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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속 도시]<11>하느님께서 준비하신 오아시스 ‘엘림’

탈출 여정의 피로 풀어준 임시 휴식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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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에게 휴식처가 됐던 엘림은 지금도 종려나무가 울창한 오아시스다. 리길재 기자

이스라엘 백성은 갈증으로 고통받았던 마라를 떠나 엘림에 이르렀다. 마라와 엘림은 가깝게 연결된 지역이다. 엘림에는 샘물이 12개나 있었으며, 큰 종려나무가 드리운 시원한 그늘이 있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곳에 진을 치고 머물렀다. "그들은 엘림에 다다랐다. 그곳에는 샘이 열두 개, 야자나무가 일흔 그루 있었다. 그들은 그곳 물가에 진을 쳤다"(탈출 15,27).

 땡볕의 광야를 헤매는 사람들에게 시원한 그늘과 갈증을 풀어주는 물처럼 더 소중하고 반가운 것은 없을 것이다. 마라와 달리 물이 풍부하고 그늘의 쉼터가 있는 이곳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집트 탈출 이후 비로소 처음으로 모든 피로와 긴장을 풀고 평온한 휴식을 즐길 수가 있었을 것이다.

 엘림은 지역적으로 마라와 신 광야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고 성경에 언급돼 있다. "이스라엘 자손들의 온 공동체는 엘림을 떠나, 엘림과 시나이 사이에 있는 신 광야에 이르렀다. 그들이 이집트 땅에서 나온 뒤, 둘째 달 보름이 되는 날이었다"(탈출 16,1).

 엘림은 수에즈 운하의 동남쪽 100㎞ 지점에 위치한 오아시스 촌락이다. 오늘날의 `와디 그란델`로 추정된다. 성경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이곳에는 적절한 물을 공급해주는 담수샘이 있고, 골짜기를 따라 이어진 멋있는 협곡과 종려나무들이 그늘을 이루고 있다. 비가 오면 깊이 파인 웅덩이에는 물이 가득 고이기도 한다.

 엘림을 떠나 `신 광야`로 향하면 황량한 벌판이 끝나게 되면서 작은 모래 산들이 점점 높아지기 시작한다. 석회암 절벽 사이에 산들이 형성돼 있다. 신 광야라는 지명은 당시 이 지역에서 숭배했던 달신에서 비롯하는 지명이다. 지금 이 지역에는 작은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마을의 잔재만 남아 있다.

 마라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느님을 원망했다. "백성은 모세에게 `우리가 무엇을 마셔야 한단 말이오?`하고 불평하였다. 모세가 주님께 부르짖으니, 주님께서 나무 하나를 보여 주셨다.…(중략)…주님께서는 백성을 위한 규정과 법규를 세우시고 그곳에서 주님께서는 백성을 시험하셨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너희가 주 너희 하느님의 말을 잘 듣고, 주님의 눈에 드는 옳은 일을 하며, 그 계명에 귀를 기울이고 그 모든 규정을 지키면, 이집트인들에게 내린 어떤 질병도 너희에게는 내리지 않을 것이다. 나는 너희를 낫게 하는 주님이다"(탈출 15,24~26).

 이스라엘 백성들은 엘림에 도착한 후에 후회하지 않았을까? 조금만 더 인내했더라면 그들은 하느님을 원망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분께 시험받지 않았을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탈출기 여정은 광야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세상에는 마라의 샘처럼 쓰라린 고통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엘림처럼 위로도 함께 공존한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희망을 갖고 힘을 내야한다.

 그러나 인생은 끝이 없는 여정이듯이, 엘림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영원히 머물 곳이 아니었다. 이곳은 최종 정착지가 아니라 임시 휴식처일 뿐이었다. 그들은 곧 다시 고난의 길인 광야를 걸어야 했다.

 엘림에서의 휴식은 단지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스라엘은 고난과 역경이 너무나 고통스럽다고 느껴질 때 적당한 장소에서 잠시 동안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또 휴식을 통해 다시 원기를 회복하여 가나안을 향한 고난의 길을 다시 갈수 있게 됐다.

 물과 그늘이 없어서 고통스럽게 헤매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해 하느님께서 오아시스를 준비하셨던 것은 아닐까. 이스라엘 백성들은 엘림에 도착한 후 `하느님께서는 결코 그의 백성들을 버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신앙과 삶의 신비를 가르쳐 주는 곳이 바로 성경의 땅 광야이다.


 
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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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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