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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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 데레사의 가르침에 따른 영성생활] 10. 성녀 데레사 영성의 바탕인 그리스도와의 인격적 관계

과연 나에게 예수 그리스도는 누구이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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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혼 중에 예수님을 만나는 데레사 성녀. 아빌라에 있는 데레사 생가 색유리화.

그리스도인의 정체성

 일찍이 20세기의 위대한 신학자 가운데 한 분이셨던 폰 발타사르는 "그리스도인이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십자가를 지고 그리스도의 뒤를 따르는 사람"이라 대답한 바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인류 구원을 향한 그분의 십자가 여정에 동참하는 사람, 바로 그가 그리스도인입니다. 초대 교회 당시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는 것은 구체적으로 그분의 삶과 가르침을 배우고 그분의 고통과 죽음에 동참하기까지 그분 뒤를 따르는 것을 뜻했습니다.

 그러므로 인류를 위해 목숨을 내어놓으신 유일하고 참된 순교자 그리스도를 닮아 그분과 더불어 죽고 부활하는 이, 그가 바로 그리스도인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곧 그분의 제자로서 그분의 뒤를 따라 십자가의 길을 가는 것, 그분을 닮아 죽음까지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따라서 `순교`야말로 모든 그리스도인이 열망했던 최고의 영성이었습니다. 자기 목숨을 내어드리는 것이야말로 하느님께 드릴 수 있는 최소한의 선물이라는 의식은 초세기 당시 신자들이 가졌던 보통의 사고방식이었습니다.

 
 신앙생활의 중심이 돼야 할 예수님

 그러나 오늘날 현대를 살아가는 신자들에게 `신앙`은 과연 어느 정도 밀도를 갖고 있을까요? 최근 어느 앙케이트 조사에 따르면 오늘날 한국 가톨릭 신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순위는 1건강 2자녀 3신앙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신앙은 신자들 삶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고, 어찌 보면 신앙을 취미생활과 거의 같은 등급에 두고 생활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제가 여기서 굳이 우리의 신앙이라고 하는 가장 기본 바탕에 대해 말하는 것은 기본이야말로 가장 단순하면서도 익히 잘 아는 것이지만, 그것이 우리의 삶에 제대로 놓여 있지 않을 때 그 위에 세워지게 될 건물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자신의 근본 정체성에 충실하고 그 정체성을 완전히 꽃피우는 것, 그것이 다름 아닌 신앙생활이 지향하는 바이고 또 그것이 바로 영성생활입니다. 성인, 성녀들의 삶이 이런 근본 진리로부터 멀리 떨어진 추상적이고 고차원적인 뜬구름 잡는 영역에 속한다고 생각하면 커다란 착각입니다. 그들은 오랫동안 교회가 가르쳐온 계시 진리를 충실히 믿고 고백했으며 자신들의 인간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주님의 자비를 믿으며 온몸을 던져 그 진리를 치열하게 살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교회가 가르치고 고백해 온 모든 계시 진리의 중심에는 계시의 정점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계십니다. 교회는 인류 구원을 향한 하느님의 계획이 그리스도 안에서 준비됐으며 그리스도의 강생과 수난 그리고 부활을 통해 역사 안에서 실현됐고 궁극적으로는 세말에 가서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될 것이라고 고백합니다.

 
 영성: 그리스도와의 인격적 관계

 이러한 그리스도 중심적 전망은 영성생활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인간은 세례를 통해 원죄로 부패된 죄인 상태에서 의로운 존재로 거듭납니다. 이와 동시에 성자 예수 그리스도의 자녀됨에 참여하며 그분과 더불어 성부의 공동 상속자로 그 품격이 고양됩니다. 세례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가 된 사람에게는 삼위일체 하느님께서 내주(內住)하시며 그와의 인격적 관계를 심화시켜 나가십니다.

 이러한 인간의 영적 여정은 무엇보다도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이라는 그분의 공로로 인해 그가 의화됨으로써 시작되며 그가 걸어가는 구체적 여정 또한 참된 인간의 모습뿐만 아니라 하느님과의 합일을 향한 길을 계시하신 그리스도를 뒤따르며 그분을 닮아가는 데 있습니다. 죄로부터의 인간 구원과 성화 그리고 영적 여정의 절정인 하느님과의 합일은 그리스도를 통해 그리스도 안에서 실현됩니다. 그러므로 영성생활은 인류를 향한 하느님 계시의 중심에 계신 그리스도와 어떤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어떻게 발전시켜 가는가 하는 문제와 관련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그리스도교 영성은 `그리스도와의 인격적 관계성`을 자신의 삶 속에서 얼마나 구현해 내는가 하는 문제와 직결돼 있습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우리가 묵상하고 있는 성녀 데레사의 영적 가르침 역시 그 중심에는 그리스도와의 관계가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성녀가 일생을 통해 그리스도와 어떤 관계를 맺었는가, 이 관계를 어떻게 발전시켜 갔는가, 또 성녀에게 그리스도는 어떤 의미이며, 어떤 이미지로 다가왔는가, 영적 여정의 발전 단계에서 그리스도는 성녀에게 어떤 역할을 하셨는가 하는 점들이 성녀의 영성을 이해하게 해주는 핵심 주제들입니다. 한 마디로 말해, `그리스도`야말로 성녀 데레사의 영성, 그리고 그 영성이 담겨 있는 성녀의 주옥같은 작품들을 열어젖히는 핵심 열쇠라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이번 호부터 여러 회를 할애해서 성녀의 영성을 이해하는 근본 바탕으로서 성녀의 생애와 영성 안에서 그분이 예수님과 맺었던 관계에 대해 조명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성녀 데레사와 예수님과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는 것은 무엇보다 여러분 또한 그것을 거울삼아 여러분 자신과 예수님과의 관계를 성찰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마태오 복음 16장 15절에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따르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반문하셨습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과연 여러분에게 예수님은 어떤 분이십니까? 단순히 주말에 성당에서 취미생활을 즐기기 위해 마지못해 만나야 할 거추장스러운 분은 아닌가요? 아니면 그저 추상적인 진리이신 분? 아니면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제3자는 아닙니까? 여러분은 과연 예수님을 어떻게 고백하고 받아들이고 있습니까? 과연 여러분은 그분을 여러분들의 삶의 주인이요 내 모든 삶을, 사랑을 바쳐도 아깝지 않을 내 인생의 유일무이한 가장 소중한 분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까?




가톨릭평화신문  201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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