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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속 동식물] 87- 유독식물 가라지

끝내 불에 태워질 가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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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밀, 가라지, 보리.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가라지는 팔레스티나, 레바논, 시리아, 지중해 연안 등이 원산지로 보리나 밀밭에 흔히 섞여 나는 잡초다. 흔히 독보리로 해석되는 화본과 식물이다. 가라지는 밀을 많이 재배하는 서구에서는 독밀, 중국에서는 피라고 했다. 가라지는 화본과식물 중에서 유일한 유독식물이다. 목초에 섞이면 가축이 먹고 중독을 일으키는 일이 있으므로, 독보리라고 한다.
 가라지의 열매를 먹으면 구토, 설사, 현기증 등을 일으키는 일이 있다. 또한 독보리라는 이름이 이삭이 패어 익기 이전 생육기간에는 그 생김새가 밀이나 보리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로 흡사하기 때문에 붙여졌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60~100cm까지 왕성하게 자라는 1년초인 가라지는 생육기간에는 밀과 생김이 흡사해 분간하기 어렵다. 또한 밀과 동일한 계절에 열매가 익기 때문에, 추수 때 곡식이 섞이기 쉽다. 밀은 줄기 끝에 열매가 네 줄씩 또는 두 줄씩 빽빽하게 열매를 맺고 보리는 여섯 줄씩 빽빽히 열매를 맺는다. 그에 비해 가라지는 6~12cm 길이로 몇 알씩 지그재그로 납작하게 열매가 달린다. 그래서 일명 `지네보리`라고도 부른다.
 가라지는 다른 잡초와는 달리, 열매가 맺어도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붙어있으므로, 추수 때에 식별하기 쉽다. 그러나 일단 밀과 함께 추수하면, 밀알보다는 잘지만 키질로도 가려내기가 어렵게 된다. 그래서 중동지역에서는 지금도 아녀자들이 일일이 가라지를 뽑아서 제거하고 있다.
 가라지의 씨는 이집트의 4000년된 무덤에서 발견되었다는 보고가 있을만큼 오래된 식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밭이나 길의 풀숲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팔레스티나의 농민 사이에는 밀의 종자가 비가 많이 오는 해에는 가라지로 변한다는 속설이 있었다. 비가 많은 해에는 밀이 자라기 어려워지고 반대로 가라지가 왕성하게 자라서 눈에 많이 띄게 되므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성경에서 예수님은 가라지의 비유를 들어 하느님 나라를 설명하시는 대목이 있다(마태 13,24-30. 36-43). 종말 때 이뤄질 심판을 가라지의 비유로 설명하신 것이다.
 종들은 원수들이 밀밭에 뿌린 가라지를 뽑아내야 할지 집주인에게 묻는다. 그러나 집주인은 당장은 뽑지 말고 추수때까지 인내하고 기다리라고 말한다. "수확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라. 수확 때에 내가 일꾼들에게, 먼저 가라지를 거두어서 단으로 묶어 태워 버리고 밀은 내 곳간으로 모아들이라고 하겠다"(마태 13,30).
 이 말씀의 배경은 당시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을 고려해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 로마의 탄압에 시달리며 메시아를 기다리던 유다인들 사이에서는 순수한 공동체를 건설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따라서 그들은 죄인들을 제거해야만 흠없는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수님은 오히려 죄인들과 어울리고 그들을 위해 봉사함으로써 많은 유다인들의 비난과 공격을 받았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다스림이 이미 시작했고, 마지막 심판 때에 사람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신 것이다. 또한 인간의 판단은 완전치 못하고 오로지 추수하시는 분인 하느님의 판단만이 완전하다는 사실을 강조하신 것이었다. 우리 신앙인들은 모든 것을 하느님께 신뢰하고 인내하며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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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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