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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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쉼터] 입양의 날 특집 - 카페 네스트

입양아들이 또 다른 입양아 돕는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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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 네스트의 요리를 맡고 있는 마티유(왼쪽)와 존.
이들은 자신들의 뿌리를 찾고 싶어 한국을 찾았다.
그리고 카페 네스트를 통해 그 꿈과 삶을 찾아가고 있다.
 
 
미국으로 입양돼 격투기 선수를 하면서 ‘요리사’ 꿈을 꾸었던 ‘존 브랜디’(한국명 노창수). 그는 누군가에게 소속돼 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었고, 또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을 보며 살고 싶다는 희망을 지닌채 한국을 찾았다.

프랑스에 입양됐던 ‘마티유 빌누브’(한국명 백영호)는 요리학교를 졸업하고 고급 요리사 자격증을 취득, 16살때부터 스위스 스페인 등 유럽 각 곳의 5성급 호텔과 유명 식당에서 요리를 해온 12년차 프랑스 요리 전문가다. 부모를 찾고 싶다는 단 한 가지 이유에서 안정된 직장 일을 모두 접어둔 채 한국 땅을 밟았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주택가에 위치한 양식당 ‘Cafe Nest’(카페 네스트)는 존과 매튜의 삶과 꿈이 어우러진 일터다. 해외입양인 지원을 위한 단체, 사단법인 ‘둥지’(이사장 김홍진 신부 서울 쑥고개본당 주임)가 운영하는 이곳에서 존과 매튜는 파스타를 만들고 정통 프랑스 요리를 선보이며 자신을 낳아준 부모 가족들과의 삶 그리고 한국 사회 문화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가고 있다 .

파스타 담당인 존은 직접 반죽을 만들고 파스타를 뽑아낸다. 전문 프랑스 요리사답게 마티유는 집에서 음식을 만들 듯 모든 과정을 꼼꼼히 자신의 손으로 처리한다. 직접 연어를 훈제하고 바질을 갈아서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식이다. 또한 디저트가 전공인 그의 손끝에서는 섬세한 맛과 모양의 프렌치 디저트가 탄생한다.


 
▲ 카페 네스트 전경.
정통 프랑스요리와 파스타, 다양한 와인,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정체성의 혼란을 겪던 시기, 요리를 통해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알게 됐고 그것이 요리사의 길을 선택하게 했다. 음식 솜씨가 훌륭했던 프랑스 양할머니의 ‘손맛’ 영향도 있었다. “주방에 맛있는 음식 냄새가 퍼져 나갈 때 행복감을 느낀다”는 마티유는 이제 생모 생부를 만나서 자신이 만든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픈 소망을 가지고 있다.

존은 다행히 한국에 와서 부모와 상봉했다. 국내 요리전문대학도 다니며 전문 요리사로서의 기량을 갈고닦는 중이다. 카페 네스트는 그가 요리사의 꿈을 펼치는 한국의 첫 무대다.

‘둥지’에서 카페 네스트의 문을 연 것은 지난해 10월11일. 해외 입양인들의 자립을 지원하고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서 였다. 다수의 입양인들이 자신의 피가 흐르고 있는 한국에 살고 싶어하고 정착하고 싶어 하지만, 정작 한국인으로 살아가기에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특히 유럽권이나 비영어권 나라에 입양되어진 이들은 제대로 된 직장 찾기가 쉽지 않다. 카페 네스트는 그러한 해외 입양인들의 열악한 현실적 문제들을 풀어주고자 했다.

존과 마티유가 준비하는 파스타와 프랑스 요리들은 ‘가격이 저렴한 호텔급 메뉴’로 이미 알음알음 소문이 나서 고정 단골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와 함께 이사장 김홍진 신부가 직접 엄선한 와인들과 바리스타 출신 점장 김정수(프란치스코 논현2동본당)씨가 만들어내는 풍미 짙은 커피 맛도 카페 네스트의 인기를 높여주는 요소가 되고 있다.

이곳 수익금은 모두 해외입양아들을 위한 사업과 해외 원조에 쓰인다. 결국 카페 네스트는 존과 마티유 같은 입양아들이 또 다른 입양아들을 위해 일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그간 이곳을 거쳐간 입양인들은 모두 7명. 그중 3명이 친부모를 찾았다. ‘둥지’측은 앞으로 네스트를 입양아들이 일도 하고 한국 문화도 접하면서 ‘모국’(母國)과 입양아들의 삶을 이어주는 실질적인 매개체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6월부터 시작될 ‘쿠킹클래스’도 입양아들을 위한 한국 문화 강좌의 일환으로 준비되고 있다.

현재 카페 운영의 어려움이 있다면, 아직 홍보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 김정수씨는 “앞으로 카페 영업이 활성화 돼서 제2 제3의 카페 네스트가 생기게 되고, 그래서 입양아들의 한국 정착을 돕는 기회가 더욱 많이 마련되면 좋겠다”며 신자들의 관심과 방문을 청했다.

“직장을 갖기 어려운 입양아들이 일을 하며 한국을 알고 느끼면서 같은 처지의 입양아들을 돕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카페 네스트에 대한 바람을 전한 이사장 김홍진 신부는 5월11일 입양의 날과 관련, 해외 입양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인식 변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국내 입양에 대한 인식의 긍정적 변화,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 바로잡기, 자녀들을 걱정없이 키울 수 있는 사회 복지 환경의 발전적 변화가 절실합니다.”

“국민 소득 2만 달러가 넘는 것을 자랑하고 있지만 아직도 한해에 1000여 명의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되고 있습니다. 2010년 한 해 미국에 입양된 아이들의 경우 한국 아이의 숫자가 가장 많았습니다. 경제대국을 거론하면서 자기 아이들을 다른 나라에 맡긴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가의 품격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까요.”

*Cafe Nest (카페 네스트) : 02)545-3217, http://blog.naver.com/nestkorea



가톨릭신문  2012-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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