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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 데레사의 가르침에 따른 영성생활] 6. 성녀 데레사의 「완덕의 길」

기도, 기술이 아닌 하느님과 맺는 인격적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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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레사 성녀는 완덕에 이르는 길은 기도 여정의 발전 단계와 맥을 같이 하고 기도 여정의 발전은 올바른 신앙생활, 수덕생활을 바탕으로 한다고 강조한다. 사진은 완덕의 산 정상을 바라

  기도 교과서인 「완덕의 길」

 성녀 데레사가 쓴 책 가운데 영성생활을 위한 기본적인 교과서로 다른 작품들에 비해 신자들이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으로 「완덕의 길」을 들 수 있습니다. 「완덕의 길」은 본래 성녀가 창립한 첫 번째 맨발 가르멜 수녀원인 성 요셉 수녀원의 수녀들에게 기도에 대해 가르치기 위해 썼습니다. 성녀는 1562년 이 작품을 썼는데, 기도뿐만 아니라 영성생활 전반에 대해 그리고 신비체험에 대해 거침없고 솔직한 문체로 소개했습니다.

 더 나아가 성녀는 수녀들을 비롯해 평신도, 특히 여성들이 묵상기도를 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어려움을 줬던 당시 남성 중심의 교계제도를 간접적으로 비판하면서 여인들을 옹호하는 원색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런 내용들은 당시 종교재판소가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일종의 계엄령 체제하에서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검열했던 성녀의 영적지도 신부들은 성녀로 하여금 도발적인 내용들을 수정하고 문체도 다듬도록 부탁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약 3년간 다시 다듬어 1565년에 수정된 작품이 나오게 됩니다.

 그래서 「완덕의 길」은 두 개의 작품으로 전해져 옵니다. 그리고 각각의 작품이 보관된 장소에 따라 구체적인 이름이 따라붙는데, 성녀가 처음 만든 「완덕의 길」은 스페인의 왕궁 도서관에 있고 그 왕궁이 있는 마을의 이름이 `에스코리알`이기 때문에 「완덕의 길」 에스코리알본(本)이라 부르고, 수정해 다시 만든 작품은 바야돌리드라는 대도시의 가르멜 수녀원에 보관되어 있기 때문에 「완덕의 길」 바야돌리드본(本)이라 부릅니다. 최민순 신부님을 통해 한국에 소개된 「완덕의 길」은 바야돌리드본입니다.
 

 「완덕의 길」의 구성

 「완덕의 길」은 42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크게 다음과 같이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1) 1-18장: 기도를 위한 준비, 2) 19-26장: 일반적인 기도에 대해, 3) 27-42장: `주님의 기도`에 대한 해설. 무엇보다 성녀 데레사는 자신이 몸담고 살았던 시대적인 상황, 그리고 자신이 여인으로서 사회적 약자였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대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통해 그 시대의 교회가 안고 있던 갈등과 분열에 대해 깊이 자각하고 혼신을 다해 응답함으로써 교회의 유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했습니다. 따라서 성녀가 이 작품을 통해 제시한 것은 복음을 철저하게 사는 것, 기도에 충실함으로써 주님을 섬기고 교회에 봉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럼으로써 주님께서 교회를 통해 세상 구원을 이루시는 데에 밑거름이 되고자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성녀가 책을 쓰게 된 이유이자 주된 내용입니다.

 
 기도는 테크닉이 아닌 하느님과의 관계

 이런 선상에서 우리는 성녀가 이 책을 쓰면서 기본 줄기로 삼은 몇 가지 주제를 만나게 됩니다. 하나는 복음적 권고를 철저히 지키는 가운데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도생활입니다. 성녀는 기도생활은 그리스도를 따르는 여정이며 이것이 곧 영성생활이 지향하는 완덕을 향한 여정이라고 봤습니다.

