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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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 데레사의 가르침에 따른 영성생활] 32. 성녀 데레사의 기도 가르침 ⑤

자신을 통째로 바치겠다는 ‘일대결심’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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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도의 숨통은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하느님을 찾는 사람에게 트인다. 사진은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한 장면.

총체적인 삶의 회심과 더불어 이루어지는 기도

성녀 데레사에게 있어서 기도는 일상적인 삶과 불가분리적인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성녀에게는 기도가 곧 삶이요 삶이 곧 기도였습니다. 따라서 기도를 한다는 것은 목숨을 걸고 자신을 완전히 투신하는 것이자 철저히 자신을 봉헌하는 것이며 궁극적 사랑이신 하느님을 향해 순수한 사랑을 닦아나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기도는 매일 매 순간 하느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철저히 살고자 하는 결기(決氣) 서린 수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성녀가 말하는 이 기도를 위해서는 삶 전체가 온전히 하느님께로 향하는 총체적인 회심이 요구됩니다.

오래 전, 성배(聖杯)를 찾아 떠나는 모험을 다룬 「인디아나 존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이 회심이 어떠해야 하는지 우리에게 잘 전해주고 있습니다. 익히 잘 알려진 영화라 내용에 대한 설명은 거두절미하고 영성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마지막 장면만 살펴보겠습니다.

성배를 찾기 위해 동굴로 들어간 인디아나 존스의 손에는 이 위험한 동굴을 통과할 수 있게 해주는 비결이 담긴 세 개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말씀은 이렇습니다. “회개하는 자만이 통과하리라.” 주인공은 이 말씀을 묵상하면서 회개하는 자는 주님께 순종하고, 순종하는 자는 무릎을 꿇는다는 답을 얻자마자 첫 번째 동굴에 들어가서 바로 허리를 숙였습니다. 그래서 벽에서 갑자기 날아드는 창칼들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그다음으로 주인공은 두 번째 동굴로 들어갔습니다. 그가 손에 갖고 있던 말씀은 “하느님의 말씀, 그 뒤를 따르는 자만이 나아가리라.” 주인공은 또 깊이 이 구절을 묵상하면서 깨닫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에 숨겨진 것은 바로 ‘하느님의 이름’이라는 것을, 그것은 곧 ‘야훼’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두 번째 동굴 바닥에 표시되어 있던 ‘야훼’라는 단어를 구성하는 알파벳만을 발로 짚으며 갔습니다. 그 알파벳들이 적힌 벽돌 이외의 공간은 천 길 낭떠러지였습니다. 그는 오직 야훼 하느님의 이름에만 의지하며 그 난관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주인공은 세 번째 동굴로 들어갔습니다. 주인공의 눈앞에는 천 길 낭떠러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계곡 건너편 동굴에 성배가 있었습니다. 그가 손에 쥐고 있던 세 번째 구절은 이렇습니다. “하느님의 길 - 사자의 머리에서 뛰어내릴 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리라.” 그는 이 구절이 뭔지 깊이 묵상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믿음의 도약’이었습니다. 하느님을 온전히 믿고 천 길 낭떠러지로 발을 내디디라는 의미였습니다. 뒤에서는 나치의 총에 맞아 죽어가는 아버지가 있었고 앞은 절벽, 결국 그는 하느님을 믿으며 그 천 길 낭떠러지에 발을 내디뎠습니다. 그 순간, 그의 발 앞에 길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그는 이 다리를 건너 동굴로 들어가서 전설로 내려오는 성혈이 담긴 성배를 찾아 아버지를 구하게 됩니다. 주님을 향해 회심하는 것은 그분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이자 하느님 아버지의 이름에 의지하며 매일 매 순간을 걷는 것이며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는 가운데 천 길 낭떠러지에 자신을 내던지는 것입니다. 기도의 숨통은 그렇게 치열하게 목숨을 걸고 하느님을 찾는 사람에게 트입니다.



자신을 통째로 바치는 헌헌장부의 기상을 지녀야

성녀는 기도를 하느님과 나누는 사랑 가득한 대화로 보았습니다. 이 ‘사랑’은 인간 존재의 핵심을 관통하는 가장 깊은 정수(精髓)입니다. 따라서 참으로 기도하는 사람이 되려면 자기 존재에 있어 가장 소중한 사랑의 자리를 하느님께 내어드려야 합니다. 그리고 일생의 어느 한순간, 한 번만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일생을 통해 매 순간 이 사랑을 지켜내고 키워나가기 위해 목숨을 다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 기도로, 완덕으로 불린 사람이 해야 할 수련입니다.

그래서 성녀는 「완덕의 길」에서 기도에 대해 가르치면서 기도에 입문한 사람이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다음과 같이 권고했습니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은혜는 너무나 많고 아직도 주시는 것이 많은데, 우리가 하찮은 것을 당신께 드리기로 결심할 때 통째로 다 드리려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꾸어주는 사람처럼 다시 받을 작정을 해서는 안 됩니다”(완덕의 길 23,1). 또한 이렇게도 가르쳤습니다. “용기를 내어 힘껏 싸워야 합니다. 무슨 일이 닥쳐오든 뒤로 물러서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마치 싸움터에 나간 사람처럼 자기 목숨을 살리려 하지 않고, 싸움을 하다가 죽지 않으면 다음번에 죽음을 당할 것을 각오해야 합니다”(위의 책 23,5).

성녀는 소심한 여인들의 모습을 닭이 종종걸음을 걸으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에 빗대어 지적하면서, 아무리 여인일지라도 마음먹기에 따라 대장부처럼 살 수 있다고 권고하며 헌헌장부와 같은 기상을 갖고 큰 걸음을 걷도록 늘 힘주어 가르쳤습니다. 성녀는 또 이렇게 권했습니다. “이 임금님은 자기를 통째로 바치지 않는 자에게는 당신을 주시지 않습니다”(완덕의 길 16,4). 이 영적 여정에 입문한 사람들은 온전히 하느님을 소유하기 위해, 그분과 온전히 일치하기 전까지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설령 가다가 쓰러져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겠다고 하는 큰 결심이 필요합니다. 성녀는 이를 ‘일대결심(一大決心)’이라 불렀습니다.

여러분 또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죽을 각오를 하고 성성(聖性)을 향해 걷겠다는 일대결심을 하시기 바랍니다. 하느님을 향해 발원(發願)하시기 바랍니다. 진리요 생명의 근원이신 하느님을 찾아 떠나는 이 여정에 그 정도 각오는 있어야 그분을 만나지 않겠습니까?

 
 

▲ 윤주현 신부(대구가르멜수도원장, 대전가톨릭대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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