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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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 데레사의 가르침에 따른 영성생활] 8. 성녀 데레사의 「창립사」

맨발 가르멜회 창립은 하느님 자비에 대한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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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녀 데레사가 창립한 첫 번째 맨발 가르멜 수녀원(아빌라의 성 요셉 수녀원).

   하느님 자비에 대한 응답의 역사인 「창립사」

 성녀 데레사의 주요 작품 중에는 영성 서적뿐만 아니라 「창립사」라고 하는 역사서가 있습니다. 「창립사」의 주된 줄거리는 성녀 데레사가 창립한 남ㆍ녀 맨발 가르멜 수도원들의 창립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내용은 근본적으로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에 대한 인간, 구체적으로는 성녀 데레사의 응답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성녀 데레사는 부족하기 짝이 없는 죄인인 자신에게 베푸신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체험하고서 그분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억누를 길이 없어, 세상을 향한 그분의 구원사업에 온전히 투신하고자 하는 원의를 품게 됩니다. 그 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이 교회 봉사를 위해 남ㆍ녀 맨발 가르멜 수도원을 창립하는 일이었습니다.

 16세기 중반 당시 유럽의 교회는 개신교 종교개혁으로 인해 분열돼 가고 있었으며 내ㆍ외적으로 상당한 위기에 봉착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조선시대의 여인처럼, 지극히 남성 중심적인 시대적 제약 속에서 살아야 했던 성녀는 엄격한 봉쇄 수녀원을 세워 보다 깊이 있는 기도와 희생의 삶을 통해 하느님을 체험하고, 체험한 것을 남자 가르멜을 통해 교회에 나눔으로써 교회 쇄신을 도모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성녀는 1562년부터 시작해 스페인에 17개의 맨발 가르멜 수녀원을 세웠으며, 1568년에는 십자가의 성 요한과 함께 남자 맨발 가르멜을 창립하기에 이릅니다. 이런 구체적인 창립 내용이 담긴 작품이 「창립사」입니다. 따라서 이 책은 성녀의 영성이 어떻게 역사 안에서 구체화되고 꽃피어 갔는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품의 구조와 내용

 「창립사」의 내용은 전체적으로 두 번째 맨발 가르멜 수녀원 창립이 있기 직전인 1567년부터 마지막 수녀원 창립이 있었던 1582년까지 일어난 일들을 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느 일정한 시기에 연속해서 작성된 것이 아니라 크게 네 시기에 걸쳐 다양한 장소에서 작성됐습니다.

 작품의 전체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1부: 서언~9장(1573년 살라망카에서 작성)-메디나, 말라곤 수녀원 창립 이야기. 2부: 10~19장(1574년 세고비아에서 작성)-바야돌리드, 두루엘로, 톨레도, 파스트라나, 살라망카 수녀원 창립 이야기. 3부: 20~27장(1576년 톨레도에서 작성)-알바, 세고비아, 베아스, 세비야, 카라바카 수녀원 창립 이야기. 4부: 28~31장(1580~1582년 해당 수녀원에서 작성)-비야누에바, 팔렌시아, 소리아, 부르고스 수녀원 창립 이야기.

 
 현대인을 위한 기도의 가르침

 「창립사」가 주로 가르멜 수도원ㆍ수녀원의 창립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이 이야기 곳곳에는 다양한 영성적 주제들도 담겨 있습니다. 예를 들어, 4장부터 8장에서 성녀는 기도와 관련해 몇 가지 권고 사항을 전해주고 있는데, 이 가르침은 기도에 대해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는 「자서전」, 「완덕의 길」, 「영혼의 성」에는 나오지 않는 내용입니다. 성녀는 5장에서 완전한 기도의 본질에 대해 다루면서, 기도하는 사람이 처한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 적절한 조언을 줬습니다.

 예를 들어, 묵상기도 시간이나 성무일도 시간에 피치 못할 상황으로 인해 일해야 할 경우, 그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며 과연 기도를 궐해도 괜찮은가? 하는 문제에 대해 성녀는 몇 가지 중요한 식별 기준을 정해주었습니다. 만일 기도시간과 겹치는 그 일이 1) 교회 장상의 명에 따라 하는 일이며 2) 애덕 실천, 이웃을 위한 봉사와 연관되어 있다면, 그 일로 기도를 궐해도 괜찮다고 성녀는 가르쳤습니다.

 그렇다고 그것을 핑계 삼아 자주 기도를 궐해서는 안 되겠지요. 여기서 성녀가 지적하고자 했던 것은, `기도`와 교회 장상에 대한 `순명` 그리고 `애덕 실천`이 서로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럴 경우, 손으로는 일하지만 마음만은 하느님을 향하고 지속적으로 화살기도를 하도록 가르쳤습니다. 이러한 선상에서 우리는 성녀의 그 유명한 구절을 만나게 됩니다. "주님께서는 냄비들 가운데서도 현존해 계십니다."

 필자 역시 신학생 시절, 신학교에서 수업 후에 수도원에 귀가해서 종종 주방 수사님을 도와드리며 묵상기도 시간과 주방 소임이 겹쳐서 고민할 때 성녀의 이 구절을 접하고는 말끔히 걱정을 털어버린 기억이 있습니다. 분주한 사회생활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며 신앙생활, 기도생활을 해야 하는 오늘을 살아가는 신자들에게 성녀의 이 가르침은 좋은 지침이 되어 주리라 생각합니다. 성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는 어디서든지 사랑하고, 사랑하는 임을 늘 생각합니다."

 
 열렬한 성체 신심이 반영된 수녀원 창립

 「창립사」에는 신앙생활에 도움을 주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많습니다만, `성체 신심`과 관련해서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갈까 합니다. 성녀는 성체에 대한 신심이 남달랐습니다. 특히 개신교 종교개혁으로 인해 성체가 모독을 당하고 적지 않은 성당이 문을 닫아야 했던 상황에 대해 참으로 마음 아파했습니다. 그래서 성녀는 자신이 창립하는 가르멜 수녀원이 이런 위기 상황을 반전시키는 작은 주춧돌이 되기를 희망하며 그 수녀원 성당에서 성체가 온전히 흠숭받도록 했습니다.

 성녀가 창립한 맨발 가르멜은 엄격한 봉쇄와 희생, 가난을 모토로 삼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도시에서 여러 부류 사람들의 반대에 부딪히곤 했습니다. 성녀는 수녀원 창립을 위해 준비된 집에서 미사성제가 봉헌되는 것을 공식적인 `창립`으로 삼았으며, 창립에 반대하는 갖가지 음모에 맞서서 창립을 성공시키기 위해 통상 창립 멤버 수녀들을 데리고 야밤을 틈타서 준비된 수녀원에 들어가 꼭두새벽에 미사를 봉헌하곤 했습니다. 수녀원 창립이 매번 007작전을 방불케 했던 것이죠. 신비가였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감각을 지녔고 만유 위에 성체를 공경했던 성녀의 열정이 결합된 작전이 바로 가르멜 수녀원의 창립이었습니다.

 과연 여러분은 얼마나 성체 안에 숨어계신 주님을 열망하며 삶의 중심에 그분을 모시려 노력하고 있습니까? 500여 년 전 스페인의 한 여인은 그것을 위해 목숨을 걸고 수녀원 창립을 감행했습니다. 과연 여러분에게는 그런 열정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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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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