾰족하게 솟은 독특한 전통가옥이 스쳐 지나는 이국적 풍경에 신기해하다 지쳐 설핏 졸다 깨어보니 소짜이족 꼰버반 마을이다. 아무래도 산악지대다보니 벼농사는 그리 많이 짓지 않는다. 현지에선 `뮈`라고 불리는 고구마를 주로 재배해 주식으로 삼고 있다. 언어도 문자 없이 말만 전해지고 있어 어른들은 인근 소수부족인 바나족어로, 어린이들은 다수부족인 낀족어, 곧 베트남어로 미사를 봉헌해야 한다.

 살림살이를 보고 싶어 마을로 들어가니 룽(25, 소수부족들은 대부분 성이 없고 이름만 있다)씨가 이제 막 돌이 지난 아기를 끼고 2층 통나무집에서 빈둥댄다. 2층 한 귀퉁이엔 음식을 조리하고 남은 재가 놓여 있고, 그 옆이 침실이자 거실이다. 모기장도 찾아볼 수 없고, 꼬질꼬질 때 묻은 낡고 얇은 이불 한 채가 대충 개켜 있다. 아래층에는 동남아 다른 부족들과 마찬가지로 가축을 키운다. 원두막 같은 `지상의 방 한 칸`이 그의 전 재산이다. 할 일이 없어 선선한 새벽이나 늦은 오후 산에 가 나무를 베어 장작을 팔아 생계를 잇는다.

 가장의 나이는 20대 중반에 불과한데도 벌써 아이는 넷이나 뒀다. 공산당원들은 아이를 2명만 낳도록 강제하는 반면, 소수부족들에겐 출산 제한정책을 강요하지 않아 대개 아이를 10명 안팎으로 많이 낳는다고 한다. 그 많은 아이들과 살아갈 그의 미래가 불 보듯 뻔하다. 자신의 조상들과 마찬가지로 그도 삶의 무게에 짓눌려 평생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이 가난한 마을에도 성당이 있다. 성모승천성당이다. 비록 정부에서 공식 인정한 성당은 아니지만, 1886년에 파리외방전교회 선교로 부족 상당수가 개종하면서 생겨난 오래된 가톨릭 공동체다. 사제 부족으로 공소로만 남아 있던 이 성당은 지난해 쟌꼼민(베드로) 신부가 부임해 상주하면서 본당이 됐다.

 신자 수가 7250여 명인데, 본당 형편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교리교육을 받지 못해 신자들은 겨우 소리기도만 바치는 처지지만, 교육 공간도 없을뿐더러 교리교사도 15명에 불과해 태부족이다. 마침 동생을 등에 업고 성당에 나온 교리교사 쭝(21)씨는 "2년 전 기적의 패 성모수녀회 수녀님들께 교리를 배워 주일학교 학생 500여 명에게 간단한 교리공부를 해주는데도 벅차다"고 전한다. 그나마 낡은 성당도 400석밖에 안 돼 주일이면 서서 미사를 봉헌하는 신자가 더 많을 정도다. 주일 미사 두 대가 다 그 모양이다. 쟌 신부는 마을에 가서 다시 미사 두 대를 뙤약볕이나 빗속에서 봉헌한다.

 응급 환자들은 다급해지면 시도 때도 없이 성당을 찾아 진료소 설치가 절실하지만, 당국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아 환자들이 올 때마다 산길로 13㎞ 가량 떨어진 꼰뚬시 시내까지 실어 나르는 일도 쟌 신부 몫이다. 환자들의 유일한 이동수단이 본당 신부의 낡은 승합차량이다.

 쟌 신부는 "본당 재정이 열악해 소수부족 신자들의 열심한 신앙을 제대로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게 가장 안타깝다"며 "평신도 80여 명을 훈련시켜 교육을 하는데 힘겹다"고 털어놓는다.
 


 #`기숙사` 통해 소수부족 내일 여는 세당족

 소짜이족에 비하면 세당족은 행복한 편이다. 살아가는 모습이야 별다를 게 없지만, 광주대교구 운암동본당이 지난해 본당 설립 30주년을 맞아 (재)기쁨나눔을 통해 지원한 5000만 원으로 예수성심성당에 청소년 기숙사를 지었기 때문이다.

 기숙사는 침대를 30개씩 들여놓은 침실 2칸과 공부방 3칸ㆍ주방 1칸이 전부지만, 아이들에겐 없어서는 안 될 공간이다.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수도자들 보살핌 덕에 아이들은 날마다 새롭다. 그간 집이 멀어 학교에 다니지 못하던 소수부족 아이들 가운데 여자아이 39명과 남자 아이 10명이 살고 있다. 운암동본당에선 이들에게 중고의류와 자전거도 지원, 기숙사에서 3km 떨어진 학교에 다니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배려했다.

 기숙사ㆍ공부방 운영비와 식재료비는 꼰히링 예수성심본당에서 부담한다. 본당은 성당 건물도 없이 맨땅에 기둥을 세우고 초가지붕만 얹은



가톨릭평화신문  2012-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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