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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 데레사의 가르침에 따른 영성생활] 7. 성녀 데레사의 「영혼의 성」

하느님을 향한 내적 여정은 우리 모두의 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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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빌라 강생 수녀원 입구 마당에 표시된 7궁방.

  성녀 데레사의 작품 가운데 백미(白眉)인 「영혼의 성」

 「영혼의 성」은 성녀의 영성 세계를 대변하는 최고 작품입니다. 성녀는 이 책을 1577년 6월 2일 톨레도 가르멜 수녀원에서 쓰기 시작해 그 해 12월 29일 마무리했습니다. 그러나 그 중간에 여러 가지 복잡한 일에 얽혀 3개월간 펜을 잡지 못했으니, 성녀가 영성사(靈性史)에 길이 남을 이 걸작을 완성한 것은 3개월 동안이었습니다. 이 책은 본래 종교재판소에 고발당해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한 「자서전」을 안타까워하던 성녀에게 영적 지도신부인 맨발 가르멜회 소속 그라시안 신부가 권유함으로써 시작됐습니다. 성녀의 첫 번째 작품인 「자서전」이 만들어진 것은 1562~1965년으로 1577년에 쓰인 「영혼의 성」과는 12~15년의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성녀는 1572년 11월 18일 아빌라의 강생 수녀원에서 영적 여정의 최고봉이라고 불리는 그리스도와의 `영적 결혼`에 이르는 체험을 했으며, 자신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에 응답하기 위해 교회에 대한 봉사를 모토로 하는 `남ㆍ녀 맨발 가르멜 수도회`를 창립했습니다. `영적 결혼`을 체험한 지 5년이 지난 상태에서 「영혼의 성」을 썼다는 것은 성녀가 영성생활의 정상에 서서 그간의 영적 여정을 뒤돌아보며 영성생활 전체를 해설한 내용이 이 작품에 담겨 있음을 의미합니다.


 내면의 성(城)에 비유된 인간의 영혼

 흔히 하느님을 깊이 체험한 신비가들은 그 신묘한 체험을 인간의 언어로 표현할 방법이 없어 `상징`을 사용하거나 `시(詩)`에 담아 전하곤 했습니다. 성녀 데레사 역시 표현의 한계를 느끼며 자신의 신비 체험을 수많은 상징 속에 담아냈습니다. 성녀의 영성 세계를 이해함에 있어 근본 바탕이 되는 것은 인간, 그 중에서도 인간의 영적 부분인 `영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곳이야말로 삼위일체 하느님이 현존해 계신 곳이자 바로 그 하느님과 인간이 인격적인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발전시켜감으로써 우리가 세례 때 받은 근본 성소인 `성화(聖化)` 또는 `신화(神化)`가 이뤄지는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성녀는 영성생활의 중요한 사건들이 일어나는 `영혼`을 `다이아몬드`, `구슬`, `정원`, `성`과 같은 상징에 담아 설명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성(城)`은 성녀가 가장 선호했던 상징 중 하나였습니다. 아빌라는 유럽에서도 손꼽을 정도로 중세의 웅장한 성곽 전체가 가장 잘 보존된 도시입니다. 그곳에서 태어나 50여 년 동안 아빌라 성을 보며 살았던 성녀에게 `성`은 영성생활을 설명해 주는 가장 자연스런 상징이었을 겁니다.


 성의 중심에 현존해 계신 하느님

 성녀는 `성`으로 상징되는 영혼 안에 성주(城主)이신 하느님이 사신다고 가르쳤습니다. 사실 성녀의 이런 설명은 교회가 가르치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내주(內住), 즉 우리가 세례를 받음으로써 삼위일체 하느님께서 영혼 안에 거하신다고 하는 교회 교도권의 가르침의 다른 표현일 뿐입니다. 그러나 성녀의 이런 설명은 단순히 추상적인 표현이 아니라 성녀가 오랜 신앙생활 동안 끊임없이 체험하고 느끼고 깨달은 바를 담아낸 것입니다. 그래서 그 어떤 설명보다 권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이 자기 내면의 성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세례를 받고 영성생활을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여정은 무엇보다 성의 중심에 살고 계신 성주, 즉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성 안으로 점점 더 깊이 파고들어가는 내적 여정(內的 旅程)을 말합니다.


