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성녀 데레사의 가르침에 따른 영성생활] 35. 기도와 함께 닦아야 할 덕행 ③ 겸손

겸손, 하느님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비책’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겸손은 데레사 성녀가 기도에 나아가고자 하는 이에게 권고한 순수한 사랑과 이탈을 떠받치는 근본 바탕이 된다. 사진은 무릎을 꿇고 한 장애 어린이의 발에 입 맞추는 프란치스코 교황.

기도를 위한 필수 덕목인 겸손

기도를 위해 성녀 데레사가 꼽은 기본 덕목은 ‘겸손’입니다. 겸손은 성녀가 기도에 나아가고자 하는 이에게 권고한 ‘순수한 사랑’, ‘이탈’을 떠받치는 근본 바탕이 됩니다. 겸손하지 않은 사람이 참다운 애덕을 실천할 수 없고 하느님을 받아들이기 위해 진심으로 모든 것으로부터 이탈하지도 못합니다. 왜냐하면 겸손은 하느님의 빛 안에서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를 올바로 인식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 내 재능, 근본적으로 내 생명은 내게 속한 것이 아닙니다. 나는 내 생명의 근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나는 내 생명을 하느님으로부터 거저 받았습니다. 하느님 앞에서 나의 이런 가난한 모습을 바라보고 깨닫는 것, 그것이 바로 ‘겸손’입니다. 겸손한 사람은 하느님을 경외할 줄 알고, 자신이 부족한 줄 알기 때문에 늘 지혜를 찾아 귀를 기울입니다. 그리고 그의 마음에는 하느님과 사람을 사랑하려는 진실한 사랑이 깃듭니다. 그리고 하느님을 진심으로 신뢰할 줄 압니다. 또한 우리 생명의 근원이신 하느님이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잘 알기에,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께 영광을 드릴 줄 알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 모든 사람 또한 하느님이 주신 선물임을 잘 알기에 애착하지 않고 그 모든 것을 자신의 영혼 구원과 세상 구원을 위해 선용할 줄 압니다. 그래서 성 토마스는 「신학대전」 2부에서 여러 가지 덕에 대해 설명하면서, 덕 중에 가장 큰 덕은 ‘애덕’이지만, 순서상 다른 모든 덕을 낳게 하는 그래서 덕 중에 가장 먼저 시작되는 덕은 ‘겸손’이라고 가르칩니다. 이렇듯 ‘겸손’은 모든 덕을 이끄는 첫 번째 덕이자 그 덕들을 감싸 안는 덕이기에 성덕의 ‘보물 상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영적 전투에서 이길 수 있는 비책인 겸손

성녀 데레사는 「완덕의 길」 16장에서 서양장기인 체스를 통해 ‘겸손’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무엇보다 성녀는 우리들의 영성 생활을 장기판에 비유했습니다. 장기판에서 왕을 중심으로 한 진영과 여왕을 중심으로 한 진영이 서로 맞붙어 싸우게 되는데, 이는 곧 ‘수덕적인 전투’를 의미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왕은 하느님을, 여왕은 우리를 뜻합니다. 성녀는 이 전투에서 우리가 왕을 꼼짝 못 하게 만듦으로써 확실히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외통수’가 뭔지 그 비결을 전해주었습니다. 그 비결이란, 하느님과의 싸움에서 그분께 먼저 항복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그렇게 항복하는 사람에게 항복하십니다. 그런데 인간이 하느님께 항복하는 것이 다름 아닌 ‘겸손’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을 대항해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비책, 유일한 외통수는 바로 ‘겸손’이라고 성녀는 가르쳤습니다.



목계지덕(木鷄之德)의 지혜

고대 중국의 명저로 꼽히는 「장자」의 ‘달생(達生)’ 편을 보면 ‘목계지덕(木鷄之德)’이란 고사성어가 나옵니다. 옛날 중국의 어느 왕이 투계(鬪鷄: 닭싸움)를 몹시 좋아해서 뛰어난 싸움닭을 갖고 기성자란 당시 최고의 투계 사육사를 찾아가 그 닭을 최고의 투계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합니다. 열흘이 지난 뒤 왕이 기성자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닭이 충분히 싸울 만한가?” 기성자가 대답했습니다. “아닙니다. 아직 멀었습니다. 닭이 강하긴 하나 교만해서 아직 자신이 최고인 줄 알고 있습니다. 그 교만을 떨치지 않는 한 최고의 투계라 할 수 없습니다.” 열흘 뒤 왕이 또 묻자 기성자는 다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직 멀었습니다. 교만함은 버렸지만 상대방의 소리와 그림자에도 너무 쉽게 반응합니다. 태산처럼 움직이지 않는 진중함이 있어야 최고라 할 수 있습니다.” 열흘이 지난 뒤 왕이 다시 묻자 그는 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직 멀었습니다. 조급함은 버렸으나 상대방을 노려보는 눈초리가 너무 공격적입니다. 그 공격적인 눈초리를 버려야 합니다.” 또 열흘이 지난 뒤 왕이 묻자 그제야 기성자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이제 된 것 같습니다. 상대방이 소리를 질러도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완전히 마음의 평정을 찾았습니다. 나무와 같은 목계(木鷄)가 되었습니다. 닭의 덕이 완전해졌기에 이제 다른 닭들은 그 모습만 봐도 도망갈 것입니다.”

목계처럼 완전히 감정을 제어할 줄 아는 사람의 능력을 목계지덕을 가졌다고 합니다. 장자가 이 고사에서 말하고자 하는 최고의 투계, 즉 최고의 싸움닭은 목계입니다. 목계가 되려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조건이 있어야 합니다. 첫째, 자신이 제일이라는 교만함을 버려야 합니다. 이는 자신이 최고라고 으스대는 사람이 배워야 하는 덕목입니다. 둘째, 남의 소리와 위협에 쉽게 반응하지 않아야 합니다. 누가 뭐라고 하면 쉽게 반응하고 화를 내는 사람이 배워야 하는 덕목입니다. 셋째, 상대방에 대한 공격적인 눈초리를 버려야 합니다. 누구든 싸우고 경쟁하려고 하는 사람이 배워야 하는 덕목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목계는 인간으로 말하자면 완전한 자아실현과 평정심을 이룬 사람의 모습입니다. 완덕(完德)에 이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자가 말하는 목계지덕이란 곧 ‘겸손’, ‘유순함’을 말하는 것으로서, 이 겸덕은 오랜 교회의 역사를 통해 많은 영성가들이 성성(聖性)에 이른 확실한 표지 가운데 하나로 꼽는 근본적인 덕입니다.

여러분이 성성의 길에 얼마나 진보했는지 알고 싶습니까? 어렵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얼마나 겸손한 사람인지 스스로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 윤주현 신부(대구가르멜수도원장, 대전가톨릭대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4-11-06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9

2사무 7장 16절
너의 집안과 나라가 네 앞에서 영원히 굳건해지고, 네 왕좌가 영원히 튼튼하게 될 것이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