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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루가 2 16~21) - ‘성모님의 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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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신문에 재미있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전국 대학교수 76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003년 한국 사회를 특징지을 수 있는 사자성어로 가장 많은 이들이 우왕좌왕(右往左往)이라는 말을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뒤를 이어 점입가경 이전투구 지리멸렬 아수라장 등을 선택했다는 씁쓸한 기사였습니다. 우리 사회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음과 2003년 한국사회의 혼돈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어떻든 이러한 2003년이 저물고 갑신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밝고 희망찬 새해를 그려보면서 가톨릭 신문 독자들과 독자들의 가정에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을 기원하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할까 합니다. 아울러 2003년을 시작하면서 가졌던 마음 그러나 일상 속에서 빛이 바랬던 지난 시작의 마음을 되새겨 보면서 2004년을 시작하는 새로운 시작의 마음을 결심하기를 기원해 봅니다. 교회는 매년 새해 아침 천주의 성모 마리아 축일을 지냅니다. 여기서 천주의 성모란 표현은 사실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말이요 논리적으로는 성립될 수 없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가 굳이 이 말을 쓰는 이유는 이 말이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 이해에 꼭 필요한 말이기 때문입니다. 초대교회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위험은 박해와 영지주의라는 이단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영지주의의 위험성을 가늠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영지주의는 교회를 파괴하거나 분열 시킬 수 있을 정도의 영향력을 가졌던 이단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영지주의의 기본입장은 이원론을 견지하면서 인성을 지닌 예수와 신성을 지닌 그리스도를 구별합니다. 그러면서 신성을 지닌 그리스도는 세례 때 예수님께 임했다가 수난 전에 떠났다고 주장합니다. 그러기에 그리스도는 태어난 적도 없고 세례를 받은 일도 없고 더더군다나 수난도 당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데 많은 이들이 이러한 이단을 믿고 거기에 빠져들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이단 사상의 오류를 밝히기 위해 예수님은 참 인간이요 참 하느님이셨다는 사실. 하느님이 우리를 위해 태어나시고 수난하셨다는 사실을 성서와 전통을 통해 밝혀 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이 과정에서 나온 교리가 천주의 성모 교리입니다. 예수님이 하느님이시기에 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로 부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이 말을 가지고 일부 개신교 신자들마냥 맞느냐 틀리느냐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논리적으로는 틀릴 수 있는 말이지만 당시 시대 상황과 신앙언어로 이해하면 이해할 수 있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중요한 것은 교회가 이 교리를 인정하면서 대축일로 경축하는 의도입니다. 사랑 때문에 하느님이 인간이 되셨다는 사실 비천한 구유에서 태어나시고 목수로서 사시고 십자가에 죽으실 만큼 사랑이 많으신 그분이 바로 우리가 신앙하는 하느님이란 사실 이 천주의 성모 교리가 가지는 교훈입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묵상할 바는 이러한 신학적 접근 보다는 마리아가 하느님의 어머니가 될 수 있었던 덕목이 무엇일까를 묵상해 보는 일입니다. 필자는 그 덕목을 『이 모든 일을 마음 속 깊이 새겨 간직하였다』(2 19)란 말씀에서 찾아보았습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마리아의 태도는 오늘 복음에만 나오는 특별한 태도가 아니라 1 29절과 2 52절에도 나오는 마리아의 전형적인 행동 양식이기 때문입니다.
이 말씀을 보면서 만일 내가 마리아라면 어떠했을까를 생각해 봅니다. 아마 필자라면 이 일들을 마음에 간직하기보다 떠벌리고 자랑했을 것입니다. 내 아들이 구세주라고 이 아들이 바로 성령에 의해 잉태된 특별한 아이요 내가 바로 그렇게 위대한 인물이라고…. 성모님이 이렇게 행동했다면 아마 예수님의 구원사업은 실패했었을 것입니다.
바로 인간의 욕구를 넘어서는 마음에 간직할 수 있는 힘 이것이 성모님의 위대함이요 어쩌면 이러한 태도가 시골 처녀 마리아가 예수님의 어머니로 선택된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어느 성현은 인간의 이상적 마음은 깊은 연못과 같아야 한다고 합니다. 깊은 연못은 스스로 자기를 돋보이려고 솟아오르거나 소리를 내지 않고 잘 보이지 않지만 거기에는 온갖 생명을 간직하고 있고 가장 큰 연못인 바다의 수용이 있기에 모든 물이 흐를 수 있는 것 같이 간직하고 인내하고 침묵함으로 생명을 흐르게 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추구해야할 가장 이상적인 마음이라는 것입니다. 깊은 연못 마음속 깊이 간직하는 성모님의 모습을 보면서 인내와 침묵의 의미를 되새기며 새해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홍금표 신부〈원주교구 삼척종합복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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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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