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성녀 데레사의 가르침에 따른 영성생활] 2. 영성이란 무엇인가?

영성, 하느님 사랑에 대한 나만의 응답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영성, 하느님 사랑에 대한 나만의 응답

 흔히 성녀 데레사는 `영성의 대가`라고들 말합니다. 어느 특정 분야에서 일가견을 이룬 사람을 대가(大家)라고 합니다. 영성의 대가인 성녀 데레사의 가르침을 공부하고 그 가르침에 따라 우리들의 신앙생활을 반추하려면 무엇보다도 `영성`의 올바른 개념을 아는 데서 시작해야 하겠습니다. 그러면 `영성`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가장 유행하는 말이 있다면 그건 분명 이 `영성`이란 말일 겁니다. 사제 영성, 수도자 영성, 평신도 영성, 순교자 영성, 영성 심리, 매스컴 영성 등 도대체 교회에서 사용되는, 좀 있어 보인다 하는 말들은 죄다 `영성`이란 말과 함께 쓰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말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사용하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아마 몇 퍼센트도 되지 않을 듯 싶습니다.
 
 성삼위 하느님께 이르는 것

  넓은 의미에서 보면, `영성`은 인간의 행위를 유발하는 어떤 태도나 정신으로서 일종의 종교적, 윤리적 가치를 총칭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영성` 하면 어떤 특정 종교에 국한되지 않고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신 혹은 절대자를 믿는 사람이면 어떤 종교건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말이 `영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교 영성뿐만 아니라 선(禪)의 영성, 불교도 영성, 유다교 영성, 회교도 영성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좀 더 협소한 의미에서 본다면, `영성`은 그리스도교 신앙에 바탕을 둔 신앙생활, 좀 더 구체적으로는 하느님과 신자 간의 인격적인 관계성을 의미하며 그 관계에 바탕을 둔 생활양식을 의미합니다. `영성`(spiritualitas)이란 말은 `영(靈)`을 의미하는 라틴어 `스피리투스(spiritus)`와 그리스어 `프네우마(pneuma)`에서 유래합니다. 이러한 선상에서 성령(聖靈)을 `스피리투스 상투스(Spiritus Sanctus)`라고 합니다. 우리는 이 말을 통해 영성이 성령과도 깊은 연관을 갖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교회의 가르침과 계시 진리에 비춰볼 때, 진정한 의미의 영성은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그분을 통해서 성삼위 하느님께 이르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영성`에는 이런 일반적인 의미를 바탕으로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가톨릭교회의 중심인 로마에서 영성신학으로 권위 있는 교황청 테레시아눔 대학원에서 40여년 이상 가르쳐 오신, 명강의로 유명한 라우다치 신부님은 `영성신학의 근본 주제들`이라는 과목을 가르치실 때 늘 다음과 같은 질문과 함께 첫 강의를 시작하곤 하십니다.
 
 "여러분은 영성을 뭐라 생각하십니까?" 필자 역시 거의 20년 전 이 강의를 들을 당시 같은 질문을 받았습니다만, 저를 비롯해 대강의실에 꽉 들어찬 수많은 신부님, 수녀님들 가운데 그 누구도 이 신부님이 의도하신 답을 제대로 맞히진 못했습니다. 결국 신부님께서는 저희들의 대답을 종합하시며 다음의 한 마디로 영성의 핵심을 지적하셨습니다. 영성은 하느님과 우리들 사이의 관계성을 표현한 것으로서, 구체적으로는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에 대해 우리 각자가 그분께 드리는 고유한 사랑의 표현 방식이라고.
 
 예를 들어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참하고 예쁜 아가씨, 요즘 젊은이들의 표현처럼 `엄친딸(완벽한 여성을 이르는 말)`이 있다고 합시다. 그 아가씨에게 반한 세 청년이 있습니다. 한 청년은 시인이고 다른 한 청년은 음악가이며 마지막 한 청년은 미술가입니다. 세 청년 모두 그 아가씨를 사랑합니다만, 저마다 사랑의 표현은 달랐습니다. 시인 청년은 자신이 알고 있는 동서고금의 주옥같은 시구(詩句)를 인용하며 심금을 울리는 편지를 써 보내 그녀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반면, 음악가 청년은 그녀를 생각하며 가끔씩 산책하다 떠오른 악상을 갖고 세레나데를 작곡해 어느 날 저녁 그 아가씨가 사는 집 창문가에서 그 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미술가 청년은 그 아가씨의 초상화를 예쁘게 그려서 선물하는 것으로 그녀에 대한 사랑을 고백했습니다. 이렇게 시인, 음악가, 미술가 모두 그 아가씨를 사랑했지만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은 저마다 달랐습니다.
 
 하느님과의 관계로 상황을 바꿔보기로 합시다. A라고 하는 신자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돕는 것이 곧 당신을 돕는 것이라 하신 주님 말씀을 기억하며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을 도움으로써 하느님을 향한 사랑을 표현합니다. 반면, B라고 하는 신자는 노래를 잘 부르는 자신의 능력을 봉헌하기 위해 본당 성가대에 들어가 매주 미사 때 성가로 주님을 찬미하는 것으로 하느님에 대한 사랑을 표현합니다. C라고 하는 신자는 평소 성경 공부에 열심이었습니다. 그래서 본당 성경 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새로 입교한 신자들에게 성경을 가르침으로써 하느님을 향한 사랑을 표현합니다. 세 신자 모두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은 같지만, 그것을 표하는 방식은 다릅니다.
 
 세례 통해 영성의 바탕 마련
 
 그러므로 영성은 하느님의 사랑에 대해 나만이 응답하고 표현할 수 있는 고유한 사랑의 방식, 고유한 사랑의 색깔을 뜻합니다. 우리 각자는 생김새부터 성격까지 모두 다릅니다. 태어난 곳도 다르고 자라난 가정환경도 다릅니다. 취향도 다르고 교육 정도도 다릅니다. 또한 하고 있는 일도 다릅니다. 그리고 우리 각자가 걸어온 삶의 역사가 다릅니다. 이 모든 것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독특한 나를 이루는 요소들입니다. 바로 이 모든 나 자신의 독특함을 바탕으로 하느님과 맺는 고유한 관계, 그리고 그 관계 안에서 나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에 나만의 방식으로 하느님께 사랑을 표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영성`입니다. 따라서 세례를 통해 하느님과 인격적 관계를 시작한 우리는 이미 잠재적으로 영성의 바탕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토대 위에 하느님에 대한 각자의 고유한 사랑의 방식을 갈고 닦으며 그분을 향한 고유한 사랑의 색깔을 곱게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다름 아닌 영성생활입니다.
 
 그러므로 성인전이나 영성 서적들을 통해 만나는 성인들은 여러분이 어떻게 하느님께 나아가는가 하는 개괄적인 여정과 영성적인 원리에 대해 가르쳐주지만, 여러분은 성 프란치스코, 성 이냐시오, 성녀 데레사가 될 수도 없고 돼서도 안 됩니다. 여러분은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여러분 자신이 돼야 합니다. 그리고 여러분 자신만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여러분들이 걸어야 할 여러분만의 영성의 길입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4-01-01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30

히브 10장 24절
서로 자극을 주어 사랑과 선행을 하도록 주의를 기울입시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