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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속 상징] 45. 황금 : 교부들은 하느님 왕권으로 여겨

허영엽 신부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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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람 3대 성지로 꼽히는 황금사원.
 

이스라엘 옛 시가지로 불리는 곳에 통곡의 벽으로 잘 알려진 서쪽 벽이 있다. 지금도 많은 유다인들이 이곳에서 기도를 하고 있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다. 그런데 그 위에는 마호메트의 승천을 기념한 이슬람의 바위돔 사원이 자리잡고 있다. 황금으로 만든 지붕 때문에 황금사원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메카, 메디나와 함께 이슬람 3대 성지로 꼽힌다.
 고대 인도에서 황금은 불사의 상징이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태양이 순금으로 돼있다고 믿었다. 고대인들이 태양이 황금으로 만들어졌다고 믿고 숭배했던 이유는 오로지 황금만이 스스로 빛을 만들어서 뿜어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스스로 광채를 발하고 영원히 색이 변하지 않는 황금의 성질은 모든 것이 변하고 없어지는 세상에서 시간을 초월한다고 믿었다. 황금이야말로 모든 물질과 생명의 가치 위에 군림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성경에서 아카시아 나무로 만들어진 언약궤는 모두 순금으로 덮여 있었다. "너는 그것을 순금으로 입히는데, 안팎을 입혀라. 그 둘레에는 금테를 둘러라"(탈출 25,11). 솔로몬 성전은 하느님의 집으로서 황금 광채로 빛나고 있었다. 솔로몬은 성전 전체를 금으로 덮었다(1열왕 6,20-30). 그러나 황금 자체는 거룩한 것이 아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황금을 신성시해 금송아지를 만든 것은 죄에서 생겨난 오류였다.
 그런데 황금이 지극히 거룩한 것의 상징이 되는 경우도 있다. "금보다, 많은 순금보다 더욱 보배로우며 꿀보다 생청보다 더욱 달다네"(시편 19,11) 그러나 성경에서 황금이 부정적으로 취급되는 경우도 많았다. 귀금속은 현세의 덧없는 재화에 불과하다. 황금보다 더 귀한 것은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이라 가르친다(1베드 1,7). 이처럼 황금은 극히 현세적이며 무상한 것이다.
 또한 심판날에 불의 시련을 당할 귀금속에 황금이 포함돼 있다. "그 기초 위에 어떤 이가 금이나 은이나 보석이나 나무나 풀이나 짚으로 집을 짓는다면, 심판 날에 모든 것이 드러나기 때문에 저마다 한 일도 명백해질 것입니다. 그날은 불로 나타날 것입니다. 그리고 저마다 한 일이 어떤 것인지 그 불이 가려낼 것입니다"(1코린 3,12-13). 세상 종말에 사람의 아들이 머리에 금관을 쓰고 나타나실 것으로 묘사한다(묵시 14,14).
 교부들은 황금을 하느님 왕권의 상징으로 보았다. 동방 박사들이 아기 예수님께 드린 선물도 황금이었다. "그리고 그 집에 들어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하였다. 또 보물 상자를 열고 아기에게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마태 2,11).
 중세 회화에서 황금색 밑바탕은 극히 일반적으로는 초현세적이며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를 암시한다. 제사장 의복이나 제사도구에 사용된 황금은 영원한 영광의 반영이라 풀이된다. 민간 풍습이나 전승에서는 아기 예수가 황금 관을 쓰거나 황금 조랑말을 타고 있다고 한다.
 그리스도교는 황금을 무조건 숭배하지 않았지만, 황금의 속성을 중시했다. 박사들은 가지고 온 세 가지 귀한 예물, 즉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아기 예수님께 드렸다. 성경에서 금은 신성한 본성을 상징하며 아기 예수님께서 신성한 본성을 가지셨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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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9-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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