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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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 데레사의 가르침에 따른 영성생활] 12. 예수님과의 만남을 향한 데레사의 여정 ②

스무 살 때 그리스도의 정배로 거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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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과 함께 주님의 생애를 묵상하는 성녀 데레사. 아빌라 생가 성당 색유리화.

 수도성소를 향한 그리스도의 부르심

 사춘기 소녀 데레사는 아우구스티노 수녀원 기숙사에서 약 1년 반을 지내며 신앙의 열정을 회복했고, 사감 수녀들의 모범을 보며 수녀가 되고 싶은 막연한 생각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병에 걸려 그만 기숙사 생활을 접어야 했고 아버님의 뜻에 따라 살라망카 근교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던 큰 언니 마리아의 집에서 휴양하게 됩니다. 그 근처에는 성녀의 숙부님이 사셨는데 성녀는 가끔 그곳에 가서 숙부님에게서 신앙과 관련된 유익한 얘기며 숙부님이 귀히 여기던 영성서적들을 뒤적여 보는 걸 낙으로 삼았습니다.

   어느 날 그곳 서가를 뒤적이다가 성녀는 「성 예로니모의 서간집」을 읽으며 심금을 울리는 성인의 말씀을 접하게 됩니다. "아버지에 대한 사랑 때문에 예수 그리스도의 기사가 되는 것을 포기하는 것은 현명한 일인가? 아버지의 장례 때문에 그리스도를 포기하고 가던 길을 멈춰서야 되겠는가?"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극진했던 데레사에게 수녀가 되겠다는 원의에 부담이 됐던 것은 아버지에 대한 연민이었습니다. 그러나 굳센 결의를 다지며 목숨을 걸고 그리스도의 뒤를 따르도록 촉구하는 예로니모 성인의 말씀을 들으며 데레사는 그만 정신이 번쩍 뜨였습니다.

   이 일이 계기가 돼 성녀는 큰 용기를 얻어 아버지께 수녀가 되겠다는 원의를 말씀드리며 수도자로서의 첫걸음을 걷게 됩니다(자서전 3,7).

 

 수도성소를 키우는 힘이 됐던 주님의 수난 묵상

 이 사건 이후 성녀의 삶에서 예수님의 현존은 점점 더 구체화되어 갔습니다. 어린 시절 막연한 추상적 진리이자 머나먼 당신으로 여겨졌던 하느님이 이제 살과 뼈를 가진 분, 즉 예수님 안에서 투영되어 드러났으며 그분이 자신을 원한다는 걸 성녀는 직감적으로 알았습니다. 사춘기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칠 당시 여성으로서 누군가에게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고 동시에 온전히 사랑받고 싶었던 원의를 이제 성녀는 사람이 아닌 육화 강생하신 하느님,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실현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데레사를 끔찍이도 사랑했던 아버지는 이내 딸의 수도성소를 반대하고 맙니다. 그런 아버지의 뜻을 거슬러 수도성소를 키워가는 데 있어 성녀에게 가장 큰 힘이 됐던 것은 `그리스도의 수난에 대한 묵상`이었습니다(자서전 3,6). 이 시기를 거치며 성녀는 그리스도의 수난이 구체적으로 자신을 위한 것이란 진실을 더욱 깊이 알아들었으며 결국 아버지의 반대에도 그런 그리스도의 사랑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 성녀는 가르멜 수녀원에 입회하게 됩니다.

 

 그리스도를 정배로 받아들이다

 이렇게 해서 성녀는 1535년 스무 살에 가르멜 수녀원에 들어갔습니다. 이때부터 성녀는 온전히 수도생활에 투신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성녀는 자신이 공적으로 발한 수도 서원을 `혼인 서약`으로 생각했고 그리스도를 자신의 정배로 받아들였습니다. 이렇게 해서 그리스도는 점점 더 성녀의 인격 안에 깊이 뿌리내려갔습니다. 한 마디로 성녀는 수도생활을 그리스도와의 결혼생활로 이해하며 살았습니다.

   훗날 성녀가 자주 자신의 허물에 대해 얘기하면서 인간적인 우정이 양심의 걸림돌이 되곤 했다고 고백하는데, 이는 근본적으로 성녀가 그리스도와의 관계를 결혼 관계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부부 사이에서 요구되는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사랑에 비춰봤을 때 인간적인 우정이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하더라도 주님을 향한 사랑의 마음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영혼 안에 거하시는 주님을 만나다

 이 시기에 성녀는 당대의 대표적 영성가 중 한 사람인 오수나 신부의 「제삼 기도 초보」라는 책을 접하게 됩니다. 서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알 수 없는 병에 걸렸던 성녀는 치료를 위해 잠시 수녀원을 나와 베세다스라는 작은 마을에 살며 예전에 도움을 받았던 숙부님 댁에 가끔 들렀고 거기서 바로 그 책을 만났던 것입니다. 그 책은 당시 새로운 영성 운동 가운데 하나인 `거둠 기도` 방법에 대해 자세히 소개한 영성 교과서였는데, 성녀는 이 책을 보면서 `거둠 기도`를 수련하는 가운데 더욱 깊은 영성 생활을 위한 도약을 하게 됩니다. 성녀는 이 기도를 통해 자기 영혼 가장 깊은 곳에 이미 현존해 계신 그리스도를 감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성 아우구스티노의 말씀처럼, 성녀는 그간 자기 바깥에서 주님을 찾아왔는데, 비로소 그분이 이미 자신 안에 거하고 계심을 깨달았으며 그때부터 자기 내면을 향한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성녀는 당시 자신의 기도가 어땠는지 다음과 같이 우리에게 설명합니다. "저는 제 안에 계시는 우리의 보화이시요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제 안에 현존시키려 애를 썼습니다"(자서전 4,7). 또한 당시 성녀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묵상`하고자 노력했습니다(자서전 11,9).

 

 가장 힘쓸 바는 주님의 일생을 묵상함

 성녀 데레사와 그리스도 사이의 관계에 대한 궤적을 따라가며 알 수 있듯이, 성녀가 예수님을 알아가고 사랑했던 데에는 근본적으로 `주님의 생애와 수난에 대한 묵상`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 주제야말로 구원 역사의 정점에 있기 때문입니다.

   성인이 되는 데는 어떤 거창한 지식이나 신묘한 초자연적 체험이 필요치 않습니다. 성성(聖性)을 향한 길은 여러분 가까이, 아니 여러분 안에 이미 씨앗처럼 담겨 있습니다. 여러분의 영혼 깊은 곳에 이미 살고 계시는 주님을 느끼고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일생을 통해 궁구(窮究)해야 할 일은 예수님을 알고 사랑하고 전하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준주성범」 1권 1장 1절의 말씀은 늘 우리가 마음에 새겨야 할 신앙생활의 규범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를 따라오는 사람은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라고 주께서 말씀하셨다. 이는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훈계하시는 말씀이니, 우리가 진정으로 광명을 받아 깨우칠 마음이 있다면 그리스도의 생활과 행실을 본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가장 힘쓸 바는 예수 그리스도의 일생을 묵상함이다."




가톨릭평화신문  201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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