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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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삼 신부의 수단에서 온 편지] 4

한국신자 도움으로 트랙터 마련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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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달 착륙을 하듯 한국에서 날아온 트랙터가 아프리카 땅을 밟는 순간은 감동이었다.
트랙터의 로더를 움직이자 구경나온 교우들과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내일을 말하다

작년에 방문하셨던 수단선교위원회 위원장 손 신부님께서 원천동 본당 교우들과 함께 마련해주신 트랙터가 얼마 전 인도양과 대륙을 가로지르는 삼만리의 여정을 마치고 수단 선교지인 아강그리알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룸벡교구청으로부터 컨테이너가 곧 도착한다는 소식을 듣고 하루 종일 기다렸지만 해가 기울기 시작해도 도착하지 않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중을 나갔습니다. 한 시간 거리를 마중 나가서 기다리다 다시 삼사십 분을 거슬러 올라가서야 멀리서 흙먼지를 피우며 천천히 다가오는 한 트럭을 만났고 그 컨테이너가 아강그리알에 들어오는 것임을 느낌으로 알 수가 있었지요. 중간에 펑크가 나서 고치고 오느라고 늦었다고 했습니다.

숲속 길을 들어오는 세 시간의 조심스런 여정 끝에 아강그리알에 도착했지만 이미 날이 저물어 작업은 내일로 미루고, 오천 킬로미터의 여정을 풀었습니다. 다음날 설레는 마음으로 컨테이너 문을 여니 반짝반짝 빛나는 빨간색 트랙터의 매혹적인 위용이 들어왔습니다. 뭐랄까요 마치 로봇 태권브이를 만나는 기분이었습니다. 트럭에서 내릴 발판을 만들기 위해 사용가능한 각목과 드럼, 돌멩이와 자동차 휠까지 총동원해서 내려오는 길을 만들고 아주 조심스럽게 트랙터를 몰고 내려왔습니다. 마치 달 착륙을 하듯 한국에서 날아온 트랙터가 아프리카 땅을 밟는 감동적인 순간이었죠. 트랙터의 로더를 움직이자 구경나온 교우들과 아이들이 환성을 질렀습니다. 그리곤 그 주일날 이것이 어떠한 과정으로 어떻게 수단, 그것도 아강그리알 오지까지 오게 되었는지를 자세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한국의 많은 교우들이 우리들을 돕기 위해서 한 푼 두 푼 모은 성금과 기도로 보내준 소중한 선물이라고 말이죠. 어쩌면 아강그리알에서 받은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것입니다.

그리곤 마을 읍장과 추장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트랙터를 어떻게 지역사회를 위해 쓸 수 있을지를 상의했습니다. 우기 동안 엉망이 되어버린 숲속 길을 고치고, 내년 봄에는 쟁기가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 로터리를 쳐주는 등 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일들이 실현 가능한 미래로 보였습니다. 그 순간 이들과 ‘내일’을 이야기 하는 것이 얼마만 이었는지를 깨달았습니다. 불가능한 일들의 한계에 한숨을 쉬었던 이들에게, 과거의 전쟁과 현재의 굶주림만 있었던 사람들에게, 내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는 이 순간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도 헤아렸습니다.

그랬습니다. 희망은 내일의 긍정을 이야기합니다. 그것은 내일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해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기대이며 설레는 행복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희망은 서로에게 내일을 향한 움트는 생명력을 일으키고 가능한 일에 대한 의지를 충만케 해 줍니다. 그러면서 예수님의 성탄과 육화의 신비가 트랙터보다 더 엄청난 희망을 우리에게 안겨준 사건임도 함께 헤아립니다.

불의와 죄에 찌든 암담한 세상에 희망과 빛으로 오신 분,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와 함께 계시는 엄청난 육화의 신비가 얼마나 까무러질 듯 놀라운 하느님의 구원의지이심을 말이죠. 내려놓은 트랙터를 뿌듯한 미소로 바라보면서 이것이 이곳에 오기까지 수고해주신 모든 은인 분들께 감사드렸습니다. 예수님께서 이들 딩카부족과 함께하시듯 수원교구 교우들의 정성과 기도도 우리들에게 다가온 트랙터처럼 말씀으로 우리와 함께 머물고 계시기 때문이었습니다. 트랙터를 통해서 무엇보다도 오늘 이들과 내일을 말할 수 있었음을 되새겨 봅니다.

※ 수단에 활동하는 수원교구 선교사제들을 위해 많은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도움주실분 031-244-5002 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후원계좌 03227-12-004926 신협 (예금주 천주교 수원교구)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09-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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