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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속 상징] 91. 촛불 :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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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썰미 좋은 신자분들에게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신부님, 미사 때 제대에 켜는 촛불 수가 왜 다르죠?"
 미사 때 제대 위에 켜는 초 개수는 그날 전례의 성격을 나타낸다. 평일이나 기념일에는 2개, 주일이나 축일에는 4개, 대축일에는 6개의 초를 켠다. 제대에 초를 7개 켤 때가 있는데, 그것은 주교님이 미사를 드릴 때다. 대사제인 주교에 대한 존경의 표시다.
 지금은 전례 때 촛불을 켜는 것이 당연하지만 초대교회 때는 그렇지 않았다. 촛불을 켜는 것을 이교도들 사이에 널리 행해지던 관습이라 여기며 못마땅해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자들은 영원한 생명과 구원의 상징으로 장례예식과 순교자들 무덤에서 촛불을 켜기 시작했다. 4세기 이후부터는 교회에서도 전례 때나 기도 모임에서 촛불을 켜는 관습이 일반화됐다.
 우리가 전례 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초는 밀초(蜜燭)다. 이는 벌들의 순결성과 희생성이 죄 없으신 순결한 어머니를 통해 세상에 오신 그리스도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촛불은 빛이신 그리스도께서 함께하심에 대한 기쁨을 상징하기도 한다. 또한 촛불이 전례에 사용되면서 촛불의 불꽃, 심지, 밀랍 이 세 부분을 삼위일체에 비유하기도 했다.
 성경에서 성소나 성스러운 예식에 빛이나 불이 등장한다. 하느님은 모세에게 성소를 건립할 때 촛불을 밝히는 등잔대에 대한 모양과 개수, 재질 등에 대한 자세한 규정을 지시한다(탈출 25,31-37). 또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탈출할 때 하느님께서 밤에는 불기둥으로 그들을 비춰 도움을 줬다. "주님께서는 그들이 밤낮으로 행진할 수 있도록 그들 앞에 서서 가시며, 낮에는 구름 기둥 속에서 길을 인도하시고, 밤에는 불기둥 속에서 그들을 비추어 주셨다"(탈출 13,21). 여기서 불기둥은 하느님께서 함께하심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때로는 하느님 약속을 나타내기도 한다. 다윗이 하느님 성전을 짓겠다고 결심했을 때 하느님께서는 다윗의 후손을 버리지 않으시겠다는 약속을 하시고(2사무 7,1-17), 이 약속은 `등불`이라는 상징으로 여러 번 성경에 언급된다. 흥미로운 것은 다윗의 후손 왕들이 모두 하느님께 흡족한 왕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다윗과 맺으신 계약 때문에, 또 일찍이 다윗과 그 자손들에게 영원히 등불을 주시겠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다윗의 집안을 멸망시키려고 하지는 않으셨다"(2역대 21,7).
 신약에서 촛불은 "나는 세상의 빛이다"(요한 8,12)고 하신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따라서 미사 때 제대에 촛불을 켜는 것은 빛이신 그리스도께서 우리와 함께하심을 의미한다. 주님은 또 제자들에게도 세상의 빛이 되라고 당부하셨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산 위에 자리 잡은 고을은 감추어질 수 없다"(마태 5,14).
 초가 타서 주위를 밝히는 것을 자주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에 비유하기도 했다. 오늘날 세례식 때, 수도서원이나 서품식 때 후보자들이 촛불을 들고 입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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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0-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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