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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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 데레사의 가르침에 따른 영성생활] 11. 예수님과의 만남을 향한 데레사의 여정 ①

어린 시절 ‘주님의 기도’로 예수님과 첫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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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교하러 가는 어린 데레사와 오빠. 아빌라 생가 성당의 색유리화.

 성경과 교리서만으로도 성인(聖人)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이는 우리가 주일 미사 때마다 고백하는 사도신경에서 핵심 중의 핵심을 이룹니다. 신ㆍ구약 성경을 비롯해 「가톨릭교회 교리서」가 가르치는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역시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그래서 성인ㆍ성녀가 되는 데는 사실 우리에게 예수님을 전해주는 성경 한 권과 그 진리를 풀어서 설명해 주는 교회 교도권의 가르침이 담긴 교리서 한 권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신심 깊은 겸손한 촌부(村夫)가 신학자보다 훨씬 더 하느님께 가까이 가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중세 당시 사회 내에서 여성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던 시절, 성녀는 부모님 덕분에 글을 깨치고 어려서부터 적지 않은 신심 서적들을 읽고 실천하며 하느님을 향한 사랑을 불태워갔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열정이 구체적으로는 강생하신 하느님, 즉 예수님을 향한 사랑으로 점점 깊어 갔습니다. 성녀 데레사가 성인이 된 것은 이러한 `초심`(初心)에 끝까지 충실했고 그렇게 그분과의 관계를 완성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성녀의 일생을 `예수님과의 관계`라는 관점에서 훑어보는 것은 성녀의 영성을 올바로 이해하게 해주는 틀입니다.

 

 주님의 기도와 성모송을 통해 예수님을 만나다

 어린 시절 성녀가 처음 만난 대상은 예수님이라는 구체적인 한 인격이라기보다 조금은 자신에게서 멀리 떨어져 계신 추상적인 하느님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데레사가 접한 하느님은 무엇보다 우리를 훨씬 너머 저 세상에 계시며 광대무변하시고 모든 것에 침투해 계시며 전능하신 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하느님은 아직 그리스도교적 의미의 하느님은 아니었습니다. 그 시절, 성녀는 부모님과 미사에 참례하면서 들은 신부님들의 강론과 가르침을 통해 하느님은 우리의 아버지요 벗이며 신랑으로서 무엇보다 강생을 통해 우리 곁에 오셨다는 진리를 들어서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하느님 개념을 전적으로 자기 것으로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성녀는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에게서 배운 묵주기도 드리길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주님의 기도를 즐겨 읊곤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완덕의 길」 후반부에 보면 주님의 기도 해설이 있는데, 거기서 우리는 성녀가 그 기도의 매 구절을 예수님과 연관지어 설명한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점을 염두에 둔다면, 성녀는 어린 시절부터 묵주기도를 하면서 주님의 기도에 익숙해졌고 이를 통해 그 기도를 가르쳐주신 예수님을 조금씩 맛 들여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어린 데레사는 이 기도를 드리는 가운데 강생하셔서 인간이 되심으로써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오신 하느님의 현존을 자신 안에 각인시켜 갔습니다. 이렇듯 어린 시절에 아직 자아가 형성되기 전부터 가졌던 하느님에 대한 관념 그리고 주님의 기도를 통한 예수님과의 만남은 훗날 성녀의 영적 성장에 토대가 됐습니다.

 예수님과 만나는 여정에서 성녀에게 도움이 된 또 다른 것으로 성모님 신심을 들 수 있습니다. 성녀의 어머니는 성녀가 어렸을 때부터 성모님께 대한 신심을 갖도록 자주 가르쳤습니다. 성모님 신심은 모든 그리스도교 영성에 중심적 위치를 차지합니다. 성모님은 우리를 예수님의 강생 교리로 인도해 주실 뿐 아니라 사실 강생 교의 자체이십니다. 그분의 `피앗`(fiat: 예)을 통해 오랫동안 인류가 고대해 오던 구세주께서 인간이 돼 오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심지어 어느 현대 신학자는, 성모님이야말로 예수님과 관련된 교회의 가르침들을 보호하는 최고 수호자라고까지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러기에 성모님에 대한 깊은 신심은 어린 데레사에게 예수님을 만나게 해준 좋은 환경이 돼줬습니다.   

 이렇듯 주님의 기도와 성모송, 묵주기도, 더 나아가 성모님과 성인들에 대한 깊은 신심, 다양한 성인전에 대한 독서, 16세기 당시 스페인에 널리 퍼져 있던 예수님과 관련된 여러 성화들은 어린 데레사의 영혼 안에 그리스도의 강생을 중심으로 하는 영성을 형성하게 해줬습니다. 이렇게 해서 어린 데레사는 인간과는 먼 상당히 추상적인 하느님, 심판관이신 하느님에서 인간과 가까이 계신 하느님, 그래서 인간의 육(肉)을 취해 오신 하느님, 예수 그리스도를 향해 한발 한발 다가서기 시작했습니다.

 

 `겟세마니의 예수님`을 사랑한 소녀 데레사

 그러나 사춘기로 접어들면서 세상에 대한 관심, 인간적 애정에 대한 관심 등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성녀는 그만 냉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상태를 극복하게 해준 것은 아버지로 인해 들어가게 된 아우구스티노 수녀원 기숙사에서의 신앙 체험이었습니다. 당시 그곳 사감 수녀님들의 모범적 신앙생활을 보면서 성녀는 점차 어린 시절의 거룩한 열정을 다시 키워가기 시작했고 막연하게나마 수녀가 되겠다는 원의를 갖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에 성녀는 점점 기도에 맛을 들이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특히 겟세마니 동산에서 피땀을 흘리며 기도하시는 예수님 모습에 깊이 빠졌다고 합니다. 인류 구원을 위해 마셔야 할 고통의 잔 앞에서 고뇌하며 피땀을 흘리시는 예수님, 그러나 성부의 뜻에 온전히 자신을 내어놓으며 그 잔을 받아 마신 예수님. 사춘기 소녀 데레사의 마음은 그렇게 예수님에 대한 사랑으로 잦아들어 갔습니다. 성녀는 그렇게 매일 밤 잠들기 전에 자신을 하느님의 손에 맡긴 채 늘 겟세마니 동산의 예수님을 묵상하며 잠들었다고 합니다(자서전 9,4). 그래서 성녀는 시간 날 때마다 자주 예수님의 수난 사화를 읽곤 했습니다(자서전 3,1).

 이렇게 예수님과의 만남을 통해 성녀에게는 추상적이고 멀리 계시던 하느님이 인격적인 하느님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그리고 바로 인간 예수님께서 내면에서부터 자신을 부르고 계신다는 것을 점차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사춘기 소녀 데레사가 관계를 맺기 시작한 하느님은 예수님으로서 그분은 데레사에게서 모든 실존을 건 전인적 응답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당시까지 성녀의 삶에서 예수님이 신앙으로 받아들인 사실로서 객관적인 존재론적 차원에 머물러 있었다면, 이제는 체험되는 신앙이자 의미 충만한 신앙으로서 심리적인 차원에서도 성녀와 인격적인 관계를 맺기 시작한 것입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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