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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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 데레사의 가르침에 따른 영성생활] 9. 성녀 데레사의 「서간집」

현실감각 동반된 올바른 영성의 길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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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아빌라의 데레사 성녀가 태어난 방에 장식된 데레사 성녀 상. 방은 작은 경당으로 꾸며져 있다.

  성녀에 대한 균형 잡힌 이해로 인도해주는「서간집」

 지난 호까지 「자서전」, 「완덕의 길」, 「영혼의 성」과 같은 성녀 데레사의 주요 영성 작품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사실 그간 한국교회 신자들은 성녀의 이런 수준 높은 영성 서적들을 통해 지극히 추상적이고 영적으로만 묘사된 `신비가`로서의 성녀 데레사만을 접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마치 성녀는 대부분의 시간을 탈혼 속에 보냈다거나 마치 구름 위를 걸어 다니는 반쯤 천사 모습을 한 사람처럼 그려져 왔던 게 사실입니다.

   여기에는 특히 성녀 선종 이후, 바로크 시대를 풍미했던 문학적 환경 속에서 성녀를 지극히 천사적 존재로 부각시키거나 모든 면에서 어린 시절부터 특은을 입은 특별한 존재로 내세워 당시의 대중신심을 북돋우려 했던 작가들의 뻥튀기가 한몫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오늘날 우리에게 전해진 성녀의 모습은 가히 가관입니다. 몸뚱이도 없고 음식도 안 먹고 화장실도 안 가는 그런 천사적 존재, 거의 언제나 공중 부양을 하며 늘 탈혼 속에서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고 천상만을 쳐다보는 모습이 우리가 성녀에 대해 갖는 대체적 이미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성녀 데레사에 대한 그런 잘못된 이미지를 한 방에 날려버릴 작품, 성녀 역시 우리와 같이 땅을 딛고 살았고 먹거리에 대해 걱정하고 질병으로 시달렸으며 수많은 인간관계 속에서 고민한 평범한 인간임을 입증하는 자료가 바로 성녀가 쓴 수많은 편지들입니다. 성녀의 편지들은 그간 우리가 생각했던 성녀 데레사에 대한 극단적 이상적 모습에다 현실적 모습을 가미함으로써 성녀에 대한 균형 잡힌 이해로 인도해 줍니다.
 


 성녀의 속살을 보여주는 작품
 일생 동안 성녀가 몇 통의 편지를 썼는지 정확히 집계하기는 어렵습니다.
500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 전해져 오는 편지보다 그간 사라져버린 편지가 훨씬 더 많기 때문입니다. 여러 편지 가운데 간접적으로 언급되는 것들을 바탕으로 추정해 보건대, 학자들마다 약간의 견해 차이는 있지만, 성녀는 약 1만 통에서 1만 5000통 정도의 편지를 쓴 것으로 사료됩니다.

 성녀의 인물됨을 비롯해 성녀의 영성을 이해하는 데 편지는 상당히 중요한 바탕이 됩니다. 편지는 오랜 역사를 통해 인류가 활용해 온 가장 기본적 소통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이 누구와 편지를 주고받았는가, 그 편지를 통해 무슨 내용을 나눴는가를 보면 그 사람의 인품부터 성격, 습관, 인간관계, 그가 지향하는 가치관, 시기마다 그가 고민했던 문제, 앓았던 질병, 처리해야 했던 현안 등 그 사람을 이루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요소가 종합적으로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또한 편지에는 공식적 작품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그 사람의 속내가 가감 없이 드러날 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 사람이 숨기고 싶은 인간관계, 치부까지도 그대로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한 마디로, 편지를 읽는 것은 그 사람의 속살을 보는 것과 진배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성녀 데레사의 편지 모음집인 「서간집」은 그 글을 쓴 성녀의 입장에서 보면 잔인하기 짝이 없는 노릇입니다. 그건 마치 인터넷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만인(萬人)에게 내 메일함에 있는 모든 편지를 열어 보이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그만큼 더 성녀 데레사의 실제 모습에 다가갈 수 있는 길을 만나게 됩니다.

 
 편지의 수취인들과 그 내용

 현재 우리에게 전해져 오는 성녀의 편지는 총 486통으로, 스페인의 몬테 가르멜로 출판사를 통해 「성녀 데레사의 서간집」이 나오기까지 수백 년에 걸쳐 우여곡절이 참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 486통 중에서도 성녀의 친필로 쓰인 원본은 250통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에 의해 필사된 것입니다. 전해져 오는 성녀의 편지는 1546년부터 시작해서 선종한 해인 1582년까지 쓰인 것들이지만, 특히 편지 분량이 많은 시기는 성녀의 가르멜 수녀원 창립 활동이 본격화된 1567년부터 1582년까지입니다.

 성녀가 쓴 편지의 수취인들을 그룹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가족 구성원들에게 보낸 편지, 2. 맨발 가르멜 수사들에게 보낸 편지, 3. 맨발 가르멜 수녀들에게 보낸 편지(약 30여 명의 제자 수녀들). 4. 신학자들과 학자들에게 보낸 편지(약 24명의 신학자, 영성지도 신부 등), 5창립에 협력한 사람들(다양한 사회 계층에 속하는 약 27명).

 성녀가 쓴 대부분의 편지에는 여타 다른 영성 작품들과 달리 어떤 가르침을 전하려는 의도가 전혀 묻어나지 않습니다. 다음은 편지의 내용을 구성하고 있는 주요 주제들입니다. 1. 성녀가 쓴 편지에는 무엇보다도 일상적인 삶을 구성하는 다양한 모습들이 담겨 있습니다. 성녀가 겪었던 질병, 고민했던 개인적 공동체적 문제, 가족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 성녀와 친분을 맺었던 다양한 사람들과의 내밀한 관계 등이 그렇습니다. 2. 우리는 편지를 통해 성녀가 몸담고 살던 당시 스페인을 비롯해 유럽에서 일어났던 중요한 사건들을 간접적으로 접하게 됩니다. 3. 무엇보다도 편지에는 성녀 데레사의 활동, 특히 창립 활동을 가까이서 살펴볼 수 있게 하는 많은 구체적인 정보들이 있습니다. 4. 또한 편지 중에는 성녀의 생애와 관련된 직접적 자료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습니다.

 
 현실 감각이 동반된 건강한 영성

 성녀 데레사의 「서간집」은 우리로 하여금 `영성`에 대한 더욱 균형 잡힌 이해를 도모하게 해줍니다. 영성은 단순히 신비스럽고 추상적인 그 무엇인가를 두루뭉술한 어휘에 담아 표현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실질적인 것이고 구체적 삶이자 역사입니다. 영성은 자신이 터한 삶의 자리, 자신과 맺는 수많은 사람, 사건들을 통해 하느님과의 관계를 풀어나가는 공동 자아실현의 길로서 건강한 인간적 바탕 위에 세워집니다. 그래서 영성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성녀 데레사의 「서간집」은 우리에게 현실 감각을 지닌 올바른 영성이 무엇인지 알려줄 것입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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