 성의 중심을 향해 있는 일곱 개의 방

 성녀는 인간의 영혼을 `성`으로 설명하면서 그 성이 바깥쪽에서부터 크게 7개 지역으로 나뉜다고 상징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인간이 세례를 받게 되면 이 성 안으로 들어가게 되며 그가 처음 들어가는 지역을 1궁방(宮房)이라 불렀습니다. 반면, 하느님과 교회를 위해 더 열심히 봉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더 안쪽에 있는 2궁방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3궁방은 신앙생활에 있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사람들이 들어서는 곳입니다. 이 방은 인간이 노력해서 갈 수 있는 최고 지점입니다.

 4궁방부터 7궁방까지는 인간이 아닌 하느님이 주도권을 쥐고 여정을 이끌어가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는 하느님의 은총이 많이 작용하며 인간은 그런 그분의 은총에 맡겨드리고 그분이 일하실 수 있도록 자신을 준비해야 합니다. 4궁방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인간이 자기 자신에 대해 온전히 죽어야 하며 하느님께 온전한 신뢰를 둬야 합니다. 5궁방부터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 깊은 일치가 이루어지기 시작합니다. 6궁방에서는 그 일치가 한층 깊어지는데 성녀는 이 상태를 `영적 약혼`이라 불렀습니다. 이 궁방에서는 탈혼이나 현시 등 상당히 많은 신비 현상이 수반되기 때문에 흔히 신비 현상의 궁방이라고도 부릅니다.
7궁방은 삼위일체 하느님이 현존해 계신 방이자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 완전한 신비적인 일치가 이루어지는 방입니다. 그래서 성녀는 이를 `영적 결혼`이라 불렀습니다. 이 단계는 교회가 가르치는 인간의 궁극적 목적이자 성소인 `성인(聖人)`이 되는 상태이자 좀 더 전문적인 표현을 쓰자면 `참여(參與)로써 하느님처럼 되는 상태`입니다. 인간은 이 7궁방에 도달함으로써 세례 때 받은 근본성소인 `성성(聖性)`을 완전히 실현하게 됩니다.


 `성성(聖性)`의 완성을 향해 초대받은 우리
 인간 내면을 향한 성녀 데레사의 `성` 비유는 말 그대로 비유이자 상징입니다. 「영혼의 성」을 접한 독자들이 실제로 우리 영혼을 `성`으로 믿고 그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어디로 들어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는 말을 들으면 정말이지 기가 막히곤 합니다. 물론 우리 영혼 안에 현존해 계신 하느님과의 일치를 향한 여정은 맞습니다만, 그것은 정확히 말해 하느님과 나 사이의 `인격적 관계`가 점점 무르익어가는 여정입니다. 마치 사랑하는 두 연인이 처음 만나서 서로를 알아가고 사랑의 농도가 짙어가면서 둘 사이의 깊은 연대감이 형성되듯이, 세례를 통해 맺은 하느님과의 인격적 관계의 밀도가 점점 깊어가는 여정이 우리 내면을 향한 여정이며 그 여정을 사랑의 농도에 준해서 7개의 단계로 구분한 것이 성녀가 「영혼의 성」을 통해 설명하고자 했던 전체적인 내용입니다.

 우리 영혼 안에 현존해 계신 하느님을 향한 내적 여정은 단지 소수의 엘리트들이나 걷는 길이 아닙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교회의 구성원 모두가 성인이 되도록 불림 받았음을 분명히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 성소는 우리가 세례를 받는 순간부터 우리 각자에게 부여된 소명으로, 하느님은 우리 모두가 우리 존재의 근원이자 궁극적 목적이신 당신과 사랑으로 하나 되도록 초대하셨습니다. 여러분은 이 초대에 기꺼이 응답할 마음의 준비가 되셨습니까?

 


가톨릭평화신문  2014-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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