 통상 이 책은 기도에 대한 성녀의 가르침이 담긴 교과서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신자들이 이 책을 읽어가면서 접하는 내용은 주로 신앙생활을 위한 기본 자세, 특히 덕행(德行)에 관한 것입니다. 성녀는 작품의 50 이상을 할애해서 다양한 덕들에 대해 다뤘습니다. 이는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으로, 성녀는 기도가 중요하지만 기도 자체만으로는 부족하며, 덕을 닦는 것이야말로 기도의 근본 바탕이라고 가르쳤습니다.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신자들이 사이에 사적 계시 문제를 비롯해 특별한 치유 은사나 신비 현상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만, 이로 인해 신자들의 신앙생활이 비본질적(非本質的)인 것에 치우쳐서 잘못된 신앙의 길로 접어드는 것은 아닌가 염려스러울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 점과 관련해서 성녀 데레사는 단호했습니다. 절대 신비 현상이나 사적 계시 같은 것을 바라지도 말고 그것을 체험했다 할지라도 거기에 마음을 두지 말며 그것이 완덕을 향한 여정에서 진보했다는 표식도 아님을 명심하라고. 그러면서 성녀는 「완덕의 길」에서 참된 기도, 즉 하느님과의 참된 만남과 대화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청빈, 자아 인식, 이탈, 겸손, 순수한 사랑과 같은 덕목을 제시했습니다.

 저는 적지 않은 신자들이 기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 좀 염려스럽습니다. 기도를 테크닉 차원에서 접근하면서 이런저런 기도 방법을 배워 열심히 수련만 하면 높은 기도 단계에 이를 수 있다고 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기도는 근본적으로 `기술`이나 `방법`이 아닙니다. 성녀 데레사가 말하는 기도는 그런 기술이 아니라 하느님과 맺는 `우정의 관계`, `사랑의 관계`가 영글어가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기도는 단순히 어떤 기술을 터득하고 반복해서 수련함으로써 깊어지는 방법이 아니라, 두 인격(人格) 간의 만남으로 이해하고 하느님을 나의 유일무이한 사랑이자 벗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며 이 관계에 충실하고 그럼으로써 이를 내 삶의 중심에 두고 끊임없이 키워가야 하는 소중한 생명과 같은 것입니다.

 
 건강한 기도생활의 바탕인 올바른 삶의 준비

 성녀가 말한 완덕의 길은 기도 여정의 발전 단계와 맥을 같이 합니다. 그리고 기도 여정의 발전은 올바른 신앙생활, 수덕생활을 바탕으로 합니다. 쉽게 말해, 기도만 많이 하고 고상한 생각과 신묘한 감정만 느낀다고 완덕에 이르는 것이 아니라 그에 합당한 올바른 삶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겁니다.

 조금이라도 더 주위 사람들을 배려하고 관심을 갖고 순수하게 사랑하는 것, 가진 것을 나눠 소외된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 결국은 죽음 앞에서 다 놔야 할 이 세상 것에 너무 마음을 두지 않는 것, 하느님께서 주신 재물과 재능을 자기 것으로 생각지 말고 하느님과 사람들 앞에서 겸손한 마음으로 나누며 사는 것, 교회 어른들을 통해 말씀하시는 하느님의 가르침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따르는 것,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상식이 통하는 `사람 냄새` 나는 건강한 인간성을 갖고 신앙생활을 하는 것. 이 정도만 돼도 완덕의 길에서 그리 멀리 있지 않으며 기도생활을 잘 할 수 있는 좋은 밑거름이 준비된 건강한 영혼이라고 성녀는 가르쳤습니다.

 마지막으로, 성녀는 신앙생활의 정점(頂點)인 완덕의 정상에 이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대결심(一大決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세상이 무너지는 한이 있어도 이 목표를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굳건한 결의. 여러분은 과연 예수님께 여러분의 삶의 중심 자리를 내어드리고 그분께 올인할 자세가 돼 있습니까? 그렇다면 여러분도 성녀 데레사가 초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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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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