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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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복음] 빛나는 별이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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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2주일(루가 3 1-6)
매주 수요일 저녁 시간 저희 집은 온통 시끌시끌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미사 시간 내내 떠나갈 듯한 아이들의 성가소리에 정신이 없기도 하지만 식당으로 옮겨와 벌이는 삼겹살 파티에 또 정신이 없습니다.

제 옆에 앉은 아이들이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진 삼겹살 조각들을 정성껏 상추에 싸서 야무지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제 마음이 얼마나 흐뭇해졌는지 모릅니다.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 죽어가는 병아리처럼 시들시들했던 아이들 얼굴에는 마른버짐이 피어 거칠거칠했던 아이들이었는데 어느새 포동포동 살이 올라 달덩이처럼 변한 아이들 얼굴을 보니 저는 밥 한술 뜨지도 않았는데 배가 부른 듯했습니다.
 삼겹살을 대충 구워먹은 아이들은 철판 비빔밥을 만든다고 다들 부산했습니다. 철판 비빔밥을 만드는 꼴을 보고 있자니 어디서 보기는 많이 본 듯했습니다.

적당히 남은 고기국물에 밥과 채소 남은 반찬을 붓고 슬슬 불을 가열하면서 고추장에 참기름까지 넣으니 참으로 멋진 철판 비빔밥이 완성되었습니다.
 너무나 영적으로 살아가는 저인지라(?) 식욕이 별로 없는 저는 대충 식사를 끝내고 한 명 한 명 아이들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며 흐뭇해하고 있었지요.

나날이 긍정적으로 바뀌어 가는 아이들 얼굴을 바라보며 마음 깊은 곳에서 은근히 샘솟는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최근 저희 집에 온 한 아이는 이제 겨우 14세인데도 이마에 저보다 훨씬 깊은 주름이 패어있어 마음이 너무도 아팠습니다. 아이의 깊은 주름살에 형제들의 의견이 분분합니다.

  그간 아이가 얼마나 세파에 시달렸으면 저렇게 깊은 주름살이 생겼을까? 하는 형제가 있는가 하면 설마 그럴 리가? 아마 유전일거야 하는 형제도 있습니다.

정말 대단한 주름살이었는데 그 깊던 주름살 역시 조금씩 되찾아가는 아이의 쑥스런 미소와 함께 엷어져가고 있어 모두기뻐하고 있습니다.
 오늘 대림 제2주일을 맞아 루가 복음사가는 이사야 예언서를 인용하면서 우리에게 회개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너희는 주님의 길을 닦고 그의 길을 고르게 하여라.

  주님의 길을 닦는다 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봅니다. 거창하고 대단한 그 어떤 일이 아니겠지요. 일상을 벗어난 특별한 일도 아니라 생각합니다.

  주님의 길을 닦는 일 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상에 더욱 충실히 임하는 일 주님께서 우리에게 내려주신 그 작은 계명들을 귀찮지만 철저히 지켜나가는 일 주님께서 친히 우리에게 보여주신 희생과 헌신의 삶을 우리 일상에서 재현하는 일이겠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저희들에게 주님의 길을 닦는 일 이란 아마도 이런 일이겠지요. 시대를 잘못 타고나거나 부모를 잘못 만나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도 일찍 맛이 간 아이들 얼굴에 다시금 천진한 미소가 깃들이게 하는 일이겠습니다.

 세상과 어른들에 대해 강한 적개심으로 불타면서 삐딱선 을 타는 아이들 마음에 그래도 이 세상은 한번 살아 볼만한 곳 임을 알게 하는 일이겠습니다.

아이들 가슴 한 구석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지난날 모든 아픈 사연들을 이제 모두 내려놓고 새로이 출발하도록 도와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주님의 길을 닦는 일 은 이웃을 위해 시간을 내주는 일입니다. 외로움에 지친 이웃에게 다가가서 그들의 말못한 사연을 들어주는 일 임종의 고통에 괴로워하고 있는 환자 옆에 앉아 조용히 묵주기도 한번 바치는 일 큰 과오나 실패로 방황하고 있는 사람에게 힘내세요 제가 기도할게요 하고 위로하는 일 이런 일들이 주님의 길을 닦는 일 임을 확신합니다.
  주님의 길을 닦는 일 은 최종적으로 진리를 위해 몸바치신 예수님을 따라 우리 각자가 세상 앞에서 또 다른 그리스도 제2의 예수님이 되는 일입니다. 그래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이 암울한 세상에서 우리 각자가 빛나는 별이 되는 일입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각자의 삶을 통해서 세상 사람들이 예수님을 따르는 삶이 얼마나 의미있는 삶인지를 알게 하는 일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우리들의 헌신하는 일상을 보고 자신들 마음에 또 다른 이정표를 하나씩 세우는 은총의 대림 제2주간이 되길 기원합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3-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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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녕 주님 앞뜰에서 지내는 하루가 다른 천 날보다 더 좋으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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