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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 해-성경의 땅을 가다] (15-끝) 내 삶 자리를 성지로 만들자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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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지순례 중 팔레스타인 자치구 베들레헴에 있는 주님 탄생 기념성당에서 기념촬영하는 순례단.
 

이른 아침 믿음조와 희망조는 아테네공항으로 떠나며 아쉬운 인사를 나눴다. 사랑과 평화조는 아침식사 후 디오니시우스 주교좌 성당으로 향했다. 지난 주 성지순례 시작미사를 드렸던 그 성당이다. 마침 요셉 대축일이라 요셉 성인 상이 모셔진 오른편 제대에서 미사를 봉헌했다. 성지순례를 마치며 드리는 감사미사라 모두가 진지하고 숙연했다.
 미사 후 가벼운 마음으로 아크로폴리스 유적지를 둘러봤다. 아테네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이곳은 고대 그리스 도시의 중심이 됐던 곳이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에는 미케네 시대(B.C 1400~1200) 성벽 유적과 파르테논 신전과 에렉테움 신전, 니케 신전 등 흔적들이 남아 있다. 아테네 상징인 파르테논 신전도 2500여 년 세월 동안 다른 그리스 신전들처럼 때로는 그리스도교 교회로, 때로는 이슬람교 모스크 등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됐다. 파르테논 신전으로 올라가는 길 오른쪽으로 보이는 헤로데스 아티쿠스 오데온 야외극장은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오늘날에도 다양한 연주회와 연극 공연이 열린다고 한다.
 돌아갈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어서일까, 순례객들은 성지순례 추억을 조금이라도 더 남기려는 듯 연신 이국 풍경을 사진에 담는다.
 성지순례 기억을 되짚어온 이 글도 마칠 때가 됐다. 이른 봄 성지순례를 다녀와 왜 한참 뒤에 이 글을 쓰게 됐을까? 성지순례 당시에 느꼈던 감동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점점 옅어지는 것이 아까웠다. 무엇보다 하느님께서 성지순례로 부르신 이유를 다시 한 번 묵상하고 싶었다.
 2008년 바오로 해를 기념하는 크루즈 성지순례를 다녀온 후 한 신자분에게 메일을 받았다.
 "신부님! 저는 일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체험했습니다. 그저 모든 게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지나보면 성지순례 동안 하루하루가 은총이 아닌 순간이 없었습니다. 지금 같아서는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성지순례를 함께해 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드리고 특별히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성지순례에 함께한 우리 마음도 똑같을 것이라 생각한다.
 성지순례는 즐겁고 기쁜 여행이지만 또 한편으로 힘들고 어려운 점도 많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모든 것들이 피정 주제가 된다. 성지순례를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지순례란 단순한 관광이나 여행과는 분명히 다르다. 성지를 순례하는 것은 하느님을 만나러 가는 여정이다. 성인들 발자취, 묘소나 성당 등 성역들을 순례하는 것은 신앙을 자라게 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하느님과 멀어져 있던 자신을 깊게 바라보고 회심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각자에게 주어진 사도직을 수행하는 데 힘을 얻기도 한다. 신앙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신심행위인 것이다.
 이냐시오 성인은 늘 자신을 순례자라고 했다. 나그네는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 다른 곳에 머물거나 여행 중에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우리 신앙인의 본향은 하느님이 계신 곳이다. 우리는 지상에서 덧없는 나그네 삶을 살지만 언젠가 그분과 함께할 영원의 시간을 생각하며 희망에 젖는다. 나는 이 글을 쓰는 동안 지난 봄 행복했던 성지순례의 감동에 젖을 수 있었다.
 새로운 매일을 순례 떠나는 마음으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더불어 나의 삶 자리를 성스러운 땅, 성지로 변화시킬 수 있는 은총을 하느님께 청해본다.
 
 ※다음 호부터 `성경 속 상징`이 다시 연재됩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0-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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