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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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 데레사의 가르침에 따른 영성생활] 31. 성녀 데레사의 기도 가르침 ④

“주님과 함께하는 시간, 그것이 바로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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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성생활의 바탕은 기도에 있고 기도생활의 바탕은 매일 주님과 머물며 대화하고 사랑하기 위한 시간에 충실한 데 있다. 사진은 주님 곁에 머물며 사랑을 나눈 베타니아의 마리아.

기도는 주님과 함께 머무는 시간

데레사 성녀가 가르치는 기도는 무엇보다 주님과 단둘이 머물러 있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치 사랑하는 두 연인이 서로만의 사랑의 시간을 나누고 싶어 하며 또 그래야 사랑이 깊어가듯, 하느님과의 사랑이 성장하려면 그분과 따로 단둘이 만나서 서로의 생각과 삶을 나누고 사랑을 전하고 받는 시간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절친한 친구라 해도 지속적으로 만나 대화하고 함께 밥을 먹고 술 한 잔이라도 주고받는 시간이 있어야 우정이 자랍니다. 우정은 생명과 같아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함께 했던 예전의 추억은 있을지 몰라도 더 이상의 생생한 우정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친구 간에 그리고 연인 간에 지속적으로 함께 공유하는 시간과 공간이 허락되지 않으면 우정과 사랑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이미 2300년 전 아리스토텔레스가 「니코마코스 윤리학」이란 책에서 우정에 관해 이야기하며 분명히 지적한 것이기도 합니다.

하느님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이 성숙해 가려면 매일 그분과 함께하는 시간을 내야 하고 그 시간에 충실해야 합니다. 데레사 성녀 역시 이 점을 잘 간파했고 그래서 「자서전」(8,9)에서 이렇게 고백한 바 있습니다. “내가 주님이 나와 함께 머무르시도록 약간의 고요와 시간을 대가로 드렸을 뿐인데 그같이 나를 참아 주셨으니, 그 누군들 신뢰심을 갖지 못할 리 있겠습니까? 더구나 때로는 내 마음을 거슬러 한 것이었기 때문에 무척 힘든 노력을 치러야 했습니다.”

또한 「자서전」(9,9)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은 내 부르짖는 소리를 들으시고 그처럼 많은 눈물에 성심이 움직이셨음에 틀림없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더 오랫동안 주님 곁에 머물게 되었고 위험스런 기회를 피하려는 소망이 커 가는 것을 마음에 느꼈습니다.”

그분과 함께하는 시간, 그것이 바로 기도입니다.



영성생활의 고수(高手)가 되는 길

그러므로 기도의 첫걸음은 그분을 삶의 가치 목록에서 제일 첫째 순위에 두고 그분과 함께하는 시간을 우선적으로 챙기는 데 있습니다. 이는 기도의 가장 기본기입니다. 고수가 되는 지름길은 기본기를 잘 다지는 데 있습니다.

영성생활의 바탕은 기도에 있고 기도생활의 바탕은 매일 주님과 머물며 대화하고 사랑하기 위한 시간에 충실한 데 있습니다. 이 작업이 잘 되어야 영성생활에 진보하기 위한 내공이 깊어집니다. 무술의 고수가 되는 사람들의 비결 가운데 하나는 앞차기, 옆차기, 앞지르기 같은 기본 기술과 체력을 끊임없이 연마하는 데 있습니다. 그래야 이단 옆차기, 돌려차기 같은 고급 기술로 나아가는 바탕이 마련됩니다. 기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하루하루를 전투처럼 생존경쟁 속에서 살아야 하는 오늘날의 현대인들에게는 가장 쉬운 이 기도의 첫걸음마저 시작하기 어려운 상황이 현실입니다. 무한경쟁 시대 속에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가장들, 생존경쟁의 정글로 나갈 준비를 하는 학생들,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한밤중까지 그런 남편과 자녀들을 돌봐야 하는 주부들에 이르기까지 모두들 너무도 급박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자칫 삶의 중심을 잃어버린 채 단지 생존 그 자체만을 위해 살아가는 우를 범하기 쉽습니다.

그럴 때일수록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근원은 어디에 있는지, 내 삶이 지향해야 할 궁극적 목적은 무엇인지 깨어서 기도해야 합니다. 잠시라도 좋습니다. 매일 일정 시간을 따로 할애해서 그분과 함께하며 여러분의 삶을 나누십시오. 삶의 구체적인 부분을 이루고 있는 기쁨, 희망, 고통, 슬픔, 좌절, 근심, 죄를 나누고 무엇보다 여러분 존재의 가장 핵심인 사랑을 나누십시오. 그런 시간이 하루, 한 달, 일 년 쌓여갈 때 여러분의 삶은 주님과 함께 어우러지는 구원 역사가 될 것이며 삶에서 만나는 모든 것, 모든 사람, 모든 사건이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될 것입니다.



일상 중에 끊임없이 마음 들어 올리기

혹여 하느님은 어디에나 계시고 가끔 화살기도를 하니까 굳이 기도 시간을 따로 할애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기도에 가장 우선적인 가치를 두지 않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습니다. 지속적으로 그분과 만나는 시간을 따로 떼어놓고 그 시간에 충실하지 않으면 그분과의 관계는 결코 발전할 수 없습니다. 소중한 것은 진정 소중하게 다룰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물론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므로 기도시간에 대한 이 원칙을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적어도 그분과 함께하고자 하는 그 지향을 갖고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기도할 기회는 많습니다. 세월은 변했어도 예나 지금이나 바빴던 것은 매한가지였나 봅니다.

데레사 성녀 역시 많은 수녀원을 창립하면서 바쁜 일상을 보내야 했고 그래서 주님과 함께하는 시간을 한순간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마음을 들어 올릴 수 있는 기도문을 만들어 일상 중에 늘 되뇌며 주님과 교감하고자 했습니다.

그 기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나의 하느님, 나는 당신을 만유 위에 흠숭합니다. ②제 마음 다해 당신을 사랑합니다. ③당신의 지복 안에서 기뻐합니다. ④모든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으시는 당신을 뵙기 원합니다. ⑤당신이 원하시는 것만을 원하게 하소서. ⑥당신이 원하시는 것을 제게 알려주소서. 그리하면 저 그렇게 하리이다. ⑦저와 제가 가진 모든 것은 당신 것이오니, 당신 뜻대로 처분하소서. 아멘.”

여러분 역시 성녀와 함께 매일 이 기도문을 바치며 일상 중에 주님과 교감하시기 바랍니다.

 
 

▲ 윤주현 신부(대구가



가톨릭평화신문  201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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