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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속 상징] 35. 어둠 : 무지나 어리석음, 거짓말로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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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그 자체로,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어둠은 빛의 부재를 뜻한다. 어둠은 자연의 실재이고 영적 실재이며 동시에 심오한 인간 체험의 어떤 부분에 대한 적절한 상징이기도 하다. 어둠은 그림자와는 구별된다. 어둠은 미리 예측할 수 없는 상태를 비유하는 경우에도 쓰인다. 고대 사람들은 인생을, 심지어는 우주를 빛과 어두움 사이 투쟁으로 생각했다. 어둠의 이미지는 문학, 예술 등에 많이 쓰인다.
 성경의 첫 장에 어두움과 빛이 함께 등장한다. 하느님은 첫 번째 창조물로 빛을 만드신다.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빛이 생겨라` 하시자 빛이 생겼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그 빛이 좋았다. 하느님께서는 빛과 어둠을 가르시어, 빛을 낮이라 부르시고 어둠을 밤이라 부르셨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첫날이 지났다"(창세 1,3-5). 빛과 어두움은 공존할 수 없다.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없다(요한 1,5 공동번역).
 구약성경의 예언자들은 미래에 다가올 심판을 예고할 때 어두움의 이미지를 사용했다. "내가 보니 땅은 혼돈과 불모요 하늘에는 빛이 사라졌다"(예레 4,23). 이처럼 성경에 나오는 어두움은 항상 빛과 대조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어두움으로부터 빛으로 옮겨간다는 것은 구원을 나타내는 중요한 이미지가 된다.
 밤의 어두움에 함축된 의미는 사악함이다. 빛이 없는 어두움 속에서는 시각적 판별이 어렵다. 어두움은 악한 행위를 숨겨 모든 것을 더욱 사악하게 만든다. 사도 바오로는 이 같은 어두움의 특성을 잘 요약하고 있다. "열매를 맺지 못하는 어둠의 일에 가담하지 말고 오히려 그것을 밖으로 드러내십시오. 사실 그들이 은밀히 저지르는 일들은 말하기조차 부끄러운 것입니다"(에페 5,11-12).
 비유적 의미로 어두움은 무지나 어리석음, 선지자적 계시의 침묵, 거짓말 등으로 나타난다. "만일 우리가 하느님과 친교를 나눈다고 말하면서 어둠 속에서 살아간다면, 우리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고 진리를 실천하지 않는 것입니다"(1요한 1,6).
 또한 어두움은 죽음이나 무덤과 같은 이미지로 사용된다. "제가 돌아오지 못하는 곳으로, 어둠과 암흑의 땅으로 가기 전에. 칠흑같이 캄캄한 땅, 혼란과 암흑만 있고 빛마저 칠흑 같은 곳으로 가기 전에 말입니다"(욥 10,21-22). 비록 실제적인 감옥은 아니지만, 어두움은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무기력한 상황으로 감옥을 연상하게 한다.
 영적 힘으로서 어두움의 세력은 너무도 생생해서 상징 이상의 의미로, 영적 실재를 나타냈다. 예수님께서 직접 "어둠의 권세"(루카 22,53)라는 언급을 하셨다. 사도 바오로도 그리스도인들에게 "우리의 전투 상대는 인간이 아니라, 권세와 권력들과 이 어두운 세계의 지배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령들입니다"라고 했다(에페 6,12). 어두움은 인간 사회와 우주 속에서 선함과 질서의 하느님께 대적하는 사악함과 연관된다. 어두움도 사실 하느님 통제 아래 존재할 뿐이다(욥 38,19). 하느님께서는 어두움을 지배하는 권세를 가지셨다.
 성경은 그리스도인들이 어둠 속에 살지 말 것을 단호하게 선언한다. "그러면서도 내가 여러분에게 써 보내는 것은 새 계명입니다. 그것은 그리스도께도 또 여러분에게도 참된 사실입니다. 어둠이 지나가고 이미 참빛이 비치고 있기 때문입니다"(1요한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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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9-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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